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급에 대한 단상
생활한문이라는 1학년 교필 수업을 졸업 학기가 되어서야 수강했다. 시험 볼 때 보니, 다 1학년인데 나만 4학년. 약간 창피하더라. 1학년 때 포강하지 말고 동기들과 끝까지 들을 걸. 후회가 밀려오면서도, 고학년의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이상한 오기가 발동했다. 열심히 공부했다. 물론 시험본 지 열흘이 지난 지금은 기억나는 게 전혀 없다는 게 슬프지만.
그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이번 키워드인 ‘급’에 대한 이야기를 한자로 풀어볼까 한다. 고학년의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이상한 오기. 급을 써서 한자키를 누르니 여러 가지 한자가 나오더라. 가장 눈에 띄는 한자가 있었다. 바로 넉넉할 혹은 줄 급(給). 급식할 때, 급을 이 한자로 쓴다. 음식을 넉넉하게 준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괜찮지 않을까.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처음 학교에 급식실이 생겼다. 무언가 설렜다. 당시만 해도 색다른 경험이었으니. 나도 나지만, 엄마도 좋지 않으셨을까.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도시락을 싸주지 않아도 되니. 물론 엄마는 그 이후로도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셨다. 그리고 훗날 그곳은 엄마의 직장이 되었다. 급식이 엄마를 편하게 해준다고 생각했는데. 업(業)이 되어버렸네.
세 분이서 삼백인 분의 식사를 매일 만드신단다. 밥이며 국이며 반찬이며. 이곳엔 급식의 급(給)뿐만이 아니라, 모든 급이 다 존재한다. 이곳엔 거둘 급(扱)도 있고, 물길을 급(汲)도 있고, 급히 갈 급(彶)도 있다. 곡식을 거둬들인다는 거둘 급, 물을 길러 온다는 급, 이 모든 걸 급(急)히 해야 하는 급도 있다. 그러다보니 위태롭다.(위태로울 급圾) 발이 땡땡 붓기도, 손톱이 날아가기도, 불에 데기도. 참으로, 위태롭다.
그래서 난 급식충이란 말이 참 마음 아프다. 급식의 급은 줄 급(給)만이 들어있는 단순한 급이 아니다. 학생들이 먹는 음식은 벌레들이 먹는 음식과 비견될만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엄마가 새벽같이 일어나, 내게 건넨 도시락이다. 그러니 급(등급 급級)으로 따지자면, 미슐랭의 별 세 개짜리보다도 더 높은 급(級)이다. 엄마는 말했다. 집에서보다 더 영양과 청결에 힘쓰신다고. 한식자격증을 괜히 딴 게 아니라며. 이것을 먹는, 그리고 먹었던 우리는 벌레일 수가 없다. 이것을 먹는, 그리고 먹었던 우리는 급식충(蟲)이 아니라, 급식충(翀)이다. 곧장 나아오를.
한참 먹고 클 나이. 뒤돌아서면 배고프겠지. 넉넉하게 준다고 해도. 나도 그랬다. 맛없다고 투덜대는 친구들도 꼭 한두 명 있지. 그래도 감사하다고 말하고, 맛있게 먹어라. 집에서도 꼭. (이건 나한테 하는 얘기.) 아무튼, 무수히 많은 급으로 이루어진 급이 다른 급식이다. 많이 먹고 무럭무럭 자라서 너네는 꼭 생활한문 같은 1학년 수업은 1학년 때 끝내길 바란다.
급식충(翀)들이여, 비상해라.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