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도 검증된 방법을 통해 전략적으로.
내 삶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 한다면, 열등감을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말하겠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야 다양하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열등감은 내가 살아오는 동안, 언제나 내 뒤에서 그림자처럼 나를 졸졸 따라다녔다는 점이다. 소위 내 삶의 터닝포인트라 부르는 지점들은 모두 그런 열등감에서 잠깐 벗어났을 때였다. 내가 비교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못나지 않고, 쓸모없지 않고, 가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한 단계씩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종류의 열등감이 나를 찾아오곤 했고, 그간 극복해왔던 시간들을 되새기더라도 '과연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열등감이란 해결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가야 하는 숙명 같은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김어준이 말하기를 자신감은 남과 비교했을 때 자신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며, 자존감은 비교 없이도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던데. 그렇게 정의한다면 나는 자신감이고 자존감이고, 구분할 필요도 없이 전부 바닥인 사람일 테다.
그러던 중 자존감 테스트를 해봤다. 결과는... 자존감 쪼꼬미... 밑에는 내가 아직 나의 가치를 모르는 것 같다고 코멘트가 달려있었다. 과연. 정밀한 테스트지는 아니었지만 진짜 그런 듯 싶기도 했다.
자존감 테스트가 있던 페이지는 마인딩이라는 온라인 자존감 향상 서비스의 웹사이트였다. 거기에 대표의 서비스 소개 글이 있었는데, 마음이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말하는 것이 퍽 와 닿았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했고 어쩌면 지루하기까지 한 메타포지만 이전에는 한 번도 그 창을 '닦아야 한다'고는 생각해본 적 없었다. 마음을 닦는다는 것은 어떤 걸까? 운 좋게도 대표 옥민송님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생겼다.
흔쾌히 사무실도 구경시켜주신다기에, 버스를 타고 쪼르르 달려갔다. 도착한 나를 발견하신 민송님은 멀리서부터 함박웃음을 지으며 걸어오셨다. 뵙기 전까지는 대표라는 직함 때문에 조금은 딱딱하거나 날카로운 분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보자마자 손도 잡아주시고, 사무실로 가는 내내 꿀 떨어지는 눈으로 바라봐주셔서 나도 괜히 슬슬 미소가 지어졌다.
사무실을 둘러본 후 팀원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나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Q 오는 길에 브런치에 쓰신 글들 읽었어요. 원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하셨는데, 진로를 전환(스타트업 대표)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A 갑자기는 아니고요. 최초의 꿈이 작가였고, 아나운서, 변호사도 생각했다가 아나운서 하면서 글 써야지 이런 식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고등학교 때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강연가가 되기로 했던 것 같아요.
Q 강연가요? 그건 어떻게 갖게 된 꿈인가요?
A 고등학교 때 짝꿍이었던 친구가 항상 자긴 80점만 나와도 좋겠다고 얘기했어요. 근데 쉬는 시간에도 안 쉬고 수업시간에도 한 번도 안 졸고, 정말 열심히 공부했거든요. 80점이 안 된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하고 충격을 받았죠.
왜? 왜? 하면서 얘기를 많이 해봤는데, 그 친구가 기대를 전혀 안 하더라고요. 본인이 80점을 넘을 수 있다는 기대를. 좀 더 얘기를 해보니까 강박이 있더라고요. 쉬면 성적 떨어질 것 같고, 노래 한 곡 들으면 성적 떨어질 것 같고. 이렇게 열심히 하는 친구는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마음이 강해져서 기말고사 끝나고 계속 얘기를 했어요.
기대를 해야 오른다, 충분히 하고 있는데 안 오르는 거니까. 공부법이나 공부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문제인 것 같다. 음악도 들어보고, 쉬기도 하고 그래 봐라. 고 했는데 고맙게도 그 친구가 제 조언을 들어준 거죠. 방학 때 매일 연락을 했는데 공부도 조금 더 마음 편하게 하고, 하기로 한 만큼 다 하면 쉬고. 하루에 음악도 30분 이상 듣는다고. 장족의 발전인 거예요. 하루하루가 되게 편해졌다? 즐거워졌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개학하고 첫 모의고사를 쳤는데, 친구가 과목별로 20점 이상씩 올랐어요. 그냥 방학 지나고 나서. 그 친구 입장에선 공부를 더 안 했는데. 이게 제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사건 중 하나거든요. 그 친구가 채점을 다 하고, 제 자리로 시험지를 딱 가지고 와서, 평균 20점이 올랐다고 막 울었어요. 막 같이 울면서, 너무 기뻤어요. 그때 빛날 수 있는 사람을 반짝이게 하는 게 되게 행복한 일이구나,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강연가에 대한 꿈도 커졌죠. 고등학교 때쯤 꿈을 정리하기를 '타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다. 이 방향이면 그 길이 어떤 길이든 내가 즐겁게 갈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점에서 마인딩(스타트업 대표)이 제게는 진로의 변화가 아니고, 그 길에 있다고 생각해요.
짝꿍이 시험지를 들고 자리에 찾아와 울었다는 대목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였다. 민송님은 어떻게 자신의 일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일에 그만한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줄 수 있었을까? 나 살기도 급급한 세상에. 다른 사람을 이 정도로 들여다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게, 내게는 아직도 어려운 일이다.
Q 그렇군요. 그런데 어떻게 그 친구에게 그 정도의 관심을 쏟을 수 있었는지가 궁금하네요. 사실 입시 준비하다 보면 자기 일만 신경 쓰기에도 정신이 없잖아요. 혹시 민송님께도 그렇게 해준 사람이 있었나요? 아니면...
A 음, 따로 그런 분은 없었고요. 어렸을 때부터 그런 걸 좋아했어요. 엔젤클럽? 이란 걸 운영했어요. 사실 잘 기억도 안 나는데. 친구가 고민을 상담할 때마다 스티커를 하나씩 붙여줬는데, 스티거가 10개면 뭘 해주고... 지금 생각해보면 고민도 들어주고 스티커도 주고, 상품도 줬어. 뭐지? (웃음)
남 얘기 들어주는 걸 예전부터 좋아했던 것 같아요. 반 내에서 저를 좋아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다 알았죠.
Q 그런 점에서 보면 경영학과라는 전공도 특이하네요. 심리학과, 철학과 같은 게 더 어울릴 것 같은데.
A 실은 경영학과에 들어가서 심리학을 복수 전공하려고 했어요. 강연의 시작은 기업이니 컨설팅계에 들어가서 미리 인맥을 다져놓자고 생각했죠. 그런데 제가 다니는 학교의 심리학이 뇌과학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포기했어요. 철학과 전공도 두어 개 들었는데, 들으면서 느낀 건... 철학과 하려면 철학만 해야겠다. 그게 아니면 겉핥기가 되겠구나.
철학과를 팽하고 방황하다가, 불평을 선배한테 얘기했더니 인류학과를 추천해주셨어요. 그래서 들어갔다가 완전 내 스타일- 하고 복수전공을 했죠. 인류학과가 되게 재미있어요. 교수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타인을 연구함으로써 나를 연구하는 학문.
사람들을 되게 면밀하게 봐요. 보통 사회과학은 숫자를 많이 쓰잖아요. 통계나, 실험 설계를 많이 하는데 인류학은 특이한 게 주된 연구 방법이 참여 관찰이에요. 부대끼면서 내부자도 아니고 외부자도 아닌, 그 경계에 서있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어릴 적 경험을 들을 때까지는 단순히 정이 많으신 분이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사람을 들여다보는 게 좋아서 전공까지 하시다니. 정말 '사람'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에서도 드러났듯이, 나는 타인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고 그렇다고 어떤 접점이 있는 것도 아닌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에너지를 쏟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런 분이 만든 서비스는 어떤 걸까.
Q 그럼 원래 창업 생각은 있었나요?
A 없었어요. 마인딩을 해보고 싶은데 제일 잘할 수 있는 수단이 창업 같아서 창업을 한 케이스거든요. (와. 베스트 케이스 아닌가요?) 음, 반반인 것 같아요. 제 강점이기도 하고 약점이기도 한데. 해야 하는 목표가 뚜렷하게 있으니까 좋고 절박해지는 건 있는데, 한 편으로는 마음의 준비를 더 했어야 했나? 이런 생각도 들죠.
Q 두려우셨을 텐데 어떻게 결심을 하셨어요?
A 창업한다기보다, 마인딩한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당연히 100% 찬성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여러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사람들이 상담이 필요한 경계까지 내려가기 전에 건질 수 있고 이런 서비스가 일반화되면 상담도 활성화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마음에 돈을 쓰는 것이 일반화되면, 상담에 돈을 쓰는 게 훨씬 수월해질 거다. 다리 같은 서비스가 하나는 필요하다.
Q 소개글을 보면 번아웃 때문에 마인딩 창업을 결심하게 되셨다고 했는데, 자세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A 회사에서 일하면서 번아웃이 크게 온 적이 있어요. 처음엔 회사의 아이템의 비전과 가치에 동의를 했는데 갈수록 일을 위한 일을 하는 기분이었어요. 우선순위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어긋나면서 다들 저더러 일을 잘 한다고는 하는데, 정작 나는 모르겠고. 그런데 일은 또 엄청나게 하고 있고. 그러면서 왔던 것 같아요.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아쉽죠. 더 빨리, 더 짧게 해결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까지 혼자 끌어안고 있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 것 같아요.
Q 언제 깨달으셨어요? 번아웃이 온 것 같다고.
A 사실 그땐 몰랐어요. 번아웃 때문에 그만둔 건 아니었거든요.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컸어요. 그전부터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의심은 했었는데. 어느 날 느낌표가 딱! 찍히는 날이 있었어요. 뭐 그렇게 하다 결국 나왔죠.
'다리 같은 서비스'. 실제로 상담을 받는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꽤 어려운 것 같다. 이상한 시선으로 볼까 눈치를 보기도 하고, 이력이 남으면 실질적인 불이익을 당한다는 얘기도 있고, 때로는 나약하다는 조롱을 받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접근성은 점점 떨어지고, 병든 이들은 치료받지 못한 채, 아니 어쩌면 자신이 병을 앓고 있는지도 모른 채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을 테다.
Q 흠, 번아웃이 온지도 몰랐다니. 왜 몰랐을까요?
A 번아웃 하면 사람들이 '아무것도 안 함'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실제로는 번아웃이 그런 게 아닌 것 같아요. 번아웃에 걸리기 쉬운 사람들을 보면, 소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라 불리는 것 같아요.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요.
이때 이 사람들의 번아웃은 '아무것도 안 함'보다는 '최소한의 것만 간신히 함'에 가까운 것 같아요. 이전엔 뭔가 잘 하려고 하거나, 창의적으로 하기 위해서 아이디어를 마구 쏟아냈다면 지금은 그냥 '함'. 그리고 그 외의 일을 전혀 벌리려 하지 않죠. 이것도 번아웃 증상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해야 하는 것들은 그럭저럭 마감 직전에 해내긴 해요. 다 하긴 하는데, 하기 싫으니까 끝까지 미루고. 그 과정에서 또 스트레스받고, 계속 누워있고. 일 있으면 일을 하는데, 일을 안 벌렸죠. 제가 원래 되게 잘 벌리는 스타일임에도요. 누가 뭐 하자 그래도 노노노노.
우울증이 매일같이 자살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자살을 하기도 귀찮아서 무기력하게 온종일 누워있는 것도 해당한다던 말을 들은 게 생각났다. 우리는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그리 큰 일은 아니라는 말에 안심을 하지만, 마음의 병은 죽을 듯이 괴롭고 좌절스럽고 고통스러운 상태가 아니면 치료받을 상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적절한 시기를 훌쩍 넘어 더 큰 고생을 하곤 한다. 유독 마음의 병에만 장벽을 높게 쌓아둔 것 아닐까. 혹은 굳이 전문가의 도움을 바랄 필요 없이 혼자서, 자신의 의지만으로 이겨낼 수 있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Q 당시엔 어떤 느낌이었나요?
A 티가 많이 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사람들 만나면 반갑고 좋은데, 나가기가 너무 싫고. 들어오기 너무 힘들어서 바로 잠들고.
이전엔 털어놓기도 했는데 반응이 "헐, 어떡해-"이상으로 안 나가잖아요. "넌 잘할 수 있을 거야."이런 얘기 듣는데, 나는 그게 아닌 것 같은데. 아니야, 난 잘할 수 없어. 나는 이 상태가 영원히 갈까 봐 너무 무서워. 최소 3년은 갈 것 같아. 이렇게 얘기하고 막 설득을 하고 싶은데, 혹시라도 이 사람을 설득해버리면, 정말 그럴까 봐 너무 무서운 거예요. 그래서 대충 둘러대고 혼자서 속으로 되게 많이 불안해했어요.
Q 엄청 힘드셨겠네요. 왜 혼자 이겨내려고 하셨어요?
A 그러니까요. 제 말이요. 이게 참 복합적인 이슈였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잘 기대는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아픔에도) 나눠서 덜어지는 종류가 있고, 늪으로 끌어당기는 종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제 생각에는 이건 늪 쪽이었거든요.
차라리 그 친구 짱 별로야, 시험 스트레스야 이런 건 툭 털어낼 수 있는 것 같은데. 이건 너무 어둡고 끈적끈적한 느낌이어서, 이걸 얘기했을 때 상대의 에너지를 떨어뜨리는 것 외에 나에게 개선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말해서 나아질 거란 확신이 있었다면 얘기했을 것 같은데, 말해봤자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문제가 아닌 거예요. 얘가 나를 갑자기 활력에 차게 해줄 수 있을까? 오히려 걱정만 하게 만들지 않을까? 가면이 깨지면 더 힘들지 않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상담이나 이런 걸 받았어야 했는데 생각을 못 했어요. 아예 떠올리지를 못했던 것 같아요.
몇 주간을 하루 14시간씩 집에 가만히 누워서 보내며 스스로의 가치에 대해 회의한 적이 있다. 당시의 나 역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을 못 했던 것 같다. 어차피 내 내면의 문제라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나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서나, 딱히 해결책이 나올 것 같지 않아 보여서 혼자 끙끙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 그런 이들이 상담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는 서비스라니, 멋지다.
Q 그럼 대표님도 마인딩을 쓰시나요?
A 네. 만들 때부터 유저가 될 각오를 하고 만든 서비스이기도 하고. 꾸준히 쓰는 편이에요. 괜찮을 때도 쓰고, 스타트업 대표의 희로애락이 또...(웃음) 마인딩 쓰면서 절 많이 알게 됐어요. 패턴들이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감정이 좋아지려면 이런 것들을 하면 된다, 처럼. 옥민송에 대입 가능한 공식들을 많이 찾았죠.
어떤 사건들을 겪으면 마음이 훅 떨어지고 회복이 어렵지만 어떻게 회복했는지도 함께 마인딩에 쌓이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이젠 그런 상황을 잘 아니까 웬만하면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못 피할 것 같으면 안 좋을 거라 각오를 하기 때문에 덜 괴로운 것 같아요. 예상대로 힘들구나~ 이런 느낌? 옛날에 어떻게 극복했는지가 쌓여있으니까 그런 것들을 시도해보기도 하고. 아니면 대략 이 정도 시간 지나면 나아지던데- 이런 생각도 하고.
옛날에는 힘들어하는 나였다면, 지금은 힘들어하는 나를 보는 나가 생긴 느낌인 거죠.
Q 너무 멋지네요. 마인딩은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설계된 서비스인가요? 프로그램 요소들을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A 일단 저희는 자존감이라는 단어에 포커스를 맞췄고, 저희 전체 커리큘럼 내에서는 자존감을 스스로를 챙기는 것으로 정의를 했거든요. 자존감이 심리학 내에서도 정의가 분분해요. 다만 공통적인 요소들, 나름 대세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뽑으면 결국은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라고 생각해요.
STEP1 은 그걸 다져가는 단계예요. 사람들이 흔히 변화를 하고자 하는데, 현재의 나를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에서 변화를 시도하면 변화를 시도 중인 내가 좋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에, 그 변화를 이어갈 힘을 못 얻고 중간에 포기하거나 세 걸음만 가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삼 십걸음인걸보고 좌절하겠죠. 지도상에서 내 위치를 확인하고 내가 어디에 서있고, 가고 싶은 게 어딘지를 보는 작업에 해당하죠. 그런 탐색 및 수용 과정이 녹아있어요.
거기서 알게 된 잃어버린 자존감을 다른 미션들로 회복을 하는 거죠. 금주의 미션은 자기 효능감ㅡ자기가 유능하다고 느끼는, 자존감의 중요한 축 중 하나ㅡ을 높이기 위한 요소예요. 일상 속에서 작은 성공들을 경험하게 하는 거죠. 내가 진짜 별로라고 느껴질 때, 내가 1주일 내내 이걸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다 했네? 그래도 나, 제대로 하는 게 있구나. 그러면 이런 것도 할 수 있겠구나. 실제로 유저분들 중에서 자기는 금주의 미션 때문에 인간이 되어있는 느낌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감정일기나 감정카드는 자기 조절감과 관련이 있어요. 내 감정이나, 내 삶의 방식 혹은 내 삶 자체를 내가 드라이브하고 있다는 느낌이 갖춰져야 자존감이 보존될 수 있거든요. 폭풍 같은 야근이 자존감을 갉아먹는 이유는 내 시간을 내 맘대로 쓸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내가 나를, 내 시간을,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자주 확인될수록 내가 나로 느껴지는 거죠.
자기 안전감. 이게 참 어려운데. 이게 내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거거든요. 효능감이랑은 조금 다른 건데, 내가 상황이 지금 좀 안 좋아, 근데 이 상황도 괜찮다고 느끼는 거예요. 예를 들어 취준생이나 고시생 중에 유난히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고, 일이 좀 안 풀려도 괜찮은데? 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후자가 안전감이 높은 분들이죠.
자기 안전감 같은 경우는 그것만 직접적으로 타깃팅 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전체 미션의 흐름에 많이 녹여냈어요. 이런 것들(효능감, 조절감)이 올라오면 이건(안전감) 자동적으로 따라 올라오고. 안 괜찮았던 순간도 지나고 보면 괜찮았다는 걸 반복적으로 했을 때 나중에 보면 느끼잖아요. 그걸 통해서 안전감을 높여가는 거예요.
나는 자존감 쪼꼬미(...)이기 때문에 STEP1을 등록했다. 2,3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셨는데 그에 대한 내용은 다음에 마인딩 후기를 쓸 때 함께 첨부하겠다.
그나저나 자존감 안에도 종류가 있다니. 효능감, 조절감, 안전감... 사실 이런 분류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내가 나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게 훨씬 수월해진다. 그 외에도 탄탄한 논문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 과정을 성실히 수행한 다음의(<-중요) 내가 궁금해진다.
2018년 2월 마인딩은 5일부터 시작인데, 다음 글은 서비스를 직접 써본 후 남겨야겠다.
실은 흔히 스타트업 대표를 인터뷰한다고 하면 생각나는 질문지는 '창업 왜 했냐(특별한 계기가 있었냐)', '비전은 뭐냐', '사업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냐', '앞으로의 전략은 어떻게 되냐' 등등인데, 왠지 민송님에게선 좀 더 사적이고 말랑말랑한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었다.
옛날 경험들까지 다 담아내느라 글이 길어져버리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만족스러운 인터뷰였다. (실제로 고등학교 짝꿍 이야기를 들을 때는 눈물을 글썽였다니까.)
창업을 위한 창업이 아니라, 본인의 문제 인식에서 출발해 타깃 유저까지 본인인 서비스라는 점이 크게 와 닿는다.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좋은 대표가 만든 좋은 서비스. 오래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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