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흰 토끼와의 만남

by 생각많은얼룩말


나는 머쉬에게 작별 인사를 한 뒤 서둘러 버섯 집에서 나왔다. 무작정 앞을 향해 걸어가다가 잠시 멈춰 뒤를 돌아봤다. 빨간 지붕의 버섯 집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진짜 이상하단 말이야.'


주위를 둘러봤다. 머쉬의 버섯 집까지 왔던 길이 어떤 길이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으려고 이대로 주변을 서성거리다간 곧 왕진 가방을 든 머쉬를 마주칠 것만 같았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커다란 버섯 집 반대편으로 계속해서 걸어갔다.



걷고 또 걸었다. 걸으면 걸을수록 머쉬 집이 어디에 있었는지, 또 다른 집이 나오긴 하는 건지, 여긴 도대체 어딘지, 머쉬는 왜 나를 앨리스라 부른 건지, 내가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 다들 걱정하는 건 아닌지, 혹시 이건 꿈은 아닌지 생각만 많아질 뿐이었다. 폭발적으로 늘어가는 생각에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도 시키지 않은 생각은 여기까지만 하자고 생각했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친구가 생길 거라고 했어. 조금만 더 걸어보자.'


사바나라고 불리는 커다란 숲 속을 걷고 있는가 보다 했다. 뚜벅뚜벅 계속 걷다 보니 지치기도 하고 배도 슬슬 고파지는 것 같았다. 그때, 저 멀리서부터 내 쪽으로 움직이는 흰 물체가 보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흰 물체는 다름 아닌 토끼였다.


"우와, 토끼!"


내 탄성에 흰 토끼가 놀랐는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아유, 깜짝 놀랐잖아! 토끼 처음 봐?"


토끼가 말을 하다니. 순간 나는 심장이 철렁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눈을 껌뻑거리며 눈알을 굴리자, "나 참, 안 잡아먹으니까 긴장 풀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까칠한 토끼였다.


"아, 어 그래. 반가워 토끼야."

"나 참, 내가 토끼인 건 맞는데 내 이름이 토끼는 아니거든."

"아, 미안해. 이름이 뭐니? 아참, 내 소개를 먼저 해야지. 내 이름은, "

"앨리스. 반가워 앨리스. 내 이름은 쥬디스(Judith). 그냥 주디라고 불러."


이 작고 하얀데 까칠한 토끼도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 아니, 이 토끼도 나를 앨리스라고 불렀다.


"아, 안녕 주디. 그런데 내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그걸 말이라고 해? 네 이름이 앨리스니까 앨리스라고 부르지."


더 자세히 물어봤다간 토끼 앞니로 물어 뜯길 것만 같아서 아무 대꾸도 못한 채 고개만 끄덕였다.



"그런데 주디, 지금 어디 가는 길이야?"

"어디 가는 길은 아니고, 그냥 바람 쐬러 나온 거야. 속이 시끄러워서 말이야."


이 작은 토끼도 속이 시끄러울 때가 있다니. 주디의 말이 웃기지만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줬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내 표정이 마음에 들었는지 주디는 "앨리스, 너는 지금 어디 가는 길이야?"라고 친절히 물어봐줬다. 물론, 친절하다는 건 내 생각일 수도 있지만.


"아, 나는···, 사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는 길을 가고 있는 중이었어."


말 같지도 않은 소리는 하지도 말라는 주디의 표정을 보고 나는 서둘러 그다음 말을 이었다.


"주디, 너도 닥터 머쉬를 아니?"

"당연히 알지. 우리 집에 종종 오셔."

"아, 그렇구나. 어쨌든, 머쉬를 만났는데 길을 따라가다 보면 친구가 생길 거라고 했어. 그래서 무작정 길을 따라 걷는 중이었어."


내 대답이 끝나자 주디는 곰곰이 생각하는 듯했다. 나는 주디가 생각하는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곰곰이 생각해서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친절히)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찌푸려졌던 미간이 펴지고 주디는 입을 열었다.


"앨리스, 점심 먹었어? 안 먹었으면 우리 집에 가자. 내가 친구가 되어 줄지는 고민을 더 해봐야겠지만 같이 점심을 먹어줄 순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