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투고] 호칭 속에 갇힌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

by 잭옵

[독자 투고] 호칭 속에 갇힌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


사람들이 불러주는 호칭과 자기 이상 사이에서 고뇌했던 다리미 씨의 명복을 빕니다.

다리미 씨의 고민이 개인의 고뇌를 넘어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저를 보면 당연하다는 듯 '화장지'라고 부릅니다.

"화장지 좀 가져와." 식당이나 거실, 어디서나 들리는 말이죠.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저는 화장을 하지도, 화장을 돕지도 않습니다.

제 주요 업무는 오로지 '뒤처리'와 '위생 관리 및 의료'입니다.

제 활동분야를 통계로 확인해 보면 42%는 위생작업이 나머지 58%는 대장항문외과 작업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제 이름은 화장입니까?

제 친구 '이쑤시개'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생 남의 입속을 돌보며 헌신하지만, 끝내 '개'라는 비천한 호칭으로 불립니다.

사무실의 화이트칼라인 '지우개' 씨는 또 어떻습니까?

지우는 일을 업으로 삼는 전문가임에도 그 역시 '개'로 불리며 하대당합니다.

이제는 바로잡아야 합니다.

화장지는 '위생지'로, 이쑤시개는 '이쑤시사(士)'로, 지우개는 '지우사(士)'로 격상해 부르는 사회 운동을 제안합니다.

다리미 씨와 비슷한 이유의 또 다른 장례를 막고 싶습니다.

사물일보가 이 이름 찾기 운동의 선봉에 서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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