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속에 답이... 있나?
25살. 또래보다 입대가 늦은 전역을 했다. 강원도 홍천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국밥을 시원하게 한 그릇하고 초조함과 설레는 군화소리는 사방에서 들려왔다. 서울행 고속버스. 홀가분한 마음에 눈이 저절로 감기며 잠이 들었다. 강변 터미널에 도착해서 지하철을 타려는데 역무원이 안 보인다. 그리고 다들 무언가 카드 같은 것을 "띡" 찍고 개찰구로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불과 2년 만에 지하철은 티켓에서 카드를 찍고 타는 방식으로 변했다. 어쩔 줄을 몰라서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다가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관찰했다. 그러다 어떤 자판기 같은 곳에서 카드를 뽑는 사람을 발견하고는 슬금슬금 자판기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워낙 낯가림도 심하고 성격 자체가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을 어려워했다. 그래서 관찰을 열심히 한 후 카드를 뽑았다. 내심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다들 그런 기분 있지 않은가? 스스로 무엇인가 해낸 그 기분. 카드를 들고 개찰구를 향해 가서 사람들이 카드를 찍는 곳에 똑같이 대고 찍는데 잔액이 부족하다는 큰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한번 더 대어 보지만 똑같은 소리가 반복될 뿐. 활화산처럼 빨개진 얼굴에선 당장이라도 화산이 분출될 듯했다. 잠시 나와서 심호흡을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충천을 하는 기계가 보인다. 그때 이 시스템의 구조가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아, 충천을 하고 카드를 찍는 것이구나.'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며 새로운 규칙을 하나 배웠다. 충전한 카드를 찍고 친척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가족이 없기에 며칠 친척집에서 신세를 지고 잠실에 원룸을 구하며 어리숙하고 띨띨한 진짜 청춘이 시작되었다.
시간은 흐르고 원래 인생이 이렇게 고통스럽고 힘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을 때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씨 그냥 무작정 떠나고 싶다.' 한때 박카스 광고는 청춘의 도전에 대한 내용을 그렸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방송으로 몇 번 보았던 국토 대장정이 기억이 났다.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그 행위. 숭고하거나 그런 의미는 전혀 없었고, 그저 다른 고생을 해보고 싶었다. 돈에 치이는 삶이 아닌, 진짜 고생하며 세상에 부딪히는 그런 삶이 궁금해졌다. 그 열정적인 욕망은 점점 커져가며 마음을 가득 채웠다. 가득찬 마음은 청춘의 욕망이 넘쳐흘러 견딜 수가 없어졌다.
컴퓨터를 켜고 초록색 창을 검색하기 시작한다. 하루를 멀다 하고 검색에 시간을 쏟아내며 정보를 모았다. 그러다 찾은 어떤 청년의 국토종주 스토리를 보았다. 텐트와 식량을 짊어지고 떠나는 젊은 청년의 여정 길. 그의 열정을 담은 여정을 며칠간 인터넷으로 따라 걸었다. 매 순간 두근거리는 심장은 열정을 쏟아내고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다. 미래에 대한 약속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삶이었지만 무작정 해내고 싶었다. 그날 저녁 G마켓에서 가장 저렴한 등산용 가방을 샀다. 그리고 하늘이 보이는 1인 텐트와 실용적인 버너, 캔 가스4개 , 청춘의 상징 라면 등등.... 대략적인 것들을 구매했다. 하도 두근대는 통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리고 1년을 다니던 레스토랑을 퇴사했다. 퇴사하는 날 화창한 햇빛에 기분이 정말 째졌다.
퇴사한 다음 날. 새벽부터 짐을 챙기고 그동안 알아본 코스로 출발한다. 가려고 하는 길은 이름하여 4대 강 자전거 국토종주 길. 27살, 길에서 첫 도전이 시작되었다. 사회에서 처음으로 찍었던 티머니, 이번엔 내 다리가 티머니였다. 두근거리는 마음과 솟구치는 열정, 그리고 뜨거운 햇살. 청춘을 쓰기에 아주 좋은 조건 아닌가?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앞으로 나아갔다.
다음 이야기: 서울 -> 경기도 양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