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가 나와, 섹스가!

에필로그

by 하도

"Sale sexo, Sexo. Cuidate!"

(살레 섹소, 섹소. 꾸이다떼!.)


이 말은 스페인 체류기간 동안 들은 가장 인상 깊었던 스페인어 프레이즈로

내 기억 속에 콕 박혔다.


아직까지도 그 순간이 가끔씩 떠올라, 혼자 피식거리곤 한다.


8년 전 쓰다가 만 미완성으로 남아있던 글이었다.

내가 어릴 때부터 즐겨 쓰던 소통 실패 이야기.


정말 쓰기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콩트에나 어울릴 법한 이 이야기를 놓고 처음에는 스케치 정도로 가볍게 쓰려던 참이었는데,

비록 내가 원래 긴 글을 좋아하긴 하지만

당시 글을 쓰면서 생각보다 분량이 많이 나와 스스로도 놀랐다.


아마도 그 순간이 내 잠재의식 속에서 오랜 시간 돌고 돌았나 보다.


각기 다른 구성의 버전만 서너 가지였다.

그중 가장 괜찮아 보이는 하나를 골라 완성시켰다.


시작과 끝부분에 강렬한 이미지 두 개가 자리 잡고 있던 이야기였고

그 사이를 해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을 것이다.


밑바탕은 결국 나 자신의 미숙함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지금의 구성이 보다 보편적인 무언가를 끌어내기에 적합해 보여서 골랐다.


그리고 해석이 실제 사건을 넘어서버린 지금, 이 글은 거의 픽션처럼 느껴진다.

물론, 리디아가 진짜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가끔은 무엇이 일어났느냐보다 무엇을 경험했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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