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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의 기록자 Oct 06. 2022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할까요?


언니는 결혼을 결심하게 된 순간이 있었어?


연애를 하고 있는 친한 동생이 내게 물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내 결혼 과정을 생각해보았다. 고민 끝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어쩌다 보니까 하게 되었어.”

내 대답을 들은 동생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하다 보면 그다음 과정을 생각하게 되는 시기가 온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결혼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는 순간은 다양할 것이다. 결혼이라는 것이 인생에서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결정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고민을 하고 선택하고 또 후회를 하기도 하는 것 같다.


가끔은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한눈에, 한 번에 하게 되는 사람들을 본다. 내 주변에 결혼한 지인들 중에도 그런 이들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 본 순간 ‘이 사람과 결혼을 하겠구나.’ 하는 생각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처음부터 느낌이 딱! 오는 사람들이 신기하기도 하다. 나도 처음부터는 아니지만,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쌓이고 쌓여서 확신이 된 사건은 있었다.


남편과 연애를 할 적에 나는 혼자서 살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인생이 힘들어서 육체적으로도 심적으로도 괴로운 날들이 많았었다. 그러다 제대로 아팠던 날이 있었는데, 열이 나고 온 몸이 너무 아파 종일 집에서 끙끙대며 누워있었다. 남자 친구는 내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퇴근 후에 우리 집으로 달려왔다. 양손에 죽과 약을 한가득 들고 말이다. 그 마음이 너무 예뻐 보였던 나는 이제는 괜찮아졌다며 고맙다고 얼른 집에 들어가라고 했지만,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다음날 아침, 몸이 회복되어 일어났을 때 나는 무척이나 감동을 받았다. 열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자 그는 물수건을 내 머리 위에 계속 얹어주었고, 내가 혹시나 잠을 못 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를 계속 살피며 밤을 새웠던 것이다. 그때 결심했던 것 같다. 나는 이 남자와 꼭 결혼하겠다고 말이다.

남편의 어떤 점이 좋아서 결혼했냐고 누군가 물어볼 때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따뜻한 사람이 이상형이었거든, 그런 점에서는 나는 이상형을 만난 것 같아.”

내 마음을 잘 몰라 줄 때도 있고 말을 유창하게 하지는 못해도 따뜻한 마음, 그 점이 좋아서 인생을 함께 하자 결정하게 되었다.


어떤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할까? 사람들마다 원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서로 부족함을 채워주며 즐거움도 슬픔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시간이 흘러 설령 후회를 하는 날이 온다 해도 결혼에 확신이 들었던 그 마음만큼은 잊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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