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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깨비 Feb 01. 2017

졸업을 추억해

#11-1 졸업에 대한 단상



졸업 할 때, 어떤 인사를 건네면 좋을까요? 보통은 축하한다고 하잖아요. 이게 축하하는 일이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참 애매모호합니다. 일종의 피터팬 증후군이랄까요? 학교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는 게 두렵잖아요. 주변에서도, 돈만 많으면 평생 학교만 다니고 싶다는 애들이 있는 거 보면 몇몇의 문제는 아닌 거 같아요. 물론 공부가 좋아서는 아니겠죠. 밖으로 나가기가 무서운 거겠죠.     


그동안 자신을 규정지었던 정체성의 일부가 사라지는 게 졸업이잖아요. 자기를 구성했던 커다란 하나가 사라지니 요상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한 듯싶습니다. 갑자기 나를 드러냈던 옷이 사라지는 거죠. 이렇게 사라진 옷이 다른 옷으로 바로 교체가 된다면 다행스런 일일 겁니다. 그중에서도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의 명품 옷을 획득하거나 자기에게 꼭 맞는 맞춤옷을 입게 된다면, 에헤라디야죠.     


문제는, 그 다음 옷을 입지 못했을 땝니다. 발가벗은 상태로 얼마동안이나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그 막막함. 그렇기에 모든 이들에게 이 졸업을 향해 축하한다고 말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근데 또 이게 그동안의 노고와 어려움을 이겨내고 학업의 성취를 이뤄낸 졸업생들을 향해 축하해주지 않는다면, 누굴 칭찬해주시겠습니까? 축하받아 마땅하죠. 그럼에도 마냥 축하한다고 속 편히 말할 수도 없는 게 졸업식에서의 일이니,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인사는 어떨까 해요. ‘졸업을 축하해’ 대신, ‘졸업을 추억해’ 라고요. 졸업은 필연적으로 정든 것과의 헤어짐을 야기합니다. 오랜 시간 캠퍼스를 같이 거닐었던 소중한 친구들은 물론이거니와 어쩌면 그동안 피터지게 사투를 벌였던 학문과도 이별을 고해야할 지도 모르고,  내 간을 사정없이 적셔주었던 단골 술집도 가기 힘들어지죠. 그러니 ‘축하’한다고 하면 약간 섭섭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떠나보내는 모든 것들이.    


대신에 ‘추억’한다고 하면 어떨까요? 음, ‘기억해’보다는 ‘추억해’가 더 좋은 거 같아요. 기억이란 건 단지 정보만을 회상하는 듯한 느낌이라면, 추억은 감정이 들어간 거잖아요. 당신과 마셨던 술 한 잔에 애틋함과 지지리도 깐깐했던 교수님과의 학문적 다툼의 치열함 등은 기억이 아니라, 추억인 거죠. 약간 오그라드나요? 사실, 실생활에서 잘 사용하는 표현은 아닌 거 같아요. ‘추억해’라는 표현은. 그러니까, 오히려 졸업식 같이 특별한 날 사용하는 인사말로 더 좋지 않을까요? 그래서 나중에 만나게 되면, 그날 우리의 졸업식을 단순히 기억하는 게 아니라, ‘졸업식 추억해’라는 오그라드는 인사말로 추억하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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