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간의 4박 5일 엠티(MT) 후 며칠이 지나자, 조이에게서 이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병으로 인한 증세는 아니었으니 안심하시라.
수면교육이 잘된 아기를 찾는다고 하면, 주저 없이 우리 집에도 그런 아기가 하나 있노라 손을 번쩍 들 것이다. 우리 부부는 대개 저녁식사 후 조이에게 소화시키며 놀 수 있는 시간을 준다. 그리고 잘 시간이 가까이 오면, 동요를 자장가로 바꾼 후 거실 조명의 밝기를 낮춘다. 한층 어두워진 거실에서 하던 놀이를 마무리하고, 함께 어질러진 거실을 정리한다. 조이의 방에 들어가 기저귀를 갈아주고 소리 내어 아이를 위해 기도한 후 마무리 인사까지 하면 우리만의 수면의식(절차)은 끝.자장가가 흘러나오는 수면등을 켜준 후 방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 육퇴.
보통 조이는 방문이 닫히면 곧바로 잠이 들거나, 뒤척이다 잠이 들거나, 신나게 놀다가 잠이 든다. 퇴원 후 집에 돌아온 조이는 하루 이틀까진 여느 때와 같이 잠이 들었다. 그런데 퇴원 후 3일째 되던 날 저녁, 조이는 이 세 가지의 선택지 중 어느 것 하나 고르지 않고 구슬프게 울기 시작했다.
조이의 울음소리에 나는 당황했다. 단순한 칭얼거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분명 방문이 닫히기 전까지 우리는 즐겁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으니까.
방문이 닫히고 1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운다니. 보통 조금 기다려주면 스스로 울음을 그치고 잠드는 아기가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분명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이다.
걱정되는 마음으로 방문을 열어 조이를 불렀다. 엄마 목소리를 듣자마자 조이는 울음을 그쳤다. 침대에 걸터앉아 조이를 끌어안았다. 조이는 나를 꼭 껴안고 눈을 감았다. 나는 그 작은 등을 토닥이다가 쓰다듬다가 꼭 껴안았다. 그렇게 잠시 있었다. 잠시 후 조이가 고개를 반대로 돌리더니, 눈을 꿈뻑꿈뻑. 곧 스스로 다시 침대에 누웠다. 조이가 편안해진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다시 잘 자란 인사를 하고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왔다. 조이는 곧 깊은 잠 블랙홀 속으로 들어갔다.
문제는 이 일이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조이가 수면의식에 엄마를 불러들이는 통곡을 더해버린 이 과정이 연속으로 이틀간 이루어졌으니 말이다. 그리하여 나는 조이가 밤잠 열차를 자꾸만 놓치는 이유가우리 모녀의 4박 5일 엠티 기간 동안 이루어진합방의 부작용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래서 합방은 위험해.'라는 생각과 함께.
방문을 세 번째 열어야 하는 날이 오자, 내게 심적 부담이 밀려왔다. 아이와 부모의 질 높은 수면시간을 위해선 일관되고 단호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라는 우리 부부의 원칙 때문이었다. 아이가 운다고 계속 방문을 열고 들어가 달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되면 딸아이가 엄마 없이는 잠들기 힘든 아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버텨보기로 했다. 조이에게 밤인사를 하고 나오며, "엄마는 조이가 운다고 방에 다시 들어오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다. 말한 것을 지키기 위해선 아이의 울음소리를 견뎌야 했다. 그런데 방문이 닫힌 후 15분가량을 조이는 쉬지도 않고 더욱 처량하게 울었다. 기어이 엄마가 방문을 열게 만들기 위해 조이가 악을 쓰고 소리를 지르는 통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조이방 문을 열고 말았다.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고 꼭 껴안아 진정시켰다. 조이는 변함없이 엄마 품에서 곧바로 안정을 찾고 눈을 감았다. 잠이 든 것처럼 보였지만 잠시 후 다시 눈을 꿈뻑이더니 조이는 스스로 침대 위로 몸을 뉘었다. 그리고 난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다.
18개월이 된 아이의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이렇게 엄마 껌딱지가 되는 것일까. 공들여 세운 수면교육의 탑이 이대로 무너지고 말 것인가. 나는 수도 없이 쏟아지는 질문과 의문 사이에서 길을 잃은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건 남편이 출장으로 집을 비운 지 이틀이나 되었기 때문이었다. 내겐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남편의 심심(甚深)한 위로보단 당장 내 옆에서 머리를 함께 맞대어 줄 남편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