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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의 기록자 Sep 05. 2022

오늘도 나는 아이들에게 배운다.

나는 지역아동센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이다. 이곳은 주로 초등학교 아이들이 돌봄을 받으며 생활을 하는 곳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한다. 아이들과 지낼 때면 가끔은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때와 지금은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순수함이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어서 아이 같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은 반박할 수가 없는 사실이다. 학교에 등교하는 것도 실시간으로 위치가 전송되고 빠르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아이의 손에는 핸드폰이 쥐어진다. 부모님이 아무리 시간제한을 하고, 감시를 해도 각종 영상과 미디어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한 번은 센터에서 근무를 하는데 한 아이가 웃으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선생님 지우학 봤어요?”

“지우학이 뭐야?”

“에이 선생님 그것도 몰라요? 지금 우리 학교는 이잖아요. 좀비 나오는 드라마요.”


초등학교 1학년밖에 안 된 아이가 피 흘리는 좀비가 나와서 사람을 무지막지하게 죽이는 드라마가 재미있다고 웃으면서 말한다. 저 어린아이가 무엇을 보고 드라마가 재미있다고 말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라떼(?)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많지만, 한편으론 아이는 역시 아이구나라고 느끼는 순간들도 있다.

     

센터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미술 수업을 하는 시간이었다. 외부에서 오신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각종 도구를 이용해서 캔버스에 색칠을 하였다. 캔버스는 아이들마다 한 개씩 주어졌고 그림을 완성하고 나니 그림 안에는 많은 빈칸들이 있었다. 선생님은 웃으며 아이들에게 빈칸에 친구들의 장점을 돌아가면서 적어주자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은 조금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열심히 서로의 장점을 기록하였다. 프로그램이 다 끝나고 나는 아이들의 작품을 하나씩 구경하게 되었다.  

   

너는 웃는 게 예뻐
너랑 있으면 행복해
너는 정말 소중한 존재야



센터에서 매일 싸우고 울고 고자질하는 아이들이었지만, 서로에게 이러한 예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된 나는 무척이나 감동스러웠다. 어른들은 서로 미워해서 싸우면 풀지 않고 평생을 원망하며 저주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아이들은 달랐다. 그 순간에는 밉고 화가 나도 화해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같이 놀이를 하며 다시 친하게 지낸다.


나는 오늘도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 덕분에 울고 또 웃는다. 그리고 아이들의 순수함을 통해서 배운다. 그 순간에는 화가 나고 슬픈 일들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그런 순수함이 나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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