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문틈에 대한 상상
빼꼼. 빼에꼼.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게 전부였다. 세 평 남짓한 방 안에서 이따금씩 문틈을 통해 세어 나오는 빛들을 멍하니 마주했다. 한 동안은 저 너머를 궁금해 하기도 했었다. 문틈 너머의 빛들이 얼마나 간지럽던지. 가끔씩은 가슴이 조여오기도 했다. 아파라. 그는 그럴 때마다 허공에 대고 조용히 외쳤다. 애잔에 사무친다고. 그 작은 공간에 일순간 퍼진 그 음성들은 다시 그에게로 왔다. 더 깊은 사무침에 빠져들었다.
허우적. 허어우적. 사무침이 머리끝까지 차올라 숨이 턱턱 막힐 때도 있었다. 포기하면 편하다고 했던가. 문 밖의 세상을 체념하자, 문틈을 통해 때때로 방문하는 저 너머의 그 빛과 그 향만으로도 충분했다. 물론 사무침이 온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애잔한 그것은 좁디좁은 방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어 가끔씩 콕콕콕 그를 건들었다. 저 귀퉁이의 놓여 있는 그것을 무심코 바라본 날이라면, 어김없이 숨이 턱턱 막혀왔다.
똑똑. 또오똑. 흔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 노크소리. 그는 귀를 의심했다. 잘못들은 거겠지. 그러나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문틈을 통해 들어오는 그 소리는 그의 심장을 향했다. 혼란스러웠다. 항상 상상으로만 했던 일이 일어났다. 문 앞에 다가섰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문고리가 있었다. 몇 번이고 손을 올렸다가 내렸다가를 반복했다. 노크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가 문고리를 돌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철컥. 처얼컥. 차갑게 부딪히는 마찰음만이 메아리쳤다. 깊게 내쉰 그의 한숨이 방안을 뿌옇게 만들었다. 짙은 안개 속을 헤집고, 귀퉁이에 있던 애잔함으로 가득 찬 그것을 집어 들었다. 잘 품어지지 않는 그것과 실랑이를 펼쳤다. 그것을 품어보니, 턱턱 막혀있던 응어리가 해체되는 기분이었다. 그것에는 애잔함만 있는 게 아니었다. 여러 복합적인 것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일일이 나열하기 힘든 무수한 것들. 하나 분명한 것은, 그것은 곧 그였다.
터벅. 터어벅. 발걸음을 내딛었다. 힘찬 발걸음은 아니었으나, 결의는 분명히 보였다. 다시금 문 앞에 섰다. 문틈 사이로 흘러 들어오는 그 빛과 그 향은 더 이상 그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문틈이 전해주는 그것이 전부였을지도 모른다. 문을 활짝 열고 마주한 그 빛과 그 향이 오히려 역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그는 문 밖으로 향하기로 했다. 열리지 않는 그 문고리를 부수고서라도. 그 수리비까지 마땅히 부담할 각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