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단단해지기로 마음먹은 날

덕분에, 나는 단단해진다

by 나라 연

앞서 ‘사람을 믿는다는 것’에 대해 썼다.
무조건적인 믿음은 아니지만, 나는 사람을 믿음으로써 얻고 싶은 위로 같은 걸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건 어쩌면 아주 작은, 그리고 개인적인 욕심이었는지도 모른다.



바쁜 시즌이 끝났다.
목이 쉴 정도로 하루 종일 말하던 시간이 지나 이제는 누구에게도 말을 걸지 않는 고요한 시간 속에 있다.



지나온 시간은 꿈같기도 하고, 가끔은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던 게 맞는지 낯설기도 하다.

이 고요함 속에서, 나는 다시 나를 붙잡기 위해 이렇게 기록을 남긴다.



합격 소식을 전하는 수강생들의 말 속에는 유독 자주 반복되는 한 문장이 있다.



“덕분에 합격했습니다.”



그 말이 진심인지, 형식적인 말인지 느낌은 다 다르지만,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모두를 받아들인다.

그저 그 한마디, ‘덕분에’라는 말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강의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듣는 사람이 따라오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결국 결과는 그들의 노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 안에 내가 알려준 것이 조금이라도 반영되었다는 걸 느낄 때, 나는 내 일을 조금 더 믿게 된다.
그리고, 나 자신을 조금 더 단단하게 여긴다.



그래서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을 땐 반드시 ‘덕분에’라는 말을 전하려고 노력한다.
작은 표현 하나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몸으로 느껴봤기 때문이다.



강사가 될 거라 생각한 적은 없었다.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일이 이렇게 오래 이어질 줄도 몰랐다.

화려한 이력이나 배경도 없었지만 현장이 나를 키웠다.



스스로 좌절도 많이 했고, 수강생들에게 상처를 받고 자책한 날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매번 다시 돌아오게 만든 건, 결국 그 한마디였다.



“선생님 덕분에요.”



참 단순하고도 진심 어린 말이 어떤 날엔 나를 바보처럼 웃게 만들고, 어떤 날엔 주저앉아 있던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우게 만들었다.



사람은 단단해졌다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 또 다시 무너질 수 있는 존재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런 순간이 올 때마다 조금씩 새로운 단단함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



바쁜 시즌은 끝났지만, 이제는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 내가 가진 경험이 다른 누군가의 삶에 조금이나마 단단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가능성을 위해 나는 다시 오늘, 단단해지기로 마음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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