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박스 씨(黃, 골판지) 별세

분류: 사물, 살해

by 잭옵

유통업계 거목 박스 씨(黃, 골판지)가 어제 오후 11시경,

주소지 현관문 앞에서 납작하게 접힌 채 발견되었습니다.

바닥에는 하얀 스티로폼 가루가 흩어져 있었습니다.

수사 당국은 현장에서 발견된 커터칼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으나,

배후에 '로켓 배송'을 종용한 인간의 조급증이 있다고 판단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고인의 유지에 따라 고인이 원하신 형식으로 추모하겠습니다.


공간의 조각 ★★★★☆

공간 일부를 케이크 자르듯 썰어 안과 밖을 나누고,

귀중한 것은 안에 들이고 조각난 공간을 휴대 가능하게 하셨습니다.


외강내유 ★★★★☆

단단한 몸은 예측하지 못한 외부 충격을 견디고

안은 가볍고 부드럽게 채워 소중한 것을 지키셨습니다.


전달 ★★★★★

도착하면 바로 비워지면서도, 끝까지 목적지를 배신하지 않으셨습니다.


기하학적 긴장감 ★★★☆☆

항상 긴장된 자세로 날카로운 각을 유지하셨습니다.

각을 유지하느라 스스로 편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무소유 ★★★★★

남의 물건을 안아보기만 했지 소유한 적이 없습니다.


누렇게 ★★★★☆

햇빛과 창고의 시간을 먹고 누렇게 익어가셨습니다.

새것처럼 하얗지는 않았지만, 그 누런빛이 오히려 많이 버틴 분의 신뢰였습니다.


반품 ★★★★★

삶의 연장이며 왔던 길을 다시 더듬는 초과근무였습니다.




[유족 지원 고지] 무소유 접기 클래스 - 박스 씨 추모 실습반

고인을 추모하며 박스 접기
도착과 동시에 폐기되는 자세도 연습합니다.

-실습: 각(90도) 유지 / 테이프 자국 재현 / '취급주의' 예쁘게 붙이기

-심화: 완충재 배치(스펀지,신문지) / 반품(연장근무) 접수서 작성

-수익금: 유족에게 일부 전달(예정)

※ '일부(예정)'에는 재료비, 대관료, 기록비, 강사료 등 현실적 요소가 포함됩니다.
※ 본 안내는 기사 내용과 무관하며, 편집국의 추천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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