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제작자는 크리에이티브해야한다?
책을 읽고, 자료를 찾고, 강연을 들어봐도, 그 어디에서도, 강조했으면 했지 틀렸다고 하지 않는 말이다. 그들은 왜 크리에이티브해야 할까? (이를테면 자기 만족을 위해서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굳이 크리에이티브한 부분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 그 이유는 바로, 그들이 건네는 정보가 독자들의 입장에서 희소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미 봤고, 혹은 어디서 본 듯한 뻔한 콘텐츠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콘텐츠 제작자들은 그렇게 차별성을 찾고, 독창성을 외치는 것이다. 하지만 한 번 생각해보자. '희소성 있는'이 도대체 무슨 말일까? 전에 없던 새로운 것? 지금 나오는 것들과 조금 다른 것?
우리는 콘텐츠를 만들 때 특이한 소재를 찾는다든지, 이전과는 다른 형식을 사용한다든지, 제목을 기이하게 지어본다든지... 여러가지 시도를 한다. 남들이 보지 못한 특이한 콘텐츠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소성 있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위해서는 '특이한'이 아니라, '남들이 보지 못한'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보통 특이한 콘텐츠를 만들 때에는 제작자의 입장에서 특이한 요소들을 집어 넣게 된다. 그러나 특이한 콘텐츠가 희소성을 가지는 이유는, 제작자가 본 적 없는 콘텐츠라서가 아니라 독자들이 본 적 없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엔 뻔하고 재미없는 콘텐츠가, 관련 콘텐츠를 많이 본 경험이 없는 독자에게는 희소성 있는 콘텐츠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그럼 당연히 후자를 염두에 두고 콘텐츠 제작을 해야지. 우린 스스로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게 아니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가 원하는 독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 또 그 콘텐츠가 그들에게 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으로 메디아티 펠로우십 4일차에 들은 콘텐츠랩장 이성규님의 <미디어 스타트업을 위한 데이터 분석>강의 정리본을 공유한다.
우리의 독자가 왜 우리의 글을 읽는지 알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독자에게 직접 물어보거나, 그들의 코멘트를 확인하거나, 설문 조사를 돌리거나...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데이터가 어느 정도 분량이 되면, 일일이 확인하는 게 어려워지는 단계가 온다. 그러면 매번 그 반응들을 조사할 수는 없으니, 간접적으로 독자를 이해해봐야 한다. 이때 적합한 방법이 바로 데이터 분석이다. 우리는 조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콘텐츠 및 미디어 전략을 짜고,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주의할 것은 독자의 기대나 니즈를 측정하는 다양한 데이터가 있는데, 하나의 지표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는 내 글의 반응을 분석할 때 지표가 '공유 수'하나밖에 없었다. 공유가 많이 되었느냐, 안 되었느냐가 내 콘텐츠의 질을 가르는 유일한 기준이었다. 그것도 좋다 안 좋다 정도만 가를 수 있을 뿐, 왜 좋은지에 대해서는 오로지 감으로만 알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수업을 듣고 통계 페이지를 열어봤다가 내 예상과 너무나도 다른 결과에 경악하고 말았다. 이처럼, 하나의 데이터에만 집중하면 생각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독자들을 깊게 이해하려면 더 다양한 지표를 더 많은 측정 방식으로 분석해 독자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을 정확하게 짚어내야한다.
먼저 알아볼 것은 우리 콘텐츠가 뿌려지는 채널의 특징이다.
하단에 링크된 자료의 본문을 발췌하면서 수업 내용과 함께 정리해보았다.
How to create video news that rocks in social media
내용이 좋으면 됐지, 양식이 중요한가? 해봤자 얼마나 크게 차이 나겠어? 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위한 부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셜미디어마다 콘텐츠의 양식이나 그것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콘텐츠를 전파하는 데 성공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영상 비율, 본문에 들어가는 해시태그, 음악의 사용여부 같은 공식적인 특징은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영상 비율이 독자가 보기에 더 쉽거나 편안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게 바이럴을 막는 요소도 아니다. 또한 본문에 해시태그를 단다고 해서 공유를 하는 사람들이 똑같은 해시태그를 달지는 않는다. (멘트를 단 사람 중에 75%가 해시태그를 삽입하지 않고, 87%가 아무런 멘트 없이 공유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자료에 따르면 성공한 비디오 콘텐츠의 50%가 음악을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것은 상관관계일 뿐, 인과관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영상 양식과 길이에 대해서는 명확한 패턴을 찾아냈다.
가장 흔한 양식은 나레이션 없이 텍스트와 이미지 자료가 나오는 4분 이내의 영상이다. 이는 페이스북에서 가장 효과가 좋다. 반면 다큐멘터리 같은 경우에는 유튜브가 압도적이다. 이를 보면 독자들이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접속할 때의 태도와 원하는 콘텐츠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페이스북은 타임라인을 쓱쓱 내리다가 조금 재미있어 보이면 보는 거고, 아니면 다음 콘텐츠로 빠르게 내린다. 유튜브는 페이스북처럼 다른 목적을 위해 들어왔다가 얻어 걸리는 영상을 보는 게 아니라, '영상'을 보겠다고 작정하고 접속하는 플랫폼이라 길이가 긴 영상은 여기에 더 적합하다.
또한 길이가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료에서도 볼 수 있듯이 플랫폼마다 선호하는 영상의 길이가 다르고, 일반적으로는 4분 이내의 영상이 많이 소비된다. 양식과 마찬가지로 길이 역시 플랫폼 별로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같은 짧은 영상이라도 1분 이내는 인스타그램이, 1분~4분 사이의 영상은 페이스북에서 더 효과가 좋다.
플랫폼에 적합한 콘텐츠를 만들었다면, 그것을 어떻게 발행할 것이느냐도 중요한 이슈다. 발행 전략에서 가장 중요하고 치명적인 부분은 바로 타이밍이다. 이제는 콘텐츠 송출 시간이 발행자에게 있지 않다. 독자들은 예전처럼 원하는 콘텐츠를 보려고 자리를 잡고 앉아 기다리지도 않고, 빨리 집에 들어가야지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독자들이 콘텐츠를 즐겨 보는 시간에 발행 시간을 맞춰야 하고, 그러므로 The three peaks, Weekend's silence에 대해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다만 이 자료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는 게시 시간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발행되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알린다.
The thress peaks는 하루에 콘텐츠 소비가 가장 많이 되는 시간이 세 번 있다는 뜻으로, 출근 시간, 점심 시간, 저녁 시간을 뜻한다. 실제로 가디언지에서는 이 결과를 활용해 기사 발행 전략을 취하고 있다. 주로 이른 아침에 모든 기사들을 발행하고, 독자들이 일할 때나 점심 시간에 볼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아주 긴 길이의 영상을 내보낼 예정이라면, 발행 시간을 저녁으로 변경하는 경향이 있다.
Weekend's silnece는 주말에 콘텐츠 소비가 급감함을 일컫는 말이다. 그래프를 보면, 성공한 콘텐츠의 25%이상이 월요일에 발행되었다. 한 주의 일을 시작하는 첫 날이,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은 자극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주말에는 그 비율이 7-8%로 훅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경향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위 자료에 맞게 양식을 정했다면, 살펴보아야 할 것은 내용이다. 내용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 이것도 바로 지표를 설정한 후 데이터를 분석해 조정이 가능한 부분이다.
내용은 처음부터 뭐가 잘 될지 알 수는 없고, 이미 발행한 콘텐츠에서 보여지는 데이터를 분석해가며 다음 콘텐츠에는 어떤 요소들을 가미해야할지 예상하면서 만들어가야한다. 그래서 내 브런치를 예시로 들고 왔다.
반응을 분석하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1) A/B test
2) Social Analytics(플랫폼에서 제공받는 데이터. 이를테면 페이스북의 인사이트)
3) Tailored Tool(직접 만드는 분석 공식)
1) A/B test는 말 그대로 콘텐츠를 A형태와 B형태로 두 가지를 만들어서 배포해보고, A가 좋은지 B가 좋은지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다. 제목을 다르게 하든가, 메인 이미지를 바꿔보든가, 핵심 키워드를 본문 중간에 몇 개 더 넣어본다든가. 이성규님은 공유 버튼의 위치와 크기를 다르게 했을 때 반응이 어떤지를 살펴보기 위해 상단/하단, 작게/크게 등을 나눠 실험해보셨다고 한다. 결과는 하단에 커다랗게 두 개를 달았을 때가 공유가 많이 되었다고. 며칠 텀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아서 이번 글에서는 생략한다.
사용하는 툴은 이런 게 있다.
Optimizely
GA
Unbounce
Visual Website Optimizer
Adobe Target
2)Social Analytics
A/B test는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하는 작업이라면, Social Anaytics는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하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내 콘텐츠의 질을 평가하는 지표를 설정할 수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시는 분이라면 인사이트 란에서 확인하시면 된다. 나는 브런치를 살펴보기로 했다.
http://www.bloter.net/archives/287266
브런치에서는 다음과 같은 키워드로 글을 분류한다. 굳이 묶어서 보자면 ‘있어 보이는 블로그 글’과 ‘잡지에 실리는 글’ 사이쯤이 되겠다.
내 글은 사랑/이별 카테고리에 분류되고, 가끔 상단에 프로필 사진이 노출된다. 정확한 기준은 모르겠지만 최신순도 반영되는 것 같다. 어쨌든, 내 계정의 통계 탭을 들어가보았다.
내가 제일 놀랐던 페이지다.
사실 공유 수만 지표로 생각했던 나에겐 충격적인 결과였다. 조회 수 1위인 <육체적 관계로 증명하는 사랑>은 가장 많은 조회 수에도 불구하고 공유가 2, 3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원래는 2개까지는 아니고 약 50개 정도. 도메인 주소를 바꾸면서 공유 수가 초기화되었다.) 평소 공유 수와 유입 키워드 정도만 봤는데, 키워드의 70% 정도가 섹스, 난교 등의 자극적인 말이 있길래 폴리아모리 매거진 때문인가?했는데 정작 조회 수가 높은 건 제목에서 바로 연관된 단어가 있는 글이었다. 아마 제목의 자극성 때문에 클릭을 많이 했고, 같은 이유로 공유가 떨어지는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자, 그럼 이제 조회 수 2위의 글을 살펴보자.
나는 글을 쓰면 무조건 타임라인에 공유한다. 그래서 발행일자인 18일의 조회수는 573, 유입 경로는 SNS 91.1%, 그 중에서도 페이스북이 가장 높다.
조회수가 가장 많았던 건 다음 날(933)로, 특이하게도 SNS가 38%로 줄어들고 기타가 59.9% 늘었다. 주의해야 할 곳은 우측 빨간 박스다.
사실 나는 내 개인 타임라인의 글이 더이상 그들의 피드에 뜨지 않는다면, 더이상 조회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있더라도 현저히 낮은 수치일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다음 날 기타 유입이 SNS유입을 앞질렀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 Daum 페이지에 자주 노출된다!
발행일 주간 기록을 보면 첫째 날과 둘째 날 이후로는 조회 수가 급감하다가 한동안 잠잠하다. 나는 공유 수만 보고 측정했고, 149라는 공유 수는 거의 넷째 날 달성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아무도 들어와서 보지 않는 글인줄로만 생각했다.
이 글의 특이한 점은 가장 높은 조회 수가 발행일자인 7월 25일 근처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조회 수가 가장 높은 날은 8월 15일이었다.
이때의 유입경로를 보면 SNS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브런치를 통해서 들어온다. 유입 경로가 브런치인 경우는, 브런치 홈(pc,앱)이나 글 하단에 추천되는 글을 클릭하고 들어온 것이라고 한다. 자신의 글이 속한 카테고리에서 어떤 글이 인기를 끄는지를 보고 그 글과 엮일 수 있게 태그를 잘 활용하면 브런치에서 유입을 늘릴 수 있다.
3위까지만 다루려고 하다가, 내 콘텐츠의 퀄리티를 판단하는 지표를 설정하는 데에 도움이 된 글을 가져와보았다. 위 이미지를 보면, 조회 수 대비 공유 수가 높다.(약 12%, 조회 수 1위:1.8%, 2위:5.4%, 3위:2.6%) 지금까지는 공유 수만 봐서 내가 보기에 더 좋았다고 생각했던 글이 그렇지 않은 글보다 공유 수가 낮아서 의아했는데, 조회 수 대비 공유 수를 보면 얼추 맞는 것 같다. 게다가 조회 수가 많은데 그에 비해 공유가 안 된 글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다. 물론 공유하기 좋은 글이 퀄리티가 좋은 글과 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이슈도 있지만, 한동안 측정해볼만 한 것 같긴 하다.
하나 더. 조회 수 피크 찍은 부분이 조금 특이하다. 발행은 9일인데 이틀 째도, 나흘 째도, 사흘 째도 아닌 13일에 가장 높은 조회 수를 보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봤더니 SNS유입이 88.3%였고, 개인 타임라인에서는 아무 변화가 없었으므로 어딘가에서 공유를 했나 찾아봤다. 알고보니 약 6만 명 정도의 구독자가 있는 페이지에서 게시물을 공유를 한 것이었다. '페친의 책장'이라는 페이지 입장에서는 '책'이라는 소재를 걸었기 때문에 공유할 수 있었던 글이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점은 내가 혼자 브런치에 글을 썼을 때는 반응이 그저 그렇던 글이, 구독자가 많은 곳에 뿌려지니 좋은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즉 콘텐츠의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그 퀄리티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어디에 뿌리느냐 역시 그만큼 중요하다. 그러니 꽁꽁 숨겨두지 말고 최대한 많이 뿌려보자. 그래, 브런치 글이 공유 0인 분들께 드리는 말씀이다!(본인도 공유를 안했다는 뜻) 자기 만족용 일기라면 상관없지만,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글이라면 자기 타임라인에라도 공유를 하시라.
주어진 데이터를 살펴봤다면, 마지막 단계는 그 데이터로 '어떻게 우리의 콘텐츠를 측정할 것인가'이다.
나는 마지막 자료에서 말했듯이 당분간은 조회 수 대비 공유 수를 콘텐츠의 퀄리티를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할 것이다. 지표를 설정했다면, 그를 활용해 콘텐츠를 분석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여러가지 시도를 해봐야 한다.
그렇게 계속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고, 다시 전략을 짜고...를 무한 반복하다보면 우리를 원하는 독자가 누구인지, 그들은 어떤 콘텐츠를 원하는 지 알게 되고 그들에게 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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