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을 알 수 있다면
작년 초부터 시작한 코로나19로 인해서 우리의 일상은 아예 다른 방식으로 바뀌었다.
거리를 다녀봐도 온통 마스크를 쓴 사람들과 만나야 하니 사람들의 표정과 마음을 읽을 수 없는 시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사람을 만나서 밥을 먹고 대화를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보다 먼저 서로의 건강을 걱정하고 적절한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하는 삶. 만나서 얼굴을 보는 대신 온라인으로 만나는 일이 많고 악수를 하는 것도 서로에게 미안하고 불편한 일이 되었다. 어쩌다 이렇게 까지 긴 시간을 보내고 있어야 되는지 모르겠지만 인류의 재앙이라고 한다면 재앙이다. 우리의 모든 삶이 이토록 서로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변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어릴 때 컴퓨터가 생겨나기 시작할 즈음 사람들은 모두 이 작은 박스 안에 세계에 빠져 있었다. 그때의 어르신들은 어떻게 저 작은 상자 안에서 게임도 하고 대화도 하고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음에 신기해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세상이 변했다고 하였다. 또한 삐삐의 시절을 지나 핸드폰이 상용화되기 시작했을 때, 핸드폰으로 사진도 찍고 대화도 가능하게 되었을 때 그랬다. 아이러니 하지만 그 덕분에 지금 우리가 마스크를 쓰고 사람들을 만날 수 없음에도 화상으로 대화를 하고 전화로 라도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게 된 것이니 감사해야 하는 것인가 싶다.
사람이 사람으로 직접 만나는 일보다 어떠한 매체를 통해서 만나야 하고 활자를 통해서 서로의 마음을 추측해보는 시대가 되었다.활자만으로는 알 수 없으니 어떠한 문자를 보낼 때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심리에 대해서 추측한 글들이 난무하다.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손을 맞잡고 눈빛을 교환하며 감정을 느끼는 시대는 지금 감히 없어진 것만 같다. 집에 혼자 있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고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아도 인터넷과 전화만 있으면 몇 달을 아니 몇 년도 살 수 있게 되었다. 집에서 시간을 보낼 때 주로 보는 OTT 플랫폼에서도 영화나 드라마들에서도 인류의 재앙이나, 고립 그리고온라인 시대의 단점에 대해서 다루는 영상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편한 것을 어찌 포기할 수 있겠느냐마는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도 사실 알고 있으리라
우리가 할 수 없는 것들을 컴퓨터 인공지능이 다 해줄 수 있고 정확하지 않은 사람에게 정확함과 한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로봇의 등장까지, 사람이 설 자리는 점점 없어져만 가는 느낌이다.
눈빛만으로 마스크 속의 숨은 표정을 상상해야 하고 온라인상의 대화나 SNS 프사로 그 사람의 감정을 추측해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말하지 않아도 감정을 알 수 있고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던 시대가 다시 도래했으면 하는 바람은 불가능한 것인가. 마스크 속의 표정을 나누는 시절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