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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시 Sep 15. 2022

콘도르와 알파카, 만년설의 도시 아레키파

백색 화산석 도시 아레키파의 다채로운 매력

  페루에 그랜드캐니언의 두 배 깊이나 되는 협곡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이름도 생소한 아레키파(Arequipa)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협곡인 콜카 캐니언, 페루의 상징인 콘도르와 알파카, 만년설로 뒤덮인 5,800m의 미스티 화산 등 독특한 자연 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고원 도시이다.


 리마에서 비행기를 탈 경우 한 시간 반여면 도착하며, 또는 쿠스코에서 볼리비아 이동 시 경로 상 중간에 위치해 있어 경유 도시로도 더할 나위 없다.

라 콤파니아 성당(Iglesia La Compañía)

 시내 대부분의 건물이 하얀 화산석으로 지어져 '백색 도시'라는 별명을 얻은 아레키파. 페루의 여타 도시들의 경우 대부분의 건축물들이 갈색 또는 주황색을 띠고 있다면, 아레키파는 성당과 광장뿐만 아니라 거주민들의 생활공간 역시 화산석 재질이기 때문에 모든 골목골목이 상앗빛의 향연이다.

위 : 차차니 화산, 아래 : 미스티 화산과 차차니 화산

 아레키파는 안데스 산맥에  싸여 있는 고산 지대인 동시에, 예로부터 화산 폭발과 지진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어찌 보면 인간이 터를 잡고 살아가기에 혹독한 환경이라고   있지만, 되려 이러한 이점(?) 덕분에 스페인 침략 시절 지어진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훼손 없이 순백색을 유지할  있었다.


 시내 어느 곳에 가도 우뚝 솟은 미스티 화산(Volcán Misti)이 환히 보이며, 원하는 이는 산에 올라 움푹 파인 분화구 앞에서 인증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미스티 화산은 15세기 이후 크게 분화한 적은 없었으나, 인근의 산들은 최근까지도 크고 작은 폭발을 계속하며 화산재 피해를 주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 매해 미스티 화산을 뛰어 올라가는 경주가 펼쳐진다고 하니, 평소 고산병이 없는 이라면 도전해 보아도 좋을 듯하다.


 지금부터는 아레키파를 여행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관광 포인트 세 곳과, 페루 남부 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미식 포인트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1. 콜카 캐년
(Cañón del Colca)

 아레키파 콜카 캐년 투어의 경우 당일치기 코스, 1~3박 트래킹 등 스케줄과 가격 스펙트럼이 넓다. 아르마스 광장에서 성당을 마주 보았을 때 기준 왼쪽 거리에 여행사가 즐비해 있으니, 식사와 차량 등의 옵션을 확인하고 최대한 흥정을 시도하면 된다.


 필자가 이용한 투어는 아르마스 광장에서 새벽 두 시 반에 차량이 출발한다고 공지되어 있었으나, 역시나 페루비안 타임으로 모두가 늦게 탑승해 세 시 넘어서야 버스가 떠날 수 있었다(아무리 스페인과 중남미 사람들이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기로 유명하다지만, 그중에서도 미적거리기로는 페루가 최고인 듯하다).

 협곡 구경에 앞서 마카(Maca)라는 작은 마을에 들른다. 알록달록한 수공예품과 전통 의상을 괜찮은 가격에 살 수 있으며, 1~2 솔 가량의 팁을 주고 동물들과 사진을 찍고 만져볼 수 있다. 필자는 마카에서 처음으로 새끼 알파카를 보았는데, 사진을 찍던 도중 알파카가 입을 오물거리기 시작하면 이는 침을 뱉을 것이라는 신호이므로 당장 피하라는 썰이 있다.

콜카 캐년을 환히 볼 수 있는 명소는 Mirador Cruz del Condor, 즉 콘도르의 십자가 전망대이다. 이 부근에 다다랐다는 것인즉슨 엄청난 고지대에 진입했다는 뜻으로, 높은 지대가 처음인 이라면 심한 고산병을 느낄 수 있다. 투어사에서 제공하는 코카차를 수시로 마시거나, 시내에서 미리 소로치필(고산병 방지약)을 사 오는 것이 좋다.

 

 고산병 증세는 사람마다 다르나, 필자의 경우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며 눈앞이 흐려지고 손발이 저려 움직이지 않는 형태로 고산병이 찾아왔다. 이때 바로 소로치필을 먹으면 구토할 가능성이 높으니, 일단 과일과 초콜릿 등을 가볍게 섭취한 후 약을 삼키는 것이 좋다.

콜카 캐년에서 콘도르를 한 마리라도 보았다면 성공한 여행이라고들 한다. 때문에 Mirador Cruz del Condor는 콘도르를 보려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북적이는 인파에 정신없이 휩쓸릴 수 있으나, 잠시 전망대 밑을 내려다보면 그랜드캐년 깊이의 두 배나 되는 계곡에 눈앞이 아찔해진다.

 직전에 방문한 지인들은 콘도르 똥꼬도 못 보고 왔다지만, 나는 운이 좋아 거대한 콘도르를 아주 떼로 볼 수 있었다. 잉카 제국에서는 이 새가 저승과 이승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하는 불멸의 존재라고 믿었으며, 현재까지도 안데스 산맥 원주민들은 콘도르를 성스러운 동물로 여긴다.



2. 야나우아라 전망대
(Mirador de Yanahuara)

 아레키파 아르마스 광장에서 가볍게 걸어서 방문할 수 있는 야나우아라 전망대. 낮에는 아레키파의 삼대 화산인 미스티, 피추 피추, 차차니가 시원하게 눈에 담기고, 저녁에는 땅에 주황색 별이 내린 듯 따스한 빛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화산석으로 만든 백색 아치들에는 아레키파 출신 사상가 및 유명 인사들의 명언들이 새겨져 있으며, 전망대 뒤편에는 수공예품 샵과 레스토랑, 카페, 호텔 등이 즐비하다.

 꽤나 명소인지라 결혼 스냅사진을 촬영하는 커플,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이 많더라. 더불어 기타 연주 등의 버스킹도 진행되기에 로맨틱한 분위기 속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제격이다.

 야경을 구경하다 출출해지면, 야나우아라 광장 옆의 포장마차에 들러 전통 음식을 맛보도록 하자. 페루식 튀긴 도넛인 부뉴엘로(Buñuelo)는 쫄깃한 반죽을 바로 튀겨낸 후 달콤한 시럽을 듬뿍 묻혀 주어 든든한 야식으로 그만이다.



3. 산타 카탈리나 수녀원
(Monasterio de Santa Catalina)

 아레키파 시내의 색을 죄다 흡수해 간직해 둔 듯한 산타 카탈리나 수녀원. 대부분의 시설이 쨍한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섬세한 디테일 없이 색채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음을 증명하는 곳이다.

 수녀들이 종교 활동을 영유하던 공간, 침실과 부엌 등의 생활공간이 너무나 잘 보존되어 있으며, 스페인 유명 도시의 이름이 붙은 길목마다 총천연색의 화분이 가득해 마치 하나의 아름다운 마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걷다 지치면 잠시 쉬어 갈 카페 등 휴식 공간 역시 넉넉해, 오래 머물기에도 손색없는 관광지 산타 카탈리나 수녀원.

 아레키파에서 놓치면 후회할 만한 포인트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무조건 산타 카탈리나 수녀원이라고 답하겠다. 벤치에 앉아 산들바람을 느끼며 색감을 감상하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곳.



번외) 아레키파의 미식 포인트

라 콤파니아 성당 내 레스토랑 La Benita

 이 글에서는 아레키파를 소도시인 양 소개하고 있지만, 사실 리마와 쿠스코에 밀려 관광지로서의 유명세가 덜할 뿐이지 페루 내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도시이다. 그 규모만큼이나 지역 식문화도 꽤나 발달해 먹고 마실 거리가 다양하다.


 아레키파에서는 어떤 식당에 들어가도 모든 음식이 맛있었다(사실 페루 음식이 중남미에서 가장 맛있다고 정평이 나 있긴 하지만).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음식 중 하나인 로코토 레예노(Rocoto Relleno)는 '로코토'라는 이름의 페루 고추의 속을 파 간 고기, 양파, 오레가노, 아히 고추 등의 향신료와 치즈를 꽉 채워 구워 내는 요리이다. 향긋하지만 담백하고, 쌀과 달걀 등을 곁들여 내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다.

Zig Zag Restaurant

 그리고 아레키파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 중 하나인 Zig Zag에서는 다른 곳에서 절대 맛볼 수 없는 알파카 스테이크를 판매한다. 전날 알파카를 껴안고 기념사진을 찍었던 기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뜨거운 화산석 위에 올린 알파카 구이와 소고기, 양고기, 알파카 고기를 다져 만든 햄버그 스테이크에 집중하게 된다.


 알파카 고기는 조직이 잘 부스러지는 닭고기 식감으로, 잡내가 없고 기름기가 적어 거부감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위 : Zig Zag Restaurant                   아래 : La Benita

 디저트 중 가장 유명한 메뉴는 께소 엘라도(Queso Helado)로, 우유를 오랫동안 젓고 굳혀 크림치즈 맛이 부드럽게 우러나오는 셔벗 형태의 아이스크림이다. 향긋한 유지방 맛이 매력적이기에 과일을 곁들여도, 초콜릿이나 시나몬을 올려 먹어도 잘 어울린다.

Wayrana Restaurante

 마지막으로 소개할 메뉴는 아레키파식 수프인 츄뻬 데 까마로네스(Chupe de Camarones). 껍질이 단단한 민물새우를 진한 육수에 넣고 푹 끓여낸 국물 요리이다. 옥수수와 감자, 콩 등 구황작물과 치즈가 듬뿍 들어가 든든하면서도, 일교차가 심한 아레키파에서 몸이 절로 노곤노곤해지는 음식이다. 지역 전통 맥주인 Arequipa 맥주를 곁들이면 더더욱 행복하다.




 낮과 밤 모두 아름다운 도시 아레키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하얗게 빛나는 아르마스 광장이 해질 무렵 잘 익은 홍시 빛깔로 물들며 찬란한 주황색으로 빛나던 찰나였다. 매 순간이 빛나는 백색 도시 아레키파 역시 당신의 여행 버킷리스트에 담아두는 건 어떨까?





▽ 아레키파 여행 관련 링크

https://www.peru.travel/pe/destinos/arequi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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