#8-3 거짓말에 대한 일상
수없는 거짓말을 했겠지. 방금도 한 거 같다. ‘거의 다 왔어’와 같은. 이런 거짓말은 애교지 싶다. 보다 심한 거짓말은 타인에게 피해가 되는 것, 나아가 나를 파괴 혹은 파멸시키는 거짓말이다. 지금도 진저리나는, 내 자신이 미워 죽겠는, 내가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이었나 자괴감이 드는 거짓말을 한 적이 있었다. 창피하지만, 그것을 고백해본다. 고백이니, 존댓말로.
연예기획사 쪽에서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영상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는 일이었습니다. 아티스트 쪽과 프로덕션 사이 중간 다리 역할을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게 스케쥴 조정이었습니다. 보통 일요일날 촬영을 했습니다. 근데, 그날따라 그게 너무나도 귀찮았습니다. 항상 일요일에도 나가 촬영했었는데, 왜 그날은 그토록 귀찮았는지. 그동안 쌓여왔던 것이 폭발했는지. 아무튼 모르겠습니다. 우발적으로 촬영을 취소했습니다. 물론 내가 하기 싫다고 안 했죠. 아티스트 쪽에는 프로덕션에 일이 있다고 하고, 프로덕션에는 아티스트 쪽에 일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거짓말을 한 겁니다. 거.짓.말. 이런 거짓말을 한 적이 있었던가? 아무튼, 제가 저 편하자고 최악의 거짓말을 했습니다.
하나의 거짓말을 숨기기 위해선 일곱 번의 거짓말을 해야 한다고 하잖아요.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더군요. 일이 점점 꼬이더군요. 결국 모든 것이 탄로 났습니다. 아티스트 쪽과 프로덕션 쪽이 얼굴을 붉히는 지경까지 갔습니다. 중간에서 말 그대로 제가 지랄을 한 거죠. 당혹감에 휩싸였습니다. 정말 죽고 싶었습니다.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놈이었나. 미친놈. 거짓말 하나 때문에 일을 이렇게나 키우다니. 그냥 언제나 그랬듯 일요일에 나가 가만히 있다 오면 되었을 걸.
여차 저차 해서 일을 잘 마무리 짓긴 했습니다. 잘 마무리졌다고 하면 안 되나? 아무튼 양쪽에 다 찾아가 진실을 말하고, 제 잘못을 고백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진짜 쥐구멍이 있으면 찾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을 그때 알겠더군요. 내 자신이 그토록 초라해지는 경험이 있었던가. 그때 깨달았습니다. 거짓말은 절대 하면 안 되는 것이구나. 무엇보다 나를 위해서. 거짓말은 마치 내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행위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거짓말 하나가, 내 존재에 대한 거짓을 말하는 것처럼 와 닿았습니다. 내 거짓말 하나가 내 팔다리 하나씩을 갉아 먹는 것 같은 고통이었습니다. 아, 거짓말은 결코 해선 안 되는 거구나.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집니다. 부디,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길 제 자신을 책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