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고 부르는 존재가 된다는 건.

내가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by 순록

내가 어릴 적 기억하는 슬픈 장면이 있다. 아마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것 같다. 학교에 처음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학교 수업이 끝날 즘에 밖에서는 비가 오기 시작했다. 반 친구 중 한 명이 "야! 비 온다!"라고 소리쳤고 신난 아이들은 다 같이 창밖으로 뛰어나가 비가 오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선생님은 아이들은 진정시켰고 어느덧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비가 오는 것을 걱정하면서 학교 앞으로 내려간 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입구 앞에는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있었는데 손에 아이들의 우산을 들고 서있었다. 우르르 내려온 아이들이 자신의 부모를 찾는다.

"철수야!!"

하고 엄마가 아이를 부르면 철수가 대답한다.

"엄마~~~!!"

철수가 엄마 품속으로 뛰어든다.

한 아이가 엄마에게 가자 다른 아이들이 모두 자신의 부모를 찾아서 이름을 부른다. 반갑게 뛰어가서 인사를 하고 엄마와 함께 우산을 쓰거나 엄마가 건네준 우산을 쓰고 집으로 향한다. 나는 이 모든 상황을 보고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유치원 때부터 맞벌이를 하셨다. 집안에 딸이 셋이나 있었고,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이기에 우리 엄마는 나를 낳고 바로 일터로 뛰어드셨다. 일을 다니고 있는 엄마가 초등학교 1학년 하교시간에 올리가 없지만 나는 내심 기대를 해보았던 것 같다. 비를 맞고 집으로 가면 되는데 우리 반의 모든 아이들의 엄마, 아빠가 아이들을 데리러 왔고 나는 그 상황이 부럽고 부끄러웠다. 그래서 아이들이 모두 갈 때까지 하염없이 학교 앞에서 엄마를 기다렸다. 한참이 지난 후 나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엄마를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엄마~~~~!!"


세월이 흘러 나도 엄마 나이가 되었을 때,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비 오는 날에 친구 녀석의 초1쯤 되는 아들을 데리러 마중을 나간 적이 있다. 초등학교 교문 앞에 엄마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데 우산을 쓰고 아이들을 기다린다. 혹은 같은 학년의 친구 엄마들과 수다를 떤다. 간혹 아빠들도 보인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들이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혹시 몰라 따라갔더니 비가 갑자기 와서 미처 우산을 가져오지 못한 아이들이 비를 맞지 않도록 현관까지 와달라는 선생님의 단체문자가 간 모양이다. 그제야 친구가 전화가 온다. "야, 현관 앞으로 가서 기다리래" 현관 앞에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이 모여있다. 1학년 2반이에요라고 선생님이 외치면 엄마들이 일제히 모여 자신의 아이를 찾는다. 나도 함께 찾는다. 마스크를 써서 얼굴도 잘 분별이 안되지만 자세히 보면 알 수 있겠지. 수많은 아이들이 엄마를 찾아서 엄마가 쓴 우산 쏙으로 폭 하고 들어간다. 나도 따라 내 아들은 아니지만 내 아들은 어디 있나 하는 마음으로 자세히 둘러본다.


그때, 이모!! 하고 아이가 날 부른다. 친구 녀석의 아들이 웃는다. 나도 따라 웃는다. 그 녀석의 손을 잡고 우산을 씌워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 어린 시절이 떠오르면서 처음으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나도 비 오는 날 아이가 "엄마~~" 라고 부르는 존재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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