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씨앗반에 수족구가 돌기 시작했다. 작은 아이들이 하나 둘, 못된 바이러스에게 괴롭힘을 당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잘 지내다 어제저녁 갑작스럽게 열이 39도까지 올랐으니 말이다. 해열제를 먹인 후 열이 좀 떨어졌으나, 긴긴 밤동안 아기새는 3번 정도 깨서 울었다.
아침에 눈을 뜬 아기새의 컨디션은 좋아 보였으나, 목과 팔꿈치, 발에 땀띠 같은 것들이 올라와있었다. 아침식사 후 서둘러 소아과를 갔다. 오전 9시에 도착했으나 소아과는 이미 만석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조이의 상태를 보신 담당 선생님은 병명이 수족구가 맞다고 하셨다. 그리고 하나 더, 폐렴이 왔단다. 엎친데 덮친 격이란 말은 딱 이럴 때 하는 말이었다.
결국 아기새는 난생처음 입원을 하게 되었고, 나도 난생처음 내 새끼를 입원시키게 되었다. 그래도 그 와중에 감사했던 건, 수족구라 1인실을 써야만 한다는 것, 1인실이 딱 하나 남아있었다는 것, 언젠가 한 번쯤은 하게 될 일이라 생각해 왔기에 내 마음이 잔잔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들의 밀접해지는 시간이 다시 시작되었다.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지 29일째 되던 날 말이다. 각오는 했으나 못된 바이러스에게 호되게 당하고 있는 내 딸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괜스레 미안해진다.
이렇게 아프면서 크는 거란 걸 알면서도, 기침하느라 잠에서 깨 엉엉 우는 아이 대신 내가 아프고 싶다. 아프니 엄마가 더 필요해지는, 엄마에게서 떨어지고 싶지 않아 하는 조이를 품에 안았다. 새삼스럽게 내가 엄마라는 사실이 피부에 와닿는다.
'네가 나를 엄마로 만드는구나.'
짧으면 5일, 길면 7일을 입원해야 한단다. 침 삼키는 건 힘들지만 맛있는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즐거워지는 조이는 잘 회복할 것이다. 모처럼 모녀지간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보자꾸나.
필요한 짐들을 챙기고 나르느라 고생한 남편에게 이 밤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여보, 이번주는 각개전투야! 내일 내 립밤 챙겨 오는 거 잊지 말아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