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몇 년 전 블로그에 썼던 글 중 하나이다. 브런치에 올리기 위해 문장을 조금 다듬어 보았다.
어렸을 때 어디선가 현상학에 대한 개론서 비슷한 것을 읽었다.
감정 이전에 관념이 있다는. 관념이 감정을 낳기 때문에, 그래서 관념이 바뀌면 감정도 바뀐다는 그런 내용을 읽었다. 나에게는 나름 중요한 깨우침이었던 것 같다.
그 후 한 프랑스 철학자의 두꺼운 현상학 책에 도전했었다. 단 한 장도 이해하지 못하겠더라. 하지만 가끔은 단 한 줄 배운 철학이 실용적일 때도 있는 법이다.
우리의 마음은 온갖 소음으로 늘 어수선한다. 그 소음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면 세월은 어느새 훌쩍 지나가 있곤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우리가 자유로운 존재라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자유롭기 위해서는 인간은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가끔 고양이처럼 아름다운 생물을 보면서, 그들의 사유 구조를 상상해 보려 시도한다.
물론 고양이가 사유라는 걸 할리 없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인식할리도 없다. 또 인간들처럼 자기 안의 관념과 투쟁을 벌이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궁금하다.
고양이처럼 아름답고 단순하게 존재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가끔은 사람도 고양이럼 단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의 마음은 그 구조가 너무 복잡해서, 흐르듯 살아가기를 방해한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