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생으로 회생
[사물일보 편집국]
병오년을 적토마처럼 힘차게 달려가시길 기원합니다.
편집국은 지난 한 주 동안 사물들을 만나 죽음을 상의했습니다.
그러나 새해 첫 주부터 죽음을 이야기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편집국 또한 양심의 무게로 고민은 깊어졌습니다.
부고기사가 공백으로 나가게 된다면
그것은 부고기사 씨에게 내려지는 사망 선고입니다.
부고기사 씨는 예정된 사망 선고를 맞이할 바에는
자기 모순된 희생을 선택하셨습니다.
[부고기사]
누군가 지나간 자리를
글자로 모아 담고
검은 테두리를 둘러 입고
마지막 예절을 대신 말해주던 분.
그의 삶은 종종 오해를 받았습니다.
죽음에 붙어 다니고
죽음을 팔아먹고 산다며
천대받기 일쑤였지만
불만을 기사로 쓰지는 않았습니다.
죽은 자의 이야기를 먼저 챙겼습니다.
고인은 위대함과 하찮음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모든 끝을 같은 칸에 눕혔고,
죽음 앞에 모두 평등한 존재라는 걸
알리셨습니다.
이번엔 그 칸에 고인이 들어가
스스로 눕기로 하셨습니다.
부고기사 씨께서 본지 편집국으로 다음과 같이 실어달라고 당부 하셨습니다.
"나의 희생으로 많은 이들을 살릴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그러나 고인은 유족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고 합니다.
“유언장은 없다. 장례도 없다. 관에 못을 박지 마라. 다음 호를 확인하라.”
물론 고인의 결정에
고인의 죽음은 부고기사의 연장을 말하며
죽음을 가장한 계산된 마케팅 아니냐
죽음마저도 고인의 비즈니스 아니냐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지만 고인은 침묵했습니다.
유족이 전한 고인의 말에 따라
장례식은 없을 예정입니다.
추모는 각자.
3초 묵념 후, ‘다음 호 확인’을 잊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고인의 뜻이자, 고인의 사업입니다.
고인은 관 속이 아니라 지면 속에서 연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