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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글생각 Dec 15. 2017

나는 지금 어떤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을까?

보고서의 신이 되는 방법

보고서 작성이 글을 쓰는 것이라고 단순히 생각하면, 쉬울 수도 있다. 에세이처럼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풀어쓴다면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에 ‘보고를 하기 위한 문서’라고 생각하면, 그리 쉽지 않다. 보고를 받는 사람의 마음도 읽어야 하고 특성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보고서 작성을 잘할 수 있을지 주변에게 물어보고 책도 본다.     


우리가 흔히 하는 잘못된 보고서의 대표적인 유형은 6가지 정도이다. ‘근거 불확실형’, ‘방향상실형’, ‘횡설수설형’, ‘실행부족형’, ‘그림퍼즐형, ‘기본기 부족형’이다. 자신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우리는 이 6가지 유형으로 보고서를 쓰곤 한다.   

  

가장 많이 하는 유형은 아마도 ‘근거 불확실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수십 장에서 수백 장의 보고서를 썼지만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경우이다. 보고서를 쓴 사람은 분명 자신이 근거를 제시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근거가 아닌 경우가 많다. 우리가 소위 말하는 팩트를 팩트로만 두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것이다. 혹은 “결론은 ~이다”라고 했는데, 결론만 반복하다 끝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결론은 알겠는데, 이게 정말 맞아?”라는 질문을 하게 만든다.    

 

다음으로 ‘방향상실형’이 있다. 보고서 내용이 다수의 사람 혹은 다양한 조직이 관여되어 있다 보면 보고서를 읽고서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게 만든다. 보고서는 하나의 관점이나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이나 조직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은 경우이다. 특히, 실행보다 보고서에 중점을 두는 조직의 경우 이러한 보고서 유형이 많이 나온다. 즉,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공이 많은 보고서’가 되어 버리는 경우다. 그 보고서의 끝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르고 말이다. 또 보고서 작성자가 유체이탈이 된 것처럼, “다 반영하겠습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보고서를 작성을 하는 경우에도 발생한다. 이는 마치 버튼을 누르면 작동하는 기계처럼 움직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횡설수설형’이다. 보고서 내용 자체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경우이다.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 몇 개만 읽어보면 앞뒤가 안 맞는 경우가 바로 나온다. 그 이유는 보고서의 스토리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분명 이 내용은 보고서 앞쪽에 나와야 하는데 뒤쪽에 있고 뒤쪽에 있어야 하는데 앞쪽에 있어 횡설수설하게 된다. 예를 들어, 시장 트렌드를 이야기하면서 갑자기 우리 회사의 현재 상황을 제시하거나 고객의 니즈 부분에 경쟁사들의 현황을 기술하는 경우이다. 보고서에는 시장현황, 경쟁사 현황, 고객니즈, 내부역량 등의 하나의 흐름이 있는데 그 흐름이 깨질 경우 중복된 보고서 내용이 나오기 시작한다. 스토리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내용의 선후관계가 바뀔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내용의 삽입, 중복된 내용 등이 발생한다.     


네 번째는 ‘실행부족형’이다. 100페이지 이상이나 되는 보고서를 다 읽고 나니 뭔가 공부한 것 같기도 해서 뿌듯한데,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다. 이는 보고서 작성자가 ‘분석’에만 몰입해 이 보고서가 무엇을 위한 보고서이고 왜 쓰고 있는지를 잠시 잊을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회의 시, 갑자기 논쟁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이 논쟁을 이겨야겠다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정작 이 회의의 목적과 회의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물이 무엇인지는 잊어버린다. 보고서는 결국 ‘How’에 관한 것이다. ‘Why’, ‘What’도 중요하지만 ‘How’가 빠진 보고서는 무엇을 하든 힘만 빼게 만든다. “이거 하자, 저거 하자”라는 말만 많은 사람들이 “그럼, 어떻게”라고 물으면 “나도 모르겠어”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다섯 번째는 ‘그림퍼즐형’이다. 보고서에 텍스트보다 이미지가 많아서 이미지를 보고 보고서를 해석해야 하는 경우다. 이미지 조각들을 하나씩 맞추다 보면 무언가 나오면 다행이다. 하지만 정말 퍼즐을 맞추어야 한다면 보고서를 보는 사람은 아마도 그 보고서 읽기를 포기할 것이다. 이러한 보고서는 시각화의 중요성을 너무 과대 해석한 경우다. 보고서에서 시각화가 중요하지만 보고서의 목적이 명확한 메시지 전달이라는 것을 간과한 경우다. 보고서는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런데 감성만 부각된 보고서라면 어떨까? 내가 그림을 감상하는 것인지 보고서를 읽고 있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본기 부족형’이다. 기본적인 글쓰기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다. 회사에서 쓰는 보고서 규정이나 양식을 지키지 않거나 불필요한 전문용어의 남발, 문장의 길이가 3줄 이상을 넘어가가는 경우, 오타나 수치 오류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것들은 보고서의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보고서를 보기 싫게 만든다. ‘디테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사소한 것들은 보고서 작성 전부터 되새길 필요가 있다.     


보고서에는 정답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6가지 유형의 보고서가 되지 않도록 노력이 필요하다. 


*본 내용은 <보고서의 신(박경수, 더난출판)>  내용의 일부입니다.

보고서의 신 더보기: HTTP://goo.gl/XTCrf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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