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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유 Nov 06. 2017

[채식 2주차] 햄버거 덕후가 채식을 시도해봤다!

저번 주는 실패했지만 이번엔 아니야

KFC 징거버거 1+1, 혜화에서만!


지난주 식단에서도 볼 수 있지만, 나는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햄버거를 먹는 햄버거 덕후다. 물론 치킨이 제일 좋긴 한데 혼자 먹을 수 없으니까. (진짜 먹고 싶으면 시켜먹기도 한다만...) 게다가 치킨은 그 기름진 튀김 껍데기에 가끔 죄책감을 느낄 때도 있는데, 햄버거는 그런 게 없다. 


다들 인스턴트라면서 안 좋은 음식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완전식품 같았다. 풀 들어있지, 과일 들어있지, 그것도 모자라 맛 좋고 영양 좋은 고기까지! 허구한 날 라면만 먹는 자취생에게 이만큼 간편하면서도 건강한 메뉴가 있을까 생각했다. 얼마 전엔 사무실 앞에 있는 KFC에서 1+1 행사를 하던데 겨우 참았다. 주 1 회긴 해도 채식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같이 먹을 사람 없으니까...)



징거버거 대신 쉑쉑버거


채식하겠다고 큰 소리는 쳐놨는데 인스턴트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채식에 관한 정보를 간간히 찾아보면서도 치킨과 라면, 햄버거를 찾아먹었다. 저번 주보다는 줄여보자는 마음으로 자제하긴 했는데, 끼니 수 자체가 줄더라(...). 


어제도 그랬다. (할 게 없어서) 신논현역 투썸 플레이스에 앉아 채식 관련 다큐를 실컷 보고 나니 정말 신기하게도 고기가 별로 안 당겼다. 물론 그거 하나 본다고 바로 고기를 끊을 정도는 아니지만 당장 점심 메뉴로 선택하기는 고민이 됐다. 


이참에(약발이 남아있을 때) '자발적 채식을 시도해보자!'해서 신논현 채식, 신논현 비건, 강남 비건 따위를 검색해보는데 자주 언급되는 식당이 두 곳 정도 있었다. 전자는 샐러드 집인데 저번 주에 먹은 샐러드에 대한 충격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아서 가고 싶지 않았고, 후자는 비건 피자, 비건 스테이크 등 메뉴는 좋은데 가격도 비싸고 분위기도 레스토랑 같아서 같이 가면 몰라도 혼자서는 글쎄...


그렇다고 평소 먹던 대로 먹자니 다큐에서 나온 충격적인 사실과 장면들이 설핏설핏 떠올라서 식욕이 뚝 떨어졌다. 채식 식당을 더 뒤져보다가 '아직 배가 제대로 안 고파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구나'싶어서 짐을 싸가지고 무작정 카페를 나섰다. 


별 수 없이 정말 배고파지면 이런 생각도 사라지고 또 버거킹 가겠지... 하는 마음으로 강남대로를 힘없이 걸었다. 그렇게 쉑쉑버거를 지나치다가, 문득 쉑쉑버거에 채식 메뉴가 있다는 리뷰를 읽은 게 생각났다. 


이런 비주얼일까...(출처: 구글 이미지)

매장 밖에 있는 메뉴판을 보니 진짜 있더라. 쉬룸 버거라고, 고기 패티 대신 버섯이 들어가는 메뉴다. 채식을 하는데 햄버거를 먹을 수 있다니, 신선하고 충격적이면서도 기쁜 마음이 들었지만, 한 편으로는 버섯 버거라니... 비빔밥 따위에 들어가는 얇게 썬 버섯이 한 장 한 장 올려져 물컹거리는 식감을 줄 것을 생각하니 선뜻 내키지가 않았다. 


채식만 아니라면 절대 안 시킬 메뉴지만, 금방 다큐를 보고 와서인지 용기가 났다.


쉑쉑버거의 채식 메뉴


처음에는 메뉴가 잘못 나왔나? 했다. 상상했던 비주얼이 아니잖아! 영수증을 들여다보니 Shroom, 맞다. 버섯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버섯으로 만든 패티가 따로 준비되어있었다. 고기의 육즙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빵과 양상추, 토마토와 패티를 한 입에 배어 무니 원래 먹던 햄버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맛. 


튀김 안에 버섯이 층층이 쌓여 있는데 내가 알고 있는 버섯 맛은 거의 안 느껴지고, 치즈가 두둑이 들어있어서 맛있었다. 이만하면 먹을 만 한데- 싶으면서도 중간에 버섯이 뿅(세 번째 사진) 하고 나오니 거부감이 든 건 사실이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건지, 맛은 괜찮아서 깨끗하게 먹어치웠다. 




채식 버거


집에 돌아와서 채식 버거에 대해서 검색해보았다. (저번 주에도 그랬듯) 채식이라고 하면 샐러드만 먹어야 하고, 밥이 곁들여진다 해도 시금치 나물이나 고사리나물, 데친 버섯 등등 절밥 느낌의 메뉴밖에 선택지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버거를 먹을 수 있다니? 


찾아보니 해외는 물론 국내에도 채식 버거를 판매하는 곳이 많았다. 작년 7월 한국에서 쉑쉑버거가 열풍 하던 때, 뉴욕에서는 식물성 유사 고기 패티로 만든 식물성 버거, '임파서블 버거'가 인기몰이를 했다고 한다. 


임파서블 푸드는 빌 게이츠를 비롯해 구글, 코슬라 벤처스, 바이킹 글로벌 인베스터스 등이 투자하고 구글의 인수 제안을 거절한 회사로 유명하다. 아니 도대체 이 버거가 뭐라고, 저런 투자를 받는 거지?


"임파서블 푸드가 개발한 패티는 콩과 채소에도 존재하는 ‘헴’이라는 붉은 색소 분자를 통해 만들었다. 단순히 야채와 콩을 모아 만든 기존의 콩 고기와는 다르다. 고기를 분자 단위 수준으로 쪼개 맛과 향ㆍ식감ㆍ색깔ㆍ풍미를 분석한 후 이와 가장 비슷한 ‘헴’ 분자를 통해 진짜 고기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냈다." 고 기사는 전했다. 


실리콘밸리에서 뜨고 있는 '푸드테크' 속에서 탄생한 스타트업

http://www.bizhankook.com/bk/article/13522


심지어 맥도널드에서도 비건 메뉴를 출시했다고.

http://realfoods.co.kr/view.php?ud=20171018000613&pg=1&ret=search&search=%EC%B1%84%EC%8B%9D



출처: 구글 이미지
멋있어...(출처: 구글 이미지)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비건 버거 전문점 비욘드 미트에 투자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http://realfoods.co.kr/view.php?ud=20171024000711&pg=1&ret=search&search=%EC%B1%84%EC%8B%9D



생전 처음 들어보는 메뉴였는데 이미 활발한 논의가 되고 있었다니. 채식이 생소한 건 나뿐이었나? 뒤처지는 느낌이 들면서도 그 정체가 궁금했다. 


'피를 흘리는 버거'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 진짜 고기 패티와 비슷한 맛을 낸다는 임파서블 버거가 궁금했지만 아직 국내에는 매장이 없어서 아쉽지만 포기. 다만 비건 버거를 만드는 식당이 꽤 있어서 오늘은 그중 하나를 다녀와봤다. 



더 피커


채식 식당 '더 피커' 입구

오늘은 서울숲에 전시를 보러 갈 일이 있어서 마침 그 근처에 있는 채식 식당 <더 피커>에 방문했다. 사실 여기는 비건 버거 말고도 소개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서 나중에 재방문해서 리뷰를 써 볼 예정이다. 하지만 오늘은 비건 버거를 맛보러 왔으니, 버거에만 초점을 맞춰서!


비건 베이컨 버거

메뉴의 이름은 비건 베이컨 버거(국내산 훈제 두부로 만든 비건 베이컨에 아보카도를 으깬 과카몰리 소스로 담백한 맛을 낸 채식 버거). 방문하기 전부터 베이컨인데 비건이라니? 모양은 베이컨이랑 똑같은데 맛만 조금 다른 건가? 생각하고 시켜봤다. 


베이컨인 척 하는 두부


버거가 너무 커서 빵과 내용물을 분해(?)해서 따로 집어 먹었다. 베이컨은 내가 생각한 분홍색에 물결 모양의 고기는 아니었고, 그냥 구운 두부?... 처음에는 베이컨이 안 들어간 줄 알았는데, 이걸 베이컨이라고 부르더라(...). 


같이 간 분은 고기도 아니면서 고기인 척하는 게 얄밉다고 하셨는데, 동감했다. 굳이 왜?... 그냥 두부라고 했어도 먹었을 텐데, 꼭 베이컨이라고 해야 했을까. 모양이라도 똑같았으면 몰라. 


과카몰리 소스


으... 음. 과카몰리 소스는 아보카도가 주재료로, 라임주스, 칠리, 고춧가루를 혼합한 소스라고 한다. 사실 어떤 재료로 이루어진지 모르고 먹어서(심지어 메뉴판도 제대로 안 읽고 버거라는 말에 덥석 시켰다.) 비주얼만 봤을 땐 정말 당황스러웠다. 이거... 어떻게 먹지? 


내가 싫어하는 피클이 잔뜩 섞인 데다 색깔도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느껴졌다. 싱싱한 초록색! 느낌이 아니라 꿀렁꿀렁 퀴퀴한 초록색... 그래도 나 때문에 시켰는데 못 먹겠다고 할 수 없어서 포크에 살짝 찍어 맛보았다. 



한 입 먹어보고는 둘 다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뭔가 씁쓸하고 텁텁한 맛이 날 줄 알았는데 전혀! 피클의 시큼한 맛이 너무 강하지 않게 느껴져서 새콤하기도 하고, 상큼하기도 하고, 재료가 무엇인지 몰라서 맛을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생각보다 훨씬, 훠어어어얼씬 맛있었다. 먹을 만하다가 아니라 맛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 


물론 프랜차이즈에서 먹는 햄버거와는 전혀 다른 맛이다. 그 햄버거가 생각나지도 않고. 


맛있어서 싹싹 비웠다. 


이 버거를 먹고 나니 내가 햄버거를 좋아했던 이유가 정말 패티때문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는 위에 올라가는 빵이나 안에 들어가는 양상추, 토마토 같은 다양한 재료들이 한데 섞여 한 번에 먹기 쉽게 만들어진 음식이라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고. 꼭 '햄'버거여야 하나를 생각해보게 됐다. 




후기


좋았던 점

채식 메뉴의 '맛'에 대한 편견이 조금 누그러졌다. 어쩌면 정반대에 위치해있는 '버거'라는 메뉴를 채식 버전으로 구현해내다니. 다른 맛있는 식당도 더 찾아볼 생각이다.  

해당 메뉴가 실리콘밸리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어서 흥미로웠다. 앞서가는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

채식에 대해 여러 가지 정보를 자발적으로 익히고 있다. 다행히 엄청 흥미롭다! 


아쉬운 점

채식 주의자들이 한국에서는 채식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던데 그냥 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쉑쉑버거는 치즈가 들어가서 완전한 채식 버거는 아니다. 치즈를 빼 달라고 했는데 패티가 만들어져서 나온다고 해서 뺄 수 없다고 하더라. 기다란 줄에서 그런 요구를 하니 까다로운 사람이 되는 기분도 들고, 거기다 주문 취소를 할 수도 없고. 많이 아쉬웠다. 




1주차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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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에 그린을 더하다' 에드지와 함께 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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