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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유 Oct 26. 2020

완성도 높은 문장 쓰는 법 - 1

문장의 퀄리티를 높이려면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 할까?

좋은 글을 평가하는 데에는 두 가지 기준이 있다. 내용과 형식.


내용은 글 전반의 구조를, 형식은 개별 문장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글을 쓰면서 전자를 많이 고민해왔다. 유려한 문장을 쓰는 사람들은 수필이나 소설 등 문학을 쓰는 이들이 많았는데, 그건 재능의 영역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글쓰기 책들이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듯, 내용만 잘 쓰면 문장력이 조금 부족해도 좋은 글로 평가받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똑같은 내용이라면 그것을 담는 그릇이 좋은 쪽이 더 좋은 글이지 않을까 싶어 최근에는 문장을 잘 쓰는 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1. 비문 쓰지 않기


내용을 중시하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글을 쓸 때마다 꼭 신경 썼던 건 비문 여부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그것을 담는 문장이 비문이면, 글 전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달까. (내게는 되/돼 등의 맞춤법보다 더 거슬리는 부분이었다.) 비문 중에서도, 주술 관계가 올바르지 않은 문장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나의 장점은 공부를 열심히 한다.
나의 장점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다.


언뜻 보면 맞는 문장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어와 술어가 호응하지 않는다.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할 수는 있어도, '나의 장점'이 공부를 열심히 할 수는 없다. 첫 번째 문장의 주술 관계를 바로잡으면 두 번째 문장이 된다.


나는 그에게 돈을 보내고 대화했다.
나는 그에게 돈을 보내고 말을 걸었다. / 나는 그에게 돈을 보냈다. 그 후에 잠깐 대화했다.


-에게 라는 말은 일방적인 방향성이 있는 조사이다. 돈을 보낸다는 잘 어울리지만, 대화한다는 함께 하는 것이므로 같이 썼을 때 어색하다. 맞지 않는 술어 두 개가 한 문장에 있을 때는 하나를 변경하거나, 아예 다른 문장으로 분리해서 쓴다.


내가 쓴 문장에서 주어가 무엇인지, 절이 두 개로 나뉘어 있다면 앞 절의 주어와 뒤 절의 주어가 다르지는 않은지를 고려하면 어색하지 않은 문장을 쓸 수 있다.



2. 불필요한 말 덜어내기


문장에서 꼭 필요하지 않은 단어를 덜어내는 것. 틀린 문장은 아니기 때문에 지나치기 쉽지만, 고쳤을 때 문장이 훨씬 깔끔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1) 적·의를 보이는 것·들

불필요한 말을 덜어내는 데에 참고하기 좋은 책으로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가 있다. 저자 김정선은 20년 넘게 교정교열 일을 하며 문장을 다듬어 온 분이다.  


그는 처음에 교정 교열 일을 배울 때 머릿속에 문구 하나를 공식처럼 기억하고 다녔다고 한다. 적의를 보이는 것들. 접미사 '-적'과 조사 '-의', 의존 명사 '-것' 접미사 '-들'이 문장 안에 습관적으로 쓰일 때가 많으니 주의해서 잡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의 책에서 일부를 발췌해본다.


'-적'의 사전적 의미는 '그 성격을 띠는', '그에 관계된', '그 상태로 된'이다.

사회적 현상, 경제적 문제, 정치적 세력, 국제적 관계, 자유주의적 경향
사회 현상, 경제 문제, 정치 세력, 국제 관계, 자유주의 경향


'-것'의 사전적 의미는 세 가지이다.

(1) 사물, 일, 현상 따위를 추상적으로 이르는 말

(2) 사람을 낮추어 이르거나 동물을 이르는 말

(3) 그 사람의 소유물임을 나타내는 말


(2), (3)에 비해 (1)의 용도를 변형하여 쓸 때 문제 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추상적인 내용을 많이 쓰기 때문에 글을 쓰는 중에도 느껴질만큼 것것것, 거릴 때가 많았다.)


상상하는 것은 즐거운 것이다.
상상은 즐거운 것이다. / 상상은 즐거운 일이다.


한 문장 안에서 -것이 여러 번 쓰인다면, 아예 제거하거나 한 쪽만 제거해도 문장이 훨씬 깔끔해진다.


('-의', '-들'은 뒤에 나오는 '3.번역투 고치기'에서 이어가자.)


2) 주어 생략하기

예전에 내가 쓴 글에 '나는'이라는 말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다. 실제로 읽어보니 아래 문장처럼 '나는', '내가'라는 단어가 곳곳에 들어가 있었다.


그것들을 모두 제거해봐도 문장이 전혀 어색하지 않아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나는 오늘 맛있는 식사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내가 평소에 자주 가는 맛집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오늘은 맛있는 식사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평소에 자주 가는 맛집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주어가 확실한 문장에서는 굳이 주어를 언급하지 않는 것도 깔끔한 문장을 만드는 좋은 팁들 중 하나다.


3) 접속사 생략하기

같은 맥락으로, 접속 부사 역시 '굳이' 넣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와 같은 병렬적 연결을 위한 부사는 물론, 하지만과 같은 상반된 문장을 연결해주는 부사도.


나는 밥을 먹었다. 그리고 미숙이는 면을 먹었다.
나는 밥을 먹었다. 하지만 미숙이는 면을 먹었다.


이 두 문장은 이렇게 써도 충분히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나는 밥을 먹었다. 미숙이는 면을 먹었다.


앞 문장과의 병렬/상반 관계를 강조하고 싶을 때는 사용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모든 문장을 '잇는' 용도로 접속 부사를 습관적으로 사용할 때이다. 강조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다 아무렇게나 붙이다 보면, 글 전반의 강약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글을 쓰는 도중에는 접속 부사가 들어가 있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어서, 글을 다 쓴 후에 처음부터 읽어내려 오며 지워내는 편이다.



3. 번역투 고치기


1) -의

조사 '-의'는 명백한 소유관계를 드러낼 때 쓴다. (e.g. 나의 연필) 이를 적절한 자리가 아닌 곳에 오남용 하면, 일본 문장을 번역한 것처럼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문장을 간결하게 쓰기 위해 명사형으로 끝맺음할 때 종종 이런 실수가 발생한다.


문제의 해결, 음악 취향의 형성 시기
문제 해결, 음악 취향이 형성되는 시기


'-의'를 아예 삭제하거나, 삭제한 후 뒤에 나오는 명사구를 조금 손봐주면 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들 수 있다.



2) -들

의존 명사 '-들'은 한자어로 치면 '등'에 해당한다. 두 개 이상의 사물을 나열할 때, 나열한 모든 사물을 가리키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사물이 더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디자이너들이 각자의 시안들을 심사위원들 앞에서 발표했다.
디자이너가 각자의 시안을 심사위원 앞에서 발표했다.


-들을 남발하는 문장은 대부분 번역 문장이다. 영어에 붙는 '-s'를 한국어로 번역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붙은 것인데, 이를 그대로 쓰면 어색하다.  


꼭 여러 명이라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면, -들을 제거해도 의미 전달에 큰 문제가 없다.


3) 수동형

수동형은 문장의 힘을 약하게 만든다. 주어를 앞에 세우고 능동형으로 써도 되는 문장을 목적어를 앞에 세워 수동형 문장으로 쓰면, 빙빙 돌려 쓰게 된다. '-어지다'를 붙여 쓰는 이중 수동도 포함이다.


내가 만들어준 인형은 그에게 전달되었다.
그에게 내가 만든 인형을 전달했다.


목적어를 강조해야 하는 상황을 제외하고선, 수동형 문장을 지양하면 좋다. 문장도 훨씬 간결해지고, 의미도 명확해진다.


4. 문장 격 맞추기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저자 이강룡은 격이 잘 맞추어진 문장을 좋은 문장이라고 했다. 단어와 단어, 구절과 구절 사이에서 성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문장의 퀄리티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한자어와 외래어, 고유어 등 다양한 한국어를 한 문장에서 쓸 때는 통일하는 것이 완성도가 높아보인다.


기자는 남녀노소, 나이와 직업을 가리지 않고 잘 소통해야 한다.
기자는 성별, 연령, 직업을 가리지 않고 잘 소통해야 한다.


남녀노소/나이를 성별/연령으로 격을 맞추었다.


텍스트의 전체적인 느낌이 원문처럼 생생하다.
번역문의 전체적인 느낌이 원문처럼 생생하다.


텍스트는 영어, 원문은 한국어로 균형이 맞지 않는 문장의 격을 맞추었다. 단어와 단어, 구와 구, 절과 절 사이의 균형을 맞추면 어색한 부분 없이 매끄러운 문장이 된다.




위에 쓴 내용들은 글을 잘 쓰는 분들의 의견을 모아 정리한 것이지만, 모두가 정해진 규칙에 따라 글을 쓴다면 평범한 문장만 나와 재미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이 네 가지만 머릿속에 넣어둔 뒤 문장을 써보면, 어떤 점을 개선할지 혹은 그대로 둘지 나름의 기준이 생길 것이다. 규칙을 적절히 활용하되, 본인의 개성을 잘 살린 글을 써보면 좋겠다.


또한 나 역시 좋은 문장을 쓰는 법에 대해서 쓰고 있지만,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지는 못한다. 당연히 위에 적힌 내용을 매번 지키지도 못한다. 평소에 글 쓸 때 자주 하는 실수들을 생각하며, 공부하는 기분으로 써보았으니 많은 분들께 참고가 되기를!


2편에서는 자주 틀리는 맞춤법과 띄어쓰기, 문장 부호 표기법을 다루었다.


https://brunch.co.kr/@thinkaboutlove/368 

https://brunch.co.kr/@thinkaboutlove/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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