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 <스틱!>
우리의 이야기를 듣는 이의 머릿속에 스티커처럼 착! 달라붙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도서 <스틱!>.
저자는 빈곤한 아이들의 상황을 나타내는 통계자료와 그곳에 사는 아이의 삶을 이야기한 내용을 각각 얘기했을 때, 기부액이 후자가 전자의 두 배 이상이라는 예를 들며, 마음의 문제에 있어서는 한 사람의 힘이 다수의 힘보다 훨씬 강하다고 말한다. 분석적인 사고가 감정을 억제하여 오히려 원하는 행동을 유도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메시지는 원래부터 그렇게 태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저자는 수만 건의 메시지를 분석하여 역사적으로 지금까지 구전되고 있는 '한 문장'에는 독특한 유전정보가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공통점들을 총 6가지 포인트로 정리하여 발간한 책이 <스틱!>이다. 앞에서 말한 '감성'을 포함한 나머지 오래 기억되는 콘텐츠가 가진 공통점들을 정리해보았다.
첫 번째 법칙은 단순성이다. 단순한 메시지가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이에는 별다른 근거를 들지 않아도 다들 동의할 것이다. 전하고자 하는 바가 단순하지 않고 어렵거나 몇 번의 생각을 거쳐야만 도출되는 결론이라면, 아무리 중요한 사실이라도 점차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미국의 저비용 항공사 사우스웨스트는 항공 시장 침체기에도 흑자를 유지해온 성공적인 회사다. 이러한 성공은 회사의 모든 직원이 하나의 단순한 목표를 갖고 일에 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 CEO 허브 캘러허는 말했다.
"우리는 가장 저렴한 항공사요. 이 점만 명심하면 우리 회사를 위한 어떤 결정이든 내릴 수 있소. 가령 메뉴에 맛있는 치킨 샐러드가 추가되면 좋겠다는 제안을 들었다고 해봅시다. 당신이라면 뭐라고 대답하겠소?"
질문을 받은 사람이 잠시 머뭇거리자 캘러허가 말했다.
"메뉴를 추가했을 때 우리 회사가 가장 저렴한 항공사로 남을 수 있을까? 나는 우리 목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 빌어먹을 치킨 샐러드 따위 서비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할 것이오."
만약 회사가 저렴한 항공사이면서 승객에게도 친절하고 퀄리티도 좋은, 등등 좋은 것들을 요구했더라면?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회의를 열거나 윗단에 허락을 받아야 하는 등 자원을 불필요한 곳에 낭비했을 것이다. 목표가 단순했기에 임원부터 말단 사원까지 같은 기준을 공유할 수 있었고 그렇게 전사적으로 일치된 생각은 사우트 웨스트사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완벽함이란 보탤 것이 아니라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
<어린 왕자> 작가 생텍쥐페리가 말한 '단순함'에 대한 정의이다. 단순하다는 건 정보의 수준이 낮거나 문장을 짧게 만든다는 뜻이 아니다. 쉬운 말만 골라 쓴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단순'이란, 메시지의 '핵심'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핵심을 제외한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것, 즉 '가장 중요하지는 않은' 나머지 모든 메시지를 제거하는 일이 단순함을 추구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 법칙은 의외성이다. 의사소통에 있어 첫 번째 난제는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것이다. 사람들이 기레기, 기레기 욕을 하는데도 기자들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을 그렇게 붙이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일단 눌러야 읽어보니까!
개인적으로는 글을 쓸 때 '유용성'에 초점을 맞춰서 제목을 뽑곤 하는데, (질투의 올바른 사용법, 좋은 연애의 두 가지 기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 등등)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를 생각해본다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생각했다. 저자의 말로는 이게 바로 의외성이다.
저자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패턴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평범하고 상식적인 메시지를 들으면 사람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게 마련이라며. 실제로 우리는 지속적이고 단조로운 일상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왜, 익숙한 것의 소중함을 잊지 말라는 말도 있지 않나. 그런 말이 나올 만큼 우리는 익숙한 것에 흥미를 잃기가 쉽다.
패턴을 파괴하는 방법으로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공백 이론'이다. 우리의 목적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인데, 그전에 상대가 그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의 지식에 공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도록 질문이나 수수께끼를 던지는 것이다. (결말을 알 수 없는 상황을 보여주거나 결과를 예측해보라는 도발을 하는 등.)
세 번째 법칙은 구체성이다. 언어란 종종 추상적이다. 그러나 삶은 추상적일 수 없다. 우리가 전문분야의 논문들 혹은 철학이나 미학 등 관념적인 분야들을 '어렵다'라고 느끼는 건, 그들이 쓰는 언어가 우리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약자를 배려해야 해.'라는 말보다 '지하철에선 노인과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해.'가 이해하기 쉽다는 말이다.
어느 날, 여우 한 마리가 과수원을 지나가다가 탐스러운 포도송이를 발견한다. 여우는 몇 번이고 시도를 하지만 아무리 해도 포도를 딸 수 없었다. 여우는 포도를 뒤로하고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어차피 시어서 먹지도 못할 거야."
익히 들어온 이솝 우화 <신 포도> 이야기다. 2,500년을 살아남은 이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져내려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가질 수 없는 것에 지나치게 매달리지 말자'라는 추상적인 교훈을 '신 포도'라는 구체적인 물체로 구현해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이야기가 신 포도라는 소재 없이 <현명한 이솝의 유용한 충고>나 <실패해도 멍청이처럼 굴지 말기>등의 제목으로 구성되었다면 우리가 기억할 수 있었을까?
네 번째 법칙은 신뢰성이다. 앞의 조건들이 다 충족되더라도 그 메시지가 사실이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잠깐 주의를 끌 수 있겠지만 거기서 끝일 거다. 저자는 메시지가 살아남기 위한 네 번째 법칙으로 신뢰성 확보를 말한다. 아무리 중요한 메시지라고 외쳐도, 우리가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이상 사람들은 믿기는커녕 제대로 들으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메시지가 사실인 것처럼 믿게 할 수 있을까? 저자는 간편하면서도 유용한 수단으로 '권위 빌리기'를 제안한다.
"그게 사실인지 어떻게 알아?"
"우리 엄마가 그렇게 말했어~!"
보통 믿음직한 권위를 생각할 때 쉽게 떠오르는 이들은 두 부류다.
첫 번째는 전문가 집단이다. 앞에서 말했듯 우리는 해당 분야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하는 말이라면 쉽게 믿는 경향이 있다. 기사에 통계 자료나 전문가의 말이 많이 인용되는 것도 그 이유이다. 사실을 전달하는 것처럼 보여야 하니까.
두 번째는 유명인사와 동경의 대상인 인물들이다. 평소에 좀 의아한 게 생각했던 것인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특히 많이 사용되는 전략인 것 같다. 이를테면 치킨 광고에 아이돌이나 소주 광고에 여자 연예인이 나오는 것처럼. 그들이 실제로 그 상품을 먹느냐의 문제를 제쳐두더라도, 먹는다면 또 무슨 상관인가? 그들이 미식가도 아닌데.
저자는 우리가 그들을 신경 쓰는 이유가 그들처럼 되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의견과 조언을 신뢰한다. 실제로 나는 얼마 전에 지나가다 세계 과자 할인점에 붙어있는 <설현이 즐겨먹는 고구마 말랭이> 스티커를 보고 멈춰 서서 '설현이 먹는 거라고?'라며 과자 봉지를 들어보기도 했다.
다섯 번째 법칙은 감성이다. 앞에서는 어떻게 사람들이 우리의 메시지를 믿도록 설득할지에 대해 논했다. 믿음은 확실히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사람들이 메시지를 기억해야겠다고 행동하는 데에는 믿음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크나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없고, 진실이 아니라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그들을 후원하는 사람은 그 사실을 아는 사람에 비해 극소수다. 왜냐고? 사람들은 마음을 쏟을 때에만 행동을 취하기 때문이다.
감정은 행동을 일으킨다. 연일 뉴스에서 보도되던 세월호 사망자 수와 실종자 수를 놀란 눈으로 접하며 어떻게 저런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냐고 열변을 토하면서도, 결국 성금을 기부한 건 내 사촌동생 같은 학생들이 배 안에서 찍은 동영상, 직전에 남긴 문자 메시지들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고 나서였던 것처럼.
저자는 상대의 마음에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그들의 입장에서 메시지를 던지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아무리 중요하고 시급한 메시지라 해도, "그래서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라는 반응을 보이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통계 자료나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는 것만으로는 그들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기 쉽지 않다. 그들의 입장에서 겪어봐서, 혹은 주변에서 보고 들어서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어야 직접적인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
마지막 법칙은 스토리다. 사실 이 법칙에는 앞에 나온 모든 법칙이 거의 포함된다. 구체적이며, 감정을 일으키고, 의외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
제러드라는 한 대학생이 있었다.
그는 고도비만으로, 체중이 쏠려 발에 피가 고여 부종이 생길 정도로 몸무게가 많이 나갔다. 그는 이대로라면 35세를 넘기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그는 당시 샌드위치에 함유된 지방이 6g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진행하던 서브웨이의 '7보다 적은 6'캠페인에 꽂혀 <서브웨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3개월 후 그의 체중은 200kg에서 150kg이 되었고, 끝에는 80kg까지 감량을 성공했다.
마케팅팀은 그를 모델 삼아 다이어트 과정을 광고로 내보냈고, 서브웨이는 대박이 났다. '다이어트 성공기'라는 스토리를 사용해, 이전에 실시했던 '7보다 6'캠페인에 비해 엄청난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스토리는 듣는 이가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하다. 우리는 제러드에 자신을 대입해봄으로써, 우리가 저 정도의 비만 상태라면 어떤 기분이었을지, 어떤 방법을 취했을지 상상해볼 수 있다. 즉 우리는 스토리라는 도구를 통해 동기를 포함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까지를 제공할 수 있다.
저자는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일상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사실 스토리는 별 게 아니라, 우리가 평소에 겪는 아무렇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언어로 구성해낸 것뿐이다.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결국, 그냥 지나칠 만큼 사소한 것에 집중하고 기록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그렇게 모인 이야기들은 언젠가 우리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때 유용하게 쓰이게 될 것이다.
ㅁ단순성
ㅁ의외성
ㅁ구체성
ㅁ신뢰성
ㅁ감성
ㅁ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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