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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 클레어 Apr 10. 2022

'혁신'이란 디자인

「지적 자본론」을 다시 읽고

 강단 있는 '정의력'을 가진 이들에게 자주 매혹된다. 正義의 사도가 아닌, 자신만의 定義를 내리는 사람들 말이다. 너무나 익숙해서 그 뜻을 돌이켜보지 않던 단어에 그만의 사유가 담긴 언어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이들이 있다. 츠타야의 아버지, 마스다 무네아키가 그렇다. 기승전결. 도합 162페이지의 이 자그마한 책이 읽히고 읽히고 또 읽힌지도 곧 10년이 된다. 과거의 사장님이 일독을 권했고 지금의 사장님이 다시금 언급하는 업계의 고전, 바이블이 되었다. '책'이라는 제안 덩어리를 재조명한 핀포인트가 되어 방콕의 오픈하우스와 코엑스 별마당, 모카 어린이책 미술관, 크고 작은 독립서점들에 이르기까지 리딩테인먼트, 복합문화공간이란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그가 제안한 조금씩 다른 '편안함'을 자세히 알고 싶어 다이칸야마, 긴자, 롯본기의 낮과 밤을 거닐고 하코다테의 새벽을 고민하던 날들이 내게도 있었다. 그리고 오늘, 몇 년 만에 다시 펼친 이 백자 같고 시루떡 같은 책은 너만의 1을 지금 당장 시작하라고 여전한 옹골짐으로 재촉한다.


 그리고 다시 '디자인'을 생각한다. 무네아키의 디자인은 한마디로 '혁신'이다. 재무제표와 효율을 넘어 지적자본과 자유를 떠올렸다. 즉시성과 직접성으로 양극화된 오프라인 시장에서 편안함을 선택했고 시간과 공간과 서비스로 구현했다. 상품 분류의 기준과 차원을 반전시킨 지적자본가들과 병렬적 연대를 이뤘고 그 자체를 상품화했다. 자발적 아웃사이더로의 부단한 귀환. 가전과 데이터베이스의 혁신, 그에게는 아직 다시 보고 다시 정의해야 할 디자인의 대상들이 가득이었다. 그가 비춘 빛을 따라 내가 닿은 디자인은 결국 '1'을 만드는 것이었다. 한때 '부캐'라는 말이 떠돌면서 마치 '크리에이터 아닌 자 유죄' (이 정도는 아니었지만^^:) 같던 분위기가 더없이 버거웠던 적이 있다. '1'을 소중해하면 할수록 앞서간 능력자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한껏 위축되어 '1'은커녕 0.00001도 시작하기 두려웠다. 게으른 완벽주의라며 MBTI를 방패 삼아 (끝까지) '만들어 낼 수 없는' 자신을 애써 위로했다. 플랫폼이 넘쳐나는 시대의, '만들어서 증명해내라는' 사회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들으며 원망하고 절망했다. 그러나 그 어려움과 괴로움이, 고통이 어쩌면 '디자인'이 아닐까 한다. 보이지 않는 내 안의 것을 처절한 번민과 몸부림 끝에 부인할 수 없는 실존으로 또렷이 모두의 앞에 서게 하는 것. 


 책 말미의 다케오시 시립 도서관 풍경을 보면서 그 안에 스타벅스만이 아니라, 잡지와 서적을 판매하는 서점도 입점했다는 사실을 한번 더 생각해본다. 왜 나는, 도서관의 서점을 보지 못했는가를 고민해본다. 퐁피두 센터의 서점에서 사 온 책을 보며 그 외관을 떠올리고, 국립현대미술관의 서점에서 발견한 책을 보며 어떤 전시를 생각했다. 그 연결점이 도서관에서는 없었다. 책을 무료로 보는 곳인데 과연 책을 살 것인가. 나는 사고 싶다. 어느 날 문득 생각지도 못한 발견을 도서관에서 한다면, 아무리 휴대폰이 손에 쥐어져 있더라도 그 감정의 즉시성과 직접성에 기대어 지금 바로 내가 소유할 수 있는 책들을 들춰보고 연결고리가 있는 책들을 살펴보며 '획득'을 통해 '발견을 기억'하고 싶을 것이다. 아무튼 이젠 정말 나만의 1을 시작할 때인 듯해서, 그만 이 책을 졸업하고자 붙들고 싶은 메모들을 남긴다.


[서장]  

힘 있는 기획 : 초대하고 싶은 대상의 관점을 갖는 것, 그의 대리인이 되는 것 → 그들에게 이용가치를 최대화하는 것, 그들이 실존하는 곳으로 가는 것, 자유의 무게를 버티는 것


편안함 : 물리적 장소에 사람들을 모으는 방법, 인터넷 상에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 바람과 빛과 단순한 감각, 산도. 사람의 눈이 기준이 된 사물의 배치와 풍경, 휴먼 스케일.


히와타시 다케오시 시장 : 시립도서관 지정관리자 도입, 초등학교와 민간학원 제휴, 태블릿을 통한 예습 강화 → 지역을 디자인하는 것

→ 클라우드 발상 : 정보와 조직, 지성의 병렬적 공존, 도시의 잠재력을 높이는 것, 미래로 가는 것


[기, 디자이너만이 살아남는다]  

창조 : 기업활동의 본질 → 디자인 : 기능과 더불어 상품의 두 축


소비사회의 진화 : 물건이 부족한 시대 (first stage) →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 (second stage, 재무 자본) → 플랫폼이 넘쳐나는 시대 (third stage)


제안력 = 디자인 = 지적자본 : third stage의 경쟁우위, 이념과 생각에 형태를 부여하는 것, 상품이 내포한 메시지, 라이프스타일을 찾아내어 전달하는 것, 이 자체가 상품이다

MPS 멀티 패키지 스토어의 탄생, 고객가치 제안을 위한 상품의 병렬화


[승, 책이 혁명을 일으킨다]  

플랫폼 혁신 : third stage 기획의 목표 (츠타야 : 책 분류의 혁신, 책 종류 → 책 내용), 아웃사이더 정신 필요 (업계 외부 일반 고객의 입장에서 타자화하기)


'컨시어지'란 지적자본가 = 전문가 : 고객의 가슴에 파고들 수 있는, 차원이 다른 제안을 구현할 수 있는 능력자,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념의 공유를 통한 자발적 병렬화


다케오 시립도서관 : 제안부터 실행까지 1년 3개월, 속도야말로 행정이 시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큰 부가가치

개관시간 조정, 스타벅스 입점, 소프트웨어 대여, 잡지/서적 판매하는 서점 입점, 18만 권 장서 분류 변경 (십진분류법, 사서 → 22종 분류법, 컨시어지)  

컬처 인프라 : 지역성에 근거한 그곳만의 서점과 도서관을 만드는 것, 전국 각지에 지적자본을 고양할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하는 것 = CCC의 목표


[전, 사실 꿈만이 이루어진다]  

피부감각을 확인하는 접점 : 온라인 시대, 오프라인의 존재 의미 → 그러나 독자적 생존은 어려운, 온라인과 결합되어야 한다


즉시성과 직접성 : 여전한 오프라인의 경쟁우위. 편의점과 대형 쇼핑몰이란 극단 → 편안함 : 세 번째 경쟁우위의 제안. 편안한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한다 → 삶의 풍요로움


가전제품 이노베이션 : 제안의 가시화를 소프트웨어 → 하드웨어로 전환, 애플스토어와 아이폰이라는 계기, 가슴 설레는 라이프스타일의 제안


데이터베이스 이노베이션 : 국민 2.5명 중 1명이 보유한 T포인트의 통합화 → 빅데이터로 고객의 모습을 추론, 제안의 고도화


[결, 회사의 형태는 메시지다]  

휴먼스케일 회사 : 지적자본과 현장이 분리되지 않는, 데이터베이스라는 지적자본으로 소비행동을 추적하고 관찰하여 가치를 높이는 기획을 도출하는 존재


자유 존재, 휴먼 : 해야 할 일을 하며, 동료들과 병렬적으로 '고객'이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


고객가치는 효율 너머에,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약속과 감사


[종장]  

나만의 1 = 산물 : 산물이 없으면 부산물도 없다, 0에는 아무리 무엇을 곱해도 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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