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에 정확히 영면
'하루를 네모 반듯하게 살아라'
달력 씨(乙巳, 년)는 평소 자신의 가르침에 따라
올곧이 1년(365일)을 살다가
오늘 완전한 삶의 종점에 이르셨습니다.
건강하게 천수를 누리다 정확히 자정에 이르러
영면에 들었다고 전해졌습니다.
네모 반듯한 가운데에
잊지 말아야 할 것과
중요한 것은 써놓으라고
하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렇지만 네모가 너무 작지 않냐는
대중의 비판을 무시한 고집,
한번 지나간 네모는 철저히 무시되는 점,
준비 덜된 우리를 강제로 다음 네모에 밀어 넣은 점,
비판의 여론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널리 알려진 그의 가르침은
'한 달의 잊혀짐'이었습니다.
한 달의 한 장을 넘기면
기쁨은 절제하고
성공은 겸손하고
슬픔과 걱정은 잊어라.
달력 씨는 '한 달의 잊혀짐'의 작은 실천으로
예술을 선택했습니다.
멋진 풍경으로 거실을
맛있는 음식으로 주방을
말끔한 수영복으로 아들방을 (고인의 취향은 종종 가족과 달랐습니다)
바둑판같이 반복되는 생활에 잊힘의 여유를 안겨주었습니다.
고인의 몸은 국가, 종교의 대소사를 누구보다 먼저 알리는데 앞장섰고
마음은 달, 불, 물, 나무....
검은 흙빛의 노동, 붉은 태양빛의 휴식을 그리워했습니다.
추모에 동참하고자 하는 분들은
마지막 남은 한 칸을 고인에게 '아듀~ 2025' 써주시는데 할애해 주시길 바랍니다.
추모기간은 2026년 달력이 걸리기 전까지만입니다.
장지는 재활용쓰레기 수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