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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의 기록자 Feb 13. 2017

그렇게 하루를 돌아

소소한 하루의 끝에서 

"부장님 오늘은 몸이 안 좋아서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짧은 통화를 마치고 이불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몇 개월 만의 휴일이란 말인가

휴식을 원하던 때에는 쉴 수 있는 시간마저 없었는데,

쉬어야 할 타이밍은 이런 식으로 오는 것이 야속하기만 하다.




한참 동안이나 이불속에서 끙끙 앓았다.

열성을 내며 살던 삶이었는데 이렇게 아픈 날이면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보기도 한다.


'왜 이렇게 까지 열심히 사는 것일까'

목적도, 의미도 잃어버린 체 살고 있는 현재의 나를 원망하기도 잠깐


심한 두통이 몰려왔다.

다시, 잠을 청한다.


자고 일어나서 다시 생각하자.


사람이 얼마나 이기적인 동물이냐 하면

평소에 아름답게 들리던 창밖의 소리들도

오늘만큼은 소음처럼 들린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마음을 어지럽게 한다.

'잠을 잘 수가 없어..'

집을 나온다.

대충 둘러 입고 피신할만한 곳을 찾는다.


평소 자주 가는 카페에 들렸다.

사장님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오랜만이시네요"

"네"

간단한 대답을 하고는 2층 창가로 자리를 옮긴다.



드디어 나만의 휴식

잠시 접었던 생각을 다시 꺼내 든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계획도 하지 않은 체 어쩌다 여기까지 걸어오게 되었을까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자신에게 물어본다.

수많은 질문 뒤에 돌아오는 것은

오랜 시간의 침묵이다.


그저 하루를 살았고, 결정해야 할 순간에 최대한의 결정들을 해왔을 뿐인데,

지금이 만들어졌을 뿐이다.


돌아갈 수 있을까.

그리워하는 것은 과거 일뿐 현재의 나는 돌아갈 수 없다고 대답한다.

과거 일 뿐이라고 지금은 지금의 방식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대답한다.

도대체 어떻게 어디부터..... 란 말인가.


정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이 오고 간 후

그제야 핸드폰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의 걱정의 문자, 연락, 그리고 밀려있는 회사의 연락들이 쌓여있다.


이제야 정신이 조금 든다.

나는 늘 도망갈 곳을 찾았었다.


어디든 내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그리고 사람,

잠시 쉬면서 행복을 느꼈던 곳은 알고 보니 낭떠러지였고

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오히려 나를 휴식처로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어디든 내가 쉴 곳은 없었다.

그랬었다.

쉴 수 있을 거라고 희망했던 곳들은 모두 잠시일 뿐이었다.


사실 알고 보면,

모두가 나처럼 쉴 곳을 찾는 사람들인데 

나 또한 그들에게 쉼이 되진 못했고 나도 역시 날 위한 쉴 곳만을 찾고 있었다.


인생에서 "내가"하는 것들 뿐이었지, "함께"하는 것은 없었다.

그렇게 이기적인 내가 한편으로 애틋하면서 미워지기도 하였다.



모두가 나와 같은 사람들일 뿐인데

나는 내 것만을 바라고 내 것만을 채우기 위해서 얻기 위해서 달려왔었다.


저녁 하늘의 아름다움 그리고 부는 바람 하나도 내 것이 아닌데,

그렇게 가지려고만 했던 지난 시간들이 머쓱해지는 순간이다.


제 몸 아픈 것 하나도 극복하지 못하면서 인생을 생각하고 있는 내가 퍽 민망해지기도 하였다.


그저 순간을 즐기며 감사하고 만족하며 살지 않으며

미래에만 집착했던 지난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것,

해가 질 무렵 저녁을 준비하는 집 밖으로 새어 나오는 밥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

그리고 돌아갈 내 집이 있다는 것,


그 어느 것 하나 허락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날 위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은 참 따뜻했다.

내일도 따뜻한 하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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