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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의 기록자 Sep 30. 2022

아는 동생에게 갑자기 연락이 왔다.

당신은 좋은 소식과 나쁜소식 중에 무엇을 먼저 듣고 싶은가?


언니 나 결혼해!


평소에 연락을 거의 하지 않는 동생의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 나는 조금 당황스러워서 카톡을 눌러 대화를 열어보지 않은 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띵동!’ 뒤이어 온 다음 메시지. ‘모바일 청첩장입니다.’ 그제야 나는 동생이 결혼하는 사실에 조금은 반가워졌다. 그리곤 괘씸한 마음이 함께 들었다. 언니 잘 지내? 라는 식의 안부도 없이 결혼 소식만 전하는 동생에게 새삼 서운해졌기 때문이다. 연락을 안 한지는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예전에는 자주 만나고 꽤 친한 사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우리가 겨우 문자 하나로 경사를 알릴 사이인가 싶어 허탈함마저 들었다. 그래도 친했던 동생이니 축하는 해줘야겠다 싶어서 답장을 했다.


“결혼한다니 축하해. 그동안 잘 지냈어?”

내가 보낸 메시지에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지워지는 1 표시.

“그럼! 언니 나 결혼하게 돼서 너무 좋아! 요즘 진짜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해!”

이 녀석은 친구들이 다 결혼할 때 자신은 노처녀가 되었다며 왕왕 울었던 아이였다. 그리고는 몇 달 지나지 않아 카카오톡이며, SNS 계정을 전부 삭제하고 돌연 사라져 버렸었다. 원래부터 감정의 기복이 심했던 동생이기는 하지만, 갑자기 연락이 닿지 않으니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한참을 걱정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나 행복 타령이라니.

“언니 나 신혼여행은 하와이로 가게 되었어! 코로나이긴 하지만 해외여행 요즘 다 가잖아. 내가 신혼여행은 외국으로 꼭 가고 싶다고 하니깐 남편이 그렇게 하라고 해서ㅋㅋㅋ”

이것은 무슨 자랑질인가. 얘는 내가 결혼한 사실은 알고나 있을까? 나는 코로나 심각할 때 결혼해서 해외여행은 꿈도 못 꿨는데, 지금 해외 간다고 자랑하는 건가 싶어서 슬슬 짜증이 났다.


“좋겠네. 결혼식 꼭 갈게!” 나는 서둘러 대화를 마무리했지만, 돌아오는 답장에 어이가 없어져 버렸다.

“그래서 말인데 언니! 혹시 언니가 부케 받아 줄 수 있어?”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메시지를 다시 읽어보았다. 이 년은 내가 결혼한 걸 모르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나한테 관심이 없는 것도 확실했다. 내 카톡 프사만 봐도 버젓이 남편이랑 찍은 사진이 있는데 부케라니...


그제야 이 년이 얼마나 이기적인 동생이었는지가 생각났다. 인간관계에서는 서로에게 긍정적인 도움이 되고 좋은 영향이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이 동생은 나를 감정 쓰레기통쯤으로 생각했던 친구였다. 자신이 힘들 때만 연락해서 나한테 위로받다가 해결되면 자취를 감추고, 또 갑자기 연락해서 자랑을 하고 정작 내 이야기는 잘 들어주지 않던 동생이었다. 그래서 나는 동생한테 연락이 올 때마다 답장을 최대한 늦게 하고, 약속도 최대한 미룬 뒤에 잡았었다.


“언니 결혼했잖아~ 꽤 되었는데 몰랐지? 그러니깐 평소에 연락 좀 하지 그랬어~”

“아. 그랬어? 몰랐네. 그러고 보니 카톡 프사에 있는 사람이 남편이었네? 어머 축하해 언니!”

호들갑을 떠는 동생에게 나는 결혼식에 꼭 참석하겠노라 하고 서둘러 대화를 마무리했다.


나는 동생과 친했던 추억들이 생각나면서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필요할 때만 나를 찾는 사람이 아닌 서로에게 좋은 존재가 되는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동생 결혼식에 그간의 정을 생각해서 마지막으로 참석하기로 했다. 결혼식에 다녀온 후, 이제부터는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좋은 사람들을 주로 만나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몇 달 뒤, 잘 지내는 줄 알았던 동생에게 갑자기 연락이 왔다.

“언니 나 너무 힘들어. 남편이랑 못 살겠어ㅠㅠ”

연이어 오는 카톡의 알림에 나는 동생에 대한 안타까움과 동시에 인간관계의 허탈함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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