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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깨비 Feb 01. 2017

아무말 대잔치

#12-2 화장실에 대한 상상(일부분 발췌)

(일부분 발췌)


“아이구~ 앞으로 더 가! 더!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될 건, 눈물만이 아니여!!”    


낯선 남정네의 다리를 물걸레로 사정없이 내리치는 청소 아주머니. 아주머니께 한 소리를 들은 남정네는 엉거주춤하며 변기에 찰싹 달라붙었다.     


“잘 털어! 잘! 한 군데 집중하고! 이렇게 질질 흘릴 거면, 앉아서 싸! 앉아서!! 소변기를 다 없애든지 해야지!”    

혀를 끌끌, 한탄 하시며 어김없이 소변기 폐지론을 주장하시는 청소 아주머니. 남자는 괜히 이 타이밍에 화장실에 온 걸 후회했다. 나오던 오줌도 쏙 들어가 버렸다. 남자는 재빨리 마무리하고 서둘러 화장실을 나갔다.   

 

“손 닦고 가야지! 손! 으이그 증말 더러워 죽겠어!!”    


서둘러 자리를 뜨는 남정네에게 친절한 배웅인사까지 건네는 청소 아주머니. 그녀는 남자들만이 들어올 수 있는 이곳을, 되려 주인행세 하듯이 다닐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이 회사 건물 안에서 아주머니는 이미 유명인사였다. 실제로 소변기 대신 좌변기에 앉아 볼 일을 보는 남정네들이 많아졌으니, 회사 사장님의 지침 강령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끼쳤다면 끼친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인가 남자 화장실에서 쩌렁쩌렁 울리던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기 시작했다. 이제야 맘 편히 볼 일을 볼 수 있다며 좋아하는 이들이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녀의 행적을 궁금해 했다. 남자 사원들뿐 아니라, 여자 사원들 사이에서도 사라진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주요 화젯거리였다.    


사실은 그녀가 이 회사의 대주주였다더라, 사장님 사모님이시더라, 산업 스파이였더라, 진짜 북한에서 보낸 스파이였더라 등등 별 이상한 소문들이 나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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