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패션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그렇다고 매일 같은 옷을 입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디에 가든 부끄럽지 않게만 입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20대 때부터인데 나는 어려서부터 체격이 큰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옷을 입을 때 디자인을 생각하기보다는 사이즈를 걱정하였다. 옷가게 가서 옷을 살 때에도 맘에 드는 예쁜 옷을 고르면 그것은 족족 내 몸에 들어가지 않거나 어울리지 않는 옷들 뿐이었다. 그 결과 내가 입는 옷들은 대부분 크거나 편한 옷 위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보다도 여자들에게 몸매는 아주 중요한 요소여서 백화점에 가서 쇼핑을 하는 것이 나에게는 여간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떤 옷이든 사이즈 걱정이 없다면 쇼핑이 즐거웠겠지만 나는 내 사이즈를 찾는 것에 더 열심을 내었다. 특히나 백화점의 옷은 44, 55에서 끝나는 옷들이 많았고 아주 뚱뚱하지도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은 나에게는 들어가기조차 엄두가 나지 않는 가게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나에게도 패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그것은 통통녀들을 위한 가게들이 생기면 서부터이다. 사이즈에 걱정을 하던 나는 그곳이 마치 천국처럼 느껴졌는데 맞지 않는 옷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심지어 내 몸보다 큰 옷이 있다는 것이 엄청난 위안을 주었다. 쇼핑몰에 나온 모델처럼 똑같은 느낌으로 입을 수는 없어도 다양한 옷을 고를 수가 있어서 좋았다. 인터넷 쇼핑몰에 나오는 모델의 형태도 바뀌기 시작했는데, 예전에는 마르고 예쁜 모델이 입은 것을 보고 옷을 구입했다면 언제부터인가 뚱뚱한 모델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나와 같은 현실적인 몸매의 사람이 등장해 다양한 옷들을 입은 것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예뻐질 수 있겠다는 일말의 희망마저 생겼다.
그때부터 나는 용기를 내어 꾸미기 시작했다. 예쁜 옷을 입고 싶었고, 요일마다 다른 콘셉트로 거리를 누비고 싶었다. 옷을 바꾸니 신발과 가방도 바꾸어야 했다. 스타일이 바뀌니 평소에 나를 알던 사람들이 변한 내 모습을 보고 좋다고 했다. 혹자는 살이 빠졌냐고도 물었다. 사실 살이 빠진 것은 아니었다. 그저 스스로에게 당당해지고 싶었다. 하루는 여리 여리한 소녀 느낌으로, 또 하루는 걸 크러쉬 분위기가 나는 옷을 입기도 했다. 입은 옷이 나를 나타내고 내 기분마저 표현하는 것 같았다. 그날 입을 옷을 고르면서 스스로를 점검할 수 있었다. 몸을 구석구석 살펴보고 또 표정도 체크했다. 지금보다 더 스스로를 사랑하고 당당해지고 싶어서 운동도 시작하게 되었다. 그저 옷 입는 것 하나를 바꾸었을 뿐인데 지금 내 인생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이 자리에 맞는 옷이 있다고 하는 것처럼 입은 옷으로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것 같다. 명품을 입지 않아도 스스로를 돋보일 수 있게 하는 것. 하루를 시작하면서 자신의 모습에 관심을 갖는 것. 그렇게 관심을 가지면서 외면뿐 아닌 내면도 예뻐질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작은 변화를 실천함으로 스스로를 더욱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