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저는 아주 잘 살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타인이 보기에는 하나도 불행하지 않은데 스스로를 괴롭히며 불행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순리에 맞지 않게 즉, 남들이 살아가는 대로 살아지지 못할 때 그들을 부러워하고 괴로워합니다.
그러나 저는 아버지 그저 남들이 사는 대로 잘 살고 있습니다.조금은 늦었지만 적당한 때에 결혼도 하였고 오손도손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가난 하지만 가난에 찌들어 살지도 않고 너무 부유해서 불안해하지도 않습니다.
20대에는 만원 한 장에도 벌벌 떨었지요. 그저 삶이 너무 괴로워서 존재한다고 믿지도 않는 신을 원망하였습니다.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고 또 어떤 이들은 나의 고민이 나중에 되면 괜찮아진다고 아직 젊으니 뭐든 할 수 있을 거라고 바보 같은 희망의 말만 해주었습니다. 그들도 나와 같은 시절을 지났다면서 말이지요.
그러나 아버지 모두의 인생이 다 같은 것만은 아닐 테지요.
각자 다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고 같은 처지를 바라보는 생각 또한 달라서 나의 삶이 그에게는 행복이고 또 누군가 에게는 불행이라고 여겨질지도 모릅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그때의 삶이 거지 같고 지옥 같았지요. 그리고 절대로 나아지지 않을 거라고 일기장에 늘 끄적거렸습니다.
일상을 보는 모든 시각은 어두움뿐이었습니다. 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마음이 너무도 가난했어요. 내 마음 안에서는 누군가를 위해 만원의 여유를 부리기도 어려운 형편이었습니다. 그러한 어둠 속에서 어떻게 나왔느냐 물으신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그저 어두움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을 뿐이었다고요.
너무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는데 가만히 자세히 쳐다보니 보였습니다. 어두우면 어두운 대로 그저 그런대로 나를 사랑하기로 하였습니다. 밝음을 부러워하지만 그들이 될 수 없음을 저도 알게 된 것입니다.
사방이 어두울 때도 사람이 길을 걷는 것처럼 저도 이제는 똑바로 보고 바로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대로 저의 삶에 만족하게 되었어요. 이런 제가 바보 같다고 말하신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저는 이렇게 말할 겁니다. 이것이 나의 인생이라고 당신이 어떻게 보시든 결국 이것은 저의 밝음이니까요.
이제는 어두운 내 삶에 하나씩 촛불을 켜주었습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빛이 있음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또 언젠가 또 다른 촛불이 등장할 겁니다. 저는 그럴 거라고 믿어요. 결국에 아버지가 말하시는 밝은 빛이 저에게도 언젠가는 존재할 것이라고요.
그렇기에 아버지 저는 아주 잘 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