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혼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타인의 경사에 잘 참석하지 않는 편이다. 무심하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도 있겠지만 왠지 돈 봉투를 건네받는 형식적인 모임이라는 생각이 강해서인지 내가 마음 다해 축하하기 어려운 자리라는 생각이 들면 잘 가지 않고 마음의 표시 정도만 하는 편이다.
내가 가장 최근에 간 결혼식을 꼽자면, 남편 친구의 결혼식이었다. 웬만한 결혼식은 사유를 대면서 피해 가는데 내 지인이 아닌 이상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남편의 오래된 친구의 결혼식 이기도 했고, 남편이 자신이 혼자 외롭게 가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나를 설득했기 때문이다.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겨우 결혼식에 갈 준비를 했다.
때는 폭염이 기승하는 여름날. 평소에도 진하게 화장을 하지 않는 나지만 그래도 예의 있는 자리에 갈 때는 화장을 공들여서 하는 편이다. 캐주얼한 옷을 좋아하는 내가 식장에 입고 갈 옷이 있을 리는 만무하다. 며칠 전에 인터넷에서 그나마 단정한 옷을 구입했다. 자리에 맞는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결혼식장에 향한다. 평소에도 땀이 많은 나인데, 밖에 나가자마자 이마와 등 그리고 인중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나름 정성껏 했던 화장은 내려앉고 오래간만에 있는 타이트한 치마는 너무나 불편하다. 그동안 참았던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에 한 번뿐인 중요한 날인데 나에게는 그저 귀찮고 짜증 나는 일 일뿐이라는 생각이 잠시 얼굴도 모르는 남편 친구분과 예비 신부에게 잠시 미안해졌다. 마음을 추스르고 결혼식장으로 들어섰다.
남편이 굳이 이런 자리를 싫어하는 나에게 가자고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남편 친구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남자 쪽 하객이 많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 남편의 생각이었다. 멀찌감치 그들의 시작을 축복하고 싶었으나 우리는 결국 신랑 쪽 테이블에 앉아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의 인생의 시작을 지켜보았다. 신랑이 입장을 하고 뒤이어 어여쁜 신부가 입장을 했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남들의 결혼식을 볼 때 그저 감탄만 했었는데, 내가 결혼식을 치러보고 나니 현실이 보인다. 여기 웨딩홀은 대관료가 얼마인지, 꽃 장식은 어떻게 했는지 신부 드레스는 어디에서 빌린 것인지 등을 따져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 순간 이제 나도 꼰대가 된 것 같아서 하던 생각을 잠시 멈추었다.
어느덧 예식은 막바지에 다다라서 축가의 시간이 다가왔다. 축가는 신부가 신랑에 준비해서 불러주었다. 신부가 노래를 잘 부르시나 보다 하고 기대를 하고 듣는데, 이게 웬걸 음이 하나도 안 맞는 것이다. 심지어 사람들이 잘 아는 노래도 아니다. 꽤나 당황스러워서 주변을 둘러보니 역시 다른 사람들도 웃참 챌린지 중이다. 신부가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신랑은 그녀를 아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을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신랑에게는 신부가 부르는 노래가 음치였든 아니든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웃음을 참고 있는 나 자신이 부끄럽고 그들의 모습에 감동이 되어서 축복을 빌어주기로 했다. 수없이 고민해서 결정해서 진행되는 그들의 결혼식이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기를 그리고 앞으로 정말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부족하고 웃긴 모습일지 몰라도 저 둘에게는 인생의 시작이자 최고의 순간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 인생에도 처음이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친구의 결혼식을 마치고 가는 길에 나는 평소에는 잘 잡지 않던 남편의 손을 오랜만에 잡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