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이 글을 처음 쓰고 8년이 흘렀다.
안타깝게도 나는 불어 공부를 계속해 나가지 못했다.
그나마 조금 배웠던 불어마저도 완전히 잊어버렸고,
영어를 제외하면 일상에서 사용할 일이 없는 스페인어도 많이 퇴보했다.
그 게으름에 대한 핑계를 대자면 한 이백 가지쯤 나열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사는 곳 근처에 시네마테크가 하나 있다.
얼마 전 일요일 오후, 로베르 브레송의 <어느 시골 본당신부의 일기, 1951>를 보러 갔다.
커다란 스크린과 맨 아래 영어 자막을 번갈아 보는 일은 꽤나 피곤했다.
어느 순간 나는 자막을 포기하고 불어 대사를 그냥 따라 듣기 시작했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말은 거의 없었지만, 그 운율을 따라가는 것은 가능했다.
조금 시간이 흐르자, 귀에 들려오는 어떤 작은 것들이 있었다. 비록 그 의미는 여전히 몰랐지만.
바로 불어 사운드의 질감들.
배우들이 어떤 감정을 실어서 대사를 말할 때, 그 감정의 촉감을 귀로 더듬듯 느낄 수가 있었다.
내가 한때나마 불어를 배운답시고 낑낑대는 일이 없었더라면 결코 얻을 수 없었던
그런 작은 즐거움이었을 것이다.
외국어를 배우는 즐거움이란 이런 것 같다. 언젠가 다시 한번 불어에 도전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