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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용준 Dec 11. 2017

지식서비스 가격 흥정의 고민

1인기업으로 살아가기

며칠 전, 전화 상담을 한 내용중 일부를 먼저 적어 봅니다.


상담자 : 그렇다면, 입찰용 제안서를 작성 해서 그 결과물을 전달 해 주신다는 거죠?

팔자 : 네, 맞습니다. 저희가 내용 마무리 해서 전달 해 드린 결과물을 인쇄해서 입찰 주관기관에 제출 하시면
          됩니다. 

상담자 : 그렇군요. 
           그럼 총 몇 페이지죠?

필자 : 제안요청서(RFP)에 보면, 50페이지로 페이지 수를 제한 하고 있으니, 50페이지를 작성 할 예정 입니다.상담자 : 50페이지라… 그럼 비용은 어떻게 되나요?

필자 : 선생님과 이번 제안서를 만들게 되면, 총 3-4회 정도의 미팅이 필요하고, 
         작성하고 별도의 편집 디자인하는 인력들의 과정을 걸쳐서 작업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총 비용은 300만원이 될 듯 합니다.

상담자 : 뭐라고요? 300만원요?

필자 : 네. 300만원 입니다.

상담자 : 무슨 문서 작성 해 주는데, 300만원을 받아요? 그것도 달랑 50페이지를…

필자 : 네… 300만원 받아야 합니다.        

          단순히 문서 편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입찰에 대한 전반적인 컨설팅을 진행 하기에,         

         결과물은 50페이지라고 보여지지만, 들어가는 노력과 비용이 있기에 그렇습니다.

상담자 : 다른데 알아보니, 30만원도 있고 50만원도 있었는데,
           선생님이 좀 더 잘 하실 것 같아서 50만원이면 될 것 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필자 : 그러시군요. 하지만, 50만원에는 저희가 컨설팅을 진행 할 수 없습니다.

상담자 : 솔직히 비쌉니다. 좀 더 깍아 주실 수 있나요?

필자 : 이미 할인을 나름 해 드린 것 입니다.
         첫 거래이고 급하신 듯 해서, 나름 최저 비용을 말씀 드린 것 입니다.

상담자 : 알겠습니다.           

             좀 더 생각 해 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필자 : 네, 그러시죠!


그렇습니다. 필자가 업으로 삼고 있는 '입찰 제안 컨설팅'에 대한 상담 전화의 일부 이며,

전화로 상담을 한 고객이, 제가 제시한 비용이 비싸다고 말씀 하시던 내용 입니다.


지식서비스(입찰 제안 컨설팅)를 상품으로 삼고 있는 필자는 이런 내용의 전화 상담을 무척 많이 합니다.

블로그를 보시던, 소개를 받던 여러 경로로 필자에게 컨설팅 상담을 요청 하신 고객분들과 상담의 핵심은 결국, 가격으로 결론이 나게 됩니다.


적지 않은 고객분들이 제게 '비용이 비싸다.'고 말씀을 하시고, 계약이 진행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제 일의 가치를 아시고 기꺼이 제가 제시한 비용을 지불하시고 일을 의뢰하는 분들이 더 많기에 제가 먹고 사는 것 입니다. 
고객과의 상담이 비용이라는 문제에 다다르게 되면, 늘 겪는 이야기는 위의 예시와 비슷 합니다.

가격이 비싸다는 말의 근거는 대부분 '제안서 몇장 만드는데...'라는 것 입니다.

한마디로, 컨설팅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제안서'를 기준으로 판단을 하는 것이죠.

이 판단이 전적으로 틀린 것 만은 아닙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받아보는 결과물의 분량도 무시 할 수 없는 요소니까요.

오늘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결과물의 값어치..뭐 이런 이야기 보다는 상담 전화를 하는 과정에 일어나는 저의 심리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현재, 필자가 느끼는 경험을 가지고만 이야기 하면,

현시점의 우리나라 많은 수의 사람들은 '지적 노동 결과물'에 대하여, 가볍게 생각하는 것만은 사실 인것 같습니다. 컨설팅을 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고, 고객의 손에 주어지는 '문서 몇장'이 가치의 판단 척도가 되기 쉽고, 그렇게 판단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음식을 배달 시키는 것, 집안 도배나 인테리어를 시키는 것, 단순한 용역을 시키는 것과 '지식노동'을 동일시 하기에 나오는 생각이고, 이것이 과히 틀렸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현실이 그러니까요.


위의 상담 과정에서, 필자는 머릿속에서 한번 갈등을 했습니다.
고객이 직접 상담 전화를 하고, 시일이나 상황이 급한 상황이라 영업적으로 보면, 니즈(Needs)가 무척 큰 상황이고, 당연히 가격만 조율이 되면, 계약이 성사 되기 일보직전이었기 때문 입니다.
만일, 필자가 제시한 300만원과 고객이 생각한 50만원이라는 차이에 있어서,
150만원 정도를 제시한 후에, 결과적으로 100만원 정도까지 흥정을 유도 한다면,
필자의 과도한 자신감 일지는 모르겠지만 90% 이상 저와 계약을 진행 했을 것 입니다.

이런 생각이 상담을 하면서도 들었기에 솔직히 고백을 하자면 '흥정'을 시도 할까도 했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위에 내용 처럼 흥정을 하지 않았고 결국 그 고객은 아직도 연락이 없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서 필자는 늘 고민을 합니다.

가격을 고객의 지불 할 능력에 맞춰서 '계약'하고 매출을 올릴 것인가 - 물론 이 경우 원가에 못 미칩니다.-
아니면, 위의 상담 내용 처럼 고객을 잃을 것인가?

결론적으로 필자는 '제 값어치를 제시하고 그 값어치를 인정하는 고객'과 일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만일, 위의 흥정 내용을 받아서 100만원 정도에 컨설팅을 진행 하게 되면,
필자는 일 하는 내내 비용의 압박과 너무 저렴하게 했다는 생각을 떨굴 수 있는 내공이 아직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내공과 수양이 부족한 필자는 분명 소홀히 하는 부분이 생길 것이고, 작은 부분의 소홀이 결국은 부정적인 결과로 나타날 수 밖에 없습니다.

필자가 컨설팅 하는 일은 '입찰 제안'이므로 결과물인 '제안서'는 해당 사업에서 수주를 하지 못하는 순간 휴지에 가까운 의미로  전락을 하게 되지요.

소리없이 총칼 대신 '제안서'로 전쟁을 하는 입찰 수주 전투에서 전투에 임하고 작전을 짜는 용병 같은 '컨설턴트'가 유일한 댓가로 받는 '비용'을 시작부터 찜찜하게 여기면 그 결과야 뻔한 것 아닐까요?

그래서, 필자는 애초에 가격을 제시 할 때,

'스스로 손해 보지 않으면서 고객을 만족 시킬 수 있는 기준'에서 견적으로 도출하고
그 도출 된 '가격'에 미달하면 일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늘 상담을 할 때, 매출의 유혹에 마음은 갈등을 합니다.


기쁘게 일 할 수 있는 가격이 제대로 된 일을 만드는 것인데... 현실에서는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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