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말했단다.
“집중은 ‘아니다(No)’라는 말을 하는 것”이라고.
선택과 집중. 너무 익숙해 식상할 정도의 말인데, 잊을만하면 눈에 걸리고 들려온다.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은 어렴풋이 알면서도 적용하지 못하는 이들이 혹은 선택과 집중을 뒤늦게 절감하는 이들이 각오와 탄식을 섞어 뱉어내는 것일 거다.
이 말이 개념에서만 머무르는 이유는 실행, 적용을 할 방법을 몰라서인 경우가 많다. 이때 스티브 잡스의 한마디가 길을 열어준다.
이 아이디어도 좋고 저 아이디어도 좋을 때,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할 것 같을 때. ‘이건 아니다’라고 판단하는 것. 사실 이거 할까 저거 할까 망설이다가 시간을 끄느니 뭐든 하나부터 시작하면 당장 아니다로 결론 낸 아이디어도 더 빨리 시작해볼 타이밍이 오지 않겠는가.
결국 ‘아니다’란 결정 자체도 얼마나 신속하게 하느냐에 따라 집중의 기회, 시간이 늘어날 수 있겠다.
깨알 같은 글씨로 가득한 슬라이드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아 저 사람은 생각 정리가 덜 되었구나.’ 그러니 이것도 집어넣고 저것도 집어넣는다. ‘이 페이지에서는(혹은 이 PT에서는) 아니다’란 작업이 덜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글자는 점점 작아지고, 그러다 보니 청중 입장에선 슬라이드의 어떤 부분을 봐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이 벌어진다. 뭐 일단 글자가 작으니 가독성부터 떨어질 것이고.
하나의 슬라이드 안에 여러 개의 문장들이 들어있고, 그 문장의 70, 80%는 밑줄이 그어져 있는 슬라이드를 보며 강의를 들은 적 있다. 덤으로 각 문장들의 글자색이 다 달랐다. 그 총천연색의 찬란함이란. 슬라이드 작성자는 그 문장들이 각각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는 걸 구분하기 위해 나름의 친절을 베푼 것이었겠지만 보는 입장에선 정말 곤욕이었다.
프레젠테이션용 슬라이드를 만들며 한 페이지에 너무 많은 내용이 들어가 있다 싶을 때 대처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바로 페이지를 늘리는 거다. 나름 정교(?)하게 한 페이지에 꽉꽉 채운 내용을 ‘훌륭하다거나 조사나 내용이 충실하다’라고 판단해줄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여백을 두려워하지 말자.
‘1 페이지 당 1 메시지’라는 법칙(?)은 차치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