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에서 말하기로

누군가의 언어를 대신하던 내가 내 목소리를 갖게 된 이야기

by 나라 연

처음부터 말을 잘하는 사람은 없다.
나 역시 처음 강의를 시작할 때는 ‘말하는 사람’이 아닌, ‘베끼는 사람’에 가까웠다.



다른 강사들의 수업을 들으며 메모하고, 실연을 반복하고, 필기한 내용을 나만의 순서로 재구성했다. 수업 순서부터 전달 방식까지, 수강생들에게는 최대한 ‘처음이라는 티’가 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했다.



지금도 나는 처음 만들었던 수업 자료들을 매번 들고 다닌다.


사실 이제는 안 봐도 될 만큼 익숙하지만, 그 자료는 나에게 ‘말하기의 뿌리’ 같은 것이다.
종이는 바래고 구겨지고, 가장자리는 찢어졌지만… 지금의 나를 만든 흔적이니까.



처음엔 모든 것이 어설펐다.
말이 너무 빨랐고, 진도는 이상하게 앞질러 나갔다.

“이게 맞나?” “뭔가 빠뜨린 건 아닐까?”


강의는 했지만, 마음속에는 불안이 가득했다.
그 강의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타인의 언어로 입은 말하기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낯선 옷에 나만의 방식과 말투, 경험이 덧대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어, 나 지금 좀 잘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때의 희열감이란.. 말하기가 두려움이 아닌, 즐거움으로 바뀌고 있었다.

변화는 ‘느리게’ 찾아왔다.


어느 날 갑자기 말문이 트이는 사람도 있다지만, 나는 아니었다. 나는 조용히, 천천히, 축적의 방식으로 성장하는 사람이었다.



그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빠르게 성장하는 사람들이 부러워 맞지 않는 가면을 쓰고 따라 했다.
그건 결국 방황이었다.



하지만 내 방식대로, 조금씩 나의 이야기를 덧붙이고 자료의 문장 하나하나에 ‘내가 경험한 이야기’를 담다 보니 같은 수업임에도 훨씬 풍부하고 따뜻한 시간이 되어갔다.



말은 반복할수록 는다.


그것도 예측하지 못한 질문, 갑작스러운 상황 앞에서 ‘내 언어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처음엔 모르는 질문이 나오면 일단 수업을 마친 뒤 “수업 끝나고 피드백드릴게요”라며 급히 검색하고, 동료 강사들에게 물어보곤 했다.


전문가가 아닌 다양한 분야를 거쳐 강사 자리에 선 내겐, 그 과정마저 배움의 연장선이었다. 지금도 강의를 할 땐, 내가 만들어온 말의 구조와 질문법, 그리고 애매한 표현까지 점검한다.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통해 나를 보여주는 일, 그게 지금 내가 추구하는 말하기다.

처음엔 낭독처럼 읽었지만, 지금은 나의 경험과 관점이 담긴 말로 수강생을 만나고 있다.


그 말들이 쌓여 신뢰를 만들고, 내가 누군지 드러내 준다.

나는 타고난 말재주가 없다.


다만, 애매한 재능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게 누군가에겐 ‘타고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 그건 노력의 결과이자, 브랜드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해본다.


말을 하고, 글을 쓰고, 하루를 살아가는 내 방식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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