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맞지 않는 신발
나는 발이 작은 편이다. 어릴 때는 몰랐는데 나이가 들면서 내가 남들보다 발이 작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발가게에 가서 신발을 사면 제일 작은 사이즈 코너로 가서 골랐다. 가게에 걸려있는 예쁜 신발은 내가 신기에는 너무 큰 사이즈였다. 발이 작으면 뭔가 신발도 귀여운 것을 신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나들이를 갈 때에는 플랫슈즈를 신고 싶었지만 엄두도 내지 못했다. 발이 길고 쭉 뻗은 생김새가 아니라, 엄지발가락 뼈가 튀어나와 있는 모양이라서 플랫슈즈나 구두를 신으면 그 뼈가 아팠다. 오래 걷기라도 하는 날엔 집에 와서 하루 종일 발을 주물러야 했다. 심지어 나는 체격이 큰 편이라서 작디작은 내 발은 늘 고생이 많았다. 내가 온종일 돌아다니면 발은 그 무게를 온전히 감당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주로 운동화를 신고 다녔고, 구두나 플랫슈즈는 내 발을 위해서 포기해야 했다. 그런데 남들은 운동화를 신으면 발이 편하다고 하는데 나는 한 번도 발이 편한 신발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구두가 아닌데도 맞지 않는 새 운동화를 신으면 뒤꿈치를 새 신발에게 물려 상처가 나서 딱지가 생겼고, 발바닥이 아프거나 발가락 뼈가 아파왔다. 어째서인가. 내 발은 왜 이렇게 어떤 것도 허용이 안 되는 것일까. 애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무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발에 땀이 많아서 운동화를 오래 신으면 냄새가 지독하게 났고, 조금만 오래 걸으면 발바닥부터 통증이 시작되었다. 우리 몸에 많은 곳이 있지만 발만큼 나를 불편하게 하고 또 신경이 많이 쓰이는 곳이 없었다. 매번 신경을 쓰다 보니 발에게 안쓰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너도 주인 잘 못 만나서
고생을 꽤나 하는구나.
불쌍한 나의 발에게 무엇을 해주면 좋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태어나서 발에게 뭔가를 해줄 생각을 하니 참으로 어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평소에도 얼굴에는 거울을 보며 갖가지 화장품을 바르고 그렇게 관리를 하면서, 하루 종일 나를 위해서 고생하는 발에게는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고 생각을 하니 나도 참 너무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발이라면 어떨까. 종일 주인을 위해서 종종 거리며 돌아다니는데도 꼼꼼히 씻어주지도 않고 관리조차도 해주지 않는다니 이렇게 무심한 주인이 원망스러울 것이다.
애매하다 애매해. 불쌍한 발을 자유롭게 풀어줄 수도 없는 노릇인데, 평생 내 곁에서 함께 해야 하는 너에게 나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