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그 블로그에 썼던 또 다른 글이다.
문장을 다듬고 새로운 문단을 몇개 더 넣어 보았다.
이번엔 어떤 에필로그를 써볼까 하고 빈 스크린을 응시하다가
문득 이 글은 표면적으로는 기억력에 관한 글이지만,
동시에 내가 가진 공허감에 관한 글이기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쁜 기억력이 그 공허감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둘은 어딘지 모르게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그 공허감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다.
어릴 때는 타고난 기질적 요인이 더 강했다면 심리적으로 건강한 지금은,
기질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것과 어쩔 수 없는 삶의 조건 사이의 어떤 자잘한 부조화에서 오는 것 같다.
그게 어떤 것인지 말로 설명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엄살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항상 세상에서 분리된 듯한 그 느낌을 껴안고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남들은 이런 내 모습을 눈치채기 힘들고,
스스로도 요령이 생겨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잘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현실에 두 발을 단단히 뿌리내리고
무언가에 애착을 쉽게 느끼는 사람들이 늘 부럽다.
이 글은 붙잡으려 할수록 달아나 버리는 어떤 것들에 관한 것이다.
그것들과는 술래잡기를 하기보다는, 그 성질 그대로 공존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치 고양이를 키우는 것처럼.
진지해지지 말 것
진지해지지 말 것
진지해지지 말 것
내가 스스로에게 늘 중얼거리는 말이다.
아마도 내 글들은 모두 그 진지함과 가벼움 사이 어디선가 치는 몸부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