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추월 차선이라는 책이 있다. '직장인 월급으로는 람보르기니를 살 수 없다'는 캐치프라이즈로 10년 동안 자기 계발서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책이다. 직장인과 사업가를 부의 서행차선과 추월차선에 각각 대입하여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직관적으로 드러냈다. 성공은 어느 나라에서나 동일하게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단어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어떻게 사업을 해야 성공하는지 서술한다. 사업을 주말, 밤낮없이 6년 동안 '잘', '노력'하면 백만장자(달러)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사업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거나 자신의 브랜드에 투자하라는 등의 중요한 개념을 열거했다. 맞는 말이다. 시스템이 없으면 뚜렷한 상단을 갖게 되고 나만의 브랜드가 없다면 롱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저자의 관념에 반대한다.
책에서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 대로, 사업을 시작하여 운영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직원을 뽑는 순간이 온다. 그들과 상호작용을 해야만 사업 시스템이 발전하는 분기점이 찾아오는 것이다. 직장인과 사업가를 대척점에 놓고 성공한 삶을 구분했던 저자의 논리가 함정에 빠지는 순간이다. 직장인을 비하하는 사업가가 직원들을 어떤 눈길로 바라볼까? 고작해야 부품이나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로 볼 텐데 과연 그 회사가 튼튼할까? 작은 일 하나부터 의심하며 온갖 크로스 체크 방법을 고안해야 할 텐데 사업가 본인의 정신 건강부터 고민해야 할 구조로 보인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이 바보라서 월급을 택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다른 지향점과 로우 리스크를 추구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사업소득을 택하는 사람들도 하이 리턴을 기대하며 하이 리스크를 추구할 뿐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부업을 하며, 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하한 적이 있다. 돌이켜보면 꽤 오랜 시간 동안 그랬다. '내 시간을 조금만 더 쓰면서 실행만 하면 되는데 왜 안 하지? 미래가 걱정되지도 않나?'와 같은 생각이다. 부업을 늘리고 규모를 키우던 어느 순간 '사업적 부담감'을 느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오늘 잘 팔리다가도 내일 팔리지 않고, 이번 달은 예약손님이 많다가도 다음 달에는 예약 손님이 극단적으로 줄어들기도 하는 변동성을 경험했다는 뜻이다. 더 규모가 커지고 직원이 생기고 좋은 시스템이 정착되면 다른 세계를 경험할 거라고? 그동안 사업가를 꿈꾸며 만났던 소위 잘 나가는 사장님들도 마찬가지로 매일 다음 달 회사 매출 걱정과 존폐에 대한 불안을 토로했다. 그들은 직장인에 비해 보다 자주 변동성을 경험하며 월급쟁이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종종 한다. 사업 소득으로 비싼 아파트에 살거나 아파트가 여러 채 있거나 큰 주택에 살고 외제차를 모는 사람들임에도 그렇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성공한 사업가들은 자의든 타의든 사업이라는 선택을 했고 변동성이라는 하이 리스크에 좀 더 적합한 사람들일 뿐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우리나라 부자 2위인 서정진 회장도 이런 인터뷰를 했다. '40대로 돌아간다면 월급쟁이가 되고 싶다' 이처럼 변동성에 강한 사람도 사업적 부담감이 주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나는 사업가의 길을 갈 거다.
직장인을 비하하는 마음으로 사업을 한다는 게 아니다. 나는 변동성에 좀 더 강하고 하이 리스크를 짊어질지언정 하이 리턴을 바라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본업과 부업을 병행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전업 사업가의 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앞뒤 가리지 않고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망한 사업가가 되지 않기 위해 각고의 주의를 기울이면서 말이다.
부의 추월차선이라는 책이 본인의 성향을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면, 그 사람에게는 좋은 책이겠지만 잘못된 방향성을 주입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 '나'에게 맞는 선택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