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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어요.

by 순록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지는 6년 정도 되었다. 처음 글을 쓸 때는 마음에 있는 소리를 끄적이는 그 자체가 좋았다. 밤에 감성해 취해서 쓴 글을 다시 읽게 되었을 때에는 과거의 나의 글을 전부 지울 수 있다면 지워버리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글을 제대로 써보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올해 초부터이다. 회사에서 알게 된 동료가 있는데 그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나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친구였지만, 그와 결이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서로가 같은 관심사가 있다 보니 서로 책을 소개해주기도 하고 읽기도 하였다. 그러다 우리는 지금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있다.


글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글을 써보는 것이 어떻겠냐 권유를 했고, 나의 제안을 받아들인 그는 브런치에 당선을 하면서 더욱 글쓰기에 박차를 가했다. 그가 열심히 글을 쓰는 것을 보고 있자니 나의 처음이 생각났다. 덕분에 나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노트북을 열게 되었다.



그는 처음이었고, 나도 처음인 마음으로 임했다. 처음에는 A4용지 반쪽을 채우는 일부터 시작했다. 잘 쓰려고 하지 말고 그저 마음에 떠오르는 문장을 써보자라고 말했고 우리는 글을 채우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서로가 진심이었다. 말할 수 없는 힐링 같은 것을 느꼈다. 나도 오랜만에 쓰기 시작했던 처음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함께 주제를 정하고 각자 글을 썼다. 주제는 같았지만 글의 스타일과 내용은 전혀 달랐다. 서로의 글을 읽으며 피드백을 해주며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쓰는 나날들로 매일을 채워갔다.


전문적인 지식도, 유려하게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쓰면 쓸수록 실력이 느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쓰는 것이 재미있어지자 우리는 다음 단계로 하나씩 도전을 해보았다. 공모전을 함께 검색하고 여기저기 우리의 글을 실어줄 수 있는 곳에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도전이 지쳐갈 때 즈음 우리가 응모했던 곳에서 각자의 글을 책에 실어줄 수 있다고 연락이 왔다. 같은 성취감을 느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 앞에는 그 친구가 앉아서 글을 쓰고 있다. 서로의 타자 소리를 들으면서 같은 주제로 쓰고 있다. 글을 잘 쓸 수 있는 비법은 엉덩이 힘이라고 했던가. 아직은 아주 작은 한걸음에 불과 하지만 매일의 성실한 습관으로 결국은 쓰고 있다면 우리는 언젠가 멋진 작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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