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노산이라고요?

by 순록

나는 34살에 노처녀 소리를 들으며 늦게 결혼을 했다. 요즘은 초혼연령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결혼 이후의 출산까지 생각을 한다면 늦었다고 하는 편이 맞는 것 같다. 특히나 출산을 생각하는 여성에게는 결혼의 시기가 굉장히 중요한데, 아이를 낳은 후에 경력단절도 생각해야 하고 또는 다니던 직장을 포기하고 출산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상황이 있기에 사람과 상황에 따라 결혼을 일찍 하는 사람들도 있고 나처럼 늦게 결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이를 낳지 않고 사는 딩크족이 있는가 하면 남편과 일찍 출산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다. 각자 부부의 스타일이 있고, 그들의 상황이 있기에 나는 어떤 방식이든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신혼 초에는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를 알아가며 하나씩 가족의 모습으로 맞춰가기 시작했다. 결혼 생활이 익숙해지니 슬슬 출산에 대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결혼을 할 때도 친정엄마는 아이 걱정을 하셨다.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는 것이기에 시댁에 흠이 되지 않도록 바로 아이를 낳기 원하셨기 때문이다. 친정엄마를 만나러 가는 날이면 엄마는 나에게 출산을 빨리 해야 한다는 잔소리를 늘어놓으셨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엄마 나는 이효리처럼 살 거야. 남편이랑
알콩달콩 살면서 강아지도 키우면서 말이야.


라고 말했고, 매번 등짝을 얻어맞기 일쑤였다. 하지만 엄마의 걱정을 알기에 나도 진지하게 생각을 해야 했다. 게다가 내 주변 친구들은 이미 아이가 하나도 아니고 둘, 셋이나 있거나 벌써 초등학교를 다니는 자녀 둔 친구도 있었다. 이러한 고민을 계속하던 때, 동네 친구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나보다 일찍 결혼을 했지만 아직 아이는 없는 친구였다.


“우리 너무 늦기는 늦었어. 병원에서도 35살부터는 노산이라고 한대. 산부인과에 가면 검사비용도 추가되는 거 알아?”친구가 물었다.

“맞아. 나도 걱정이다. 아이를 낳아야 하는 것은 알고 있는데, 내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모르겠어.”

“생각해봐. 지금 네가 진짜 열심히 노력해서 내년에 아이를 갖는다고 가정을 해보자. 그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네 나이가 50이야.... 그리고 자녀를 다 키워서 결혼시키면 몇 살이 될 것 같아?” 사실 아이를 늦게 낳아도 관계는 없지만, 지금 나이에서 계산을 하며 현실적으로 설명해주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더욱 심각해졌다.

친구를 만나고 돌아와 걱정에 가득 찬 내 표정을 본 남편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고, 나는 솔직하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내 이야기를 들은 남편이 입을 열었다.

“고민을 많이 했겠네. 아이를 낳는 것도 서로가 준비하고 노력해서 낳아야 하는 것이니까. 같이 고민을 해보자. 그런데 부모님이나 너의 나이나 상황에 밀려서 결정하기 전에 당신이 정말 아이를 낳고 싶은지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어.”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은 정리가 되었다. 주변의 이야기나 상황을 생각해서 걱정을 하는 것도 좋지만 그전에 내가 먼저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혼자 걱정하기보다 남편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 함께 결정해나가야겠다. 그래서 우리는 두렵지만 용기를 내어서 함께 산부인과에 가보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