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

내가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by 순록

1. 오랜만에 과음을 했다. 사실 나는 술을 좋아한다. 그것도 굉장히.

술이라는 것을 제대로 배우 지를 못해서 인지 나에게 음주는 취하기 위한 의미가 더 크다. 술을 마시는 것은 지금의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고, 취한 그 상태를 즐기기 위함이다. 술을 마시는 그 순간이 너무 즐겁다. 소주의 병뚜껑을 돌려 따면 첫 잔을 따를 때, 또르르륵 하고 내는 그 소리가 너무 흥분된다. 그 술로 인해 내일이 괴로울 지라도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 좋다. 아 글을 쓰고 있으려니 소주 한잔이 당긴다.


2. 남편과 싸웠다. 사실 싸웠다기보다는 남편은 성질을 내고 그 말에 나 혼자 폭주한 편이라고 말하는 것이 좋겠다. 사유는 술에 대한 것인데,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에게 내일이 없이 술을 마시는 내가 이해가 될 리가 절대 없다. 서로가 즐거움을 느끼는 부분이 다를 뿐이라고 해도, 모범생 우리 남편에게는 내일의 지장을 주는 자체가 술이 아니라도 용납이 될 리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금요일에 마셨고 내일의 아무 지장이 없는데도 나에게 성질을 냈다. 나는 퍽이나 억울하여(심지어 나는 취하지도 않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3. 술 먹은 다음날 나는 돌잔치에 갔다. 그것도 남편 기준, 외가 사촌의 아들 돌잔치. 우리 시어머니네 가족은 굉장히 각별하다. 외가에서 있어지는 많은 행사에 되도록 참석했으면 좋겠는 것이 시어머니의 바람이다. 며느리 입장에서는 퍽이나 괴로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이름도 얼굴도 잘 모르는 외가 이모 삼촌들이 자그마치 8남매. 예의상 노력을 한다지만 가끔은 참을 수가 없고, 억울할 때가 있다. 외가 친척들이 바글바글 모여서 돌잔치를 하고 소화도 되지 않는 뷔페를 먹느라고 나는 너무 괴로웠다. 집에 가는 길에 남편에게 쌓였던 감정을 토로했다. 남편은 미안하다 했다. 이로써 우리는 무승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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