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는 사람보다, 감정을 다룰 줄 아는 사람

어디까지 보일 수 있는가.

by 나라 연

‘말을 잘한다’는 말은 늘 칭찬처럼 들리지만, 강사 일을 하면서 그 말이 전부는 아니란 걸 점점 느끼게 된다.


말을 잘한다는 건 결국 '전달력’의 문제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감정을 다루는 능력’이라 본다.

특히 강사나 컨설턴트처럼 사람을 상대하고, 감정을 마주해야 하는 직업일수록 말이다.



어떨 땐 말을 줄이는 용기가 필요했고, 어떤 상황에선 내 감정을 잠시 뒤로 미뤄야 수업을 온전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말을 잘한다는 건 단순히 유창하거나 똑똑하다는 뜻만은 아니다. 어떤 단어를 쓸 것인지, 어느 정도의 온도로 전달할 것인지, 그리고 말하는 중에도 ‘지금 상대가 어떤 상태인지’를 읽는 감각이 함께 작동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 감각은, 결국 감정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말을 조리 있게 하는 것보다, 감정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중심을 지킬 수 있는 태도가 진짜 전문성이 아닐까?



강의를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돌발 질문이나 감정적인 반응이 돌아올 때가 있다. 피드백을 준다고 했을 뿐인데 표정이 굳는다든지, 수업 중에 갑자기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그럴 때는 말솜씨보다 ‘나의 표정과 분위기 그리고 침착함’이 상황을 정리하는 데 훨씬 더 큰 영향을 줄 때가 있다.



감정을 다룬다는 건, 상대방의 감정과 내 감정을 동시에 바라보는 시야를 갖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감정의 거리를 조절해 가며 ‘지나치지 않게, 모자라지 않게’ 반응하는 기술이라 본다.

이런 기술은 말 잘한다고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는다.


시간이 필요하고, 실전이 필요하고, 실패가 필요하다. 실제로 나도 누군가의 눈빛이나 말투 하나에 하루를 통째로 흔들린 적이 많았으니까.



가끔은 말로 설득하지 않아도 신뢰를 얻는 순간이 있다. 그건 결국 나의 태도 때문이었다.

긴장한 사람 앞에서 나도 조심스럽게 리듬을 낮추고, 때론 아무 말 없이 기다리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모든 상황에 정답처럼 말을 내놓기보단, 상황을 읽고 적절한 감정 조율을 할 수 있는 태도가 훨씬 중요한 것처럼.



내가 어떤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지를 넘어, 상대방에게 어떤 감정의 잔상을 남기느냐가 결국 나를 기억하게 만드는 포인트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감정을 조율하며 사람을 다루는 사람은 오래갈 수밖에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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