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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북 Feb 15. 2022

고장 난 집

댁 전등은 안녕하신가요?

이 집에 들어온 지 18년이 됐다.

원래 오래된 아파트이긴 하지만 그동안 여기저기 고치고 꾸미며 꾸역꾸역 잘 살아왔다.

사람도 한 군데 아프면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고 열나고 토한다더니, 우리 집도 여기저기 고장을 일으키며 마구 토를 해대고 있다.


베란다 천장에 페인트가 벗겨지고

거실, 안방 벽지가 뜯기고

세탁기에 연결된 수도가 망가지고

주방 싱크대 수도에서 물이 새고

화장실 세면대는 막히고

방 전등은 나갔다.


당장 급한 것부터 순서를 정해 수리에 들어갔다.

세탁기 수도 교체

주방 싱크대 수도 교체

베란다 페인트칠 완료

막힌 화장실 세면대 시원하게 뚫어~


거실과 안방 벽지는 대공사라 여러 업체를 알아봐야 하기에 제일 뒤로 미뤘다.


문제는 방 전등인데

나가버린 방 전등은 현재 6개월째 나랑 대치중이다.

다른 건 어찌 내가 다 고치고 하겠지만 LED 전등은 인터넷을 뒤져도 대체 어떻게 교체해야하는지 모르겠다.

남편한테 여럿차례 요청했지만 매번 '알겠어'라는 대답 후 그 어떤 액션이 없다.

한 두 번 있는 일이 아니라서 묵묵히 기다렸지만

이번에는 좀 화가 난다.

우리집은 우리가 아닌 나만의 집인가?


어두운 그 방이

깜깜한 그 방이

너무 불편하다.

주말에 한 번 더 간곡히 요청했지만 결국 '알았어' 후 또 한주가 지났다.


나의 고민에 돈 주고 전문가에게 부탁하라는 조언을 듣지만,

작은 방 등 하나 교체하는데 출장기사님을 부른다는 게 너무 속상하다.


공학대학원을 나온 남자는 전등을 발로도 갈 줄 알았는데,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이렇게 또 한번 나는 선입견의 큰 오류를 발견한다.


철학자 가다머에 따르면 '선입견'은 우리의 모든 정신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과거의 경험들이 축적되 선입견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과거에 공대 출신들은 전등을 잘 갈았었나? ^^;

이때 비판적 이성이 작동해 상대방의 생각을 해석하고 이해해야한다고 하는데, 그게 해석이 안된다. 이미 내 이성은 화로 차올랐고 내 이해는 한계에 도달했다.


어쨌든 현재 우리 집 전등은 안녕하지 않으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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