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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글생각 Jan 01. 2019

다방_만남에서 소통의 공간으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다방’이란 단어를 꺼냈을 때, 당신의 머리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부동산 앱 ‘다방’을 생각했다면, 아마도 IT를 잘 아는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네이버에 ‘다방’이란 키워드를 넣어도 과거의 다방 이미지가 아닌 모바일 부동산 앱인 ‘다방’이 뜬다. 하지만 우리가 드라마에서 보던 차를 마시는 ‘다방’을 떠올랐다면, 연령이 많은 사람일 것이다. 또는 스타벅스를 칭하는 ‘별다방’, 커피빈을 말하는 ‘콩다방’ 등을 떠올렸다면 젊은 사람일 것이다. 왜 그럴까? ‘다방’이란 단어가 이제는 ‘카페’로 불리기 때문이다. 


나의 기억 속에 다방은 칙칙한 곳이었고 나이 드신분들만 이용하는 곳이었다. 가끔 지방출장을 가다 보면, 시간을 때워야 할 때 카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다방을 이용하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보던 노른자가 떠있는 쌍화차는 마시지는 않았지만 진한 커피를 마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물론, 맛은 당신의 생각에 맞기겠다. 아직도 지방에는 별다방이나 콩다방이 없는 곳이 많기 때문에 다방이 존재한다. 가끔 TV의 사건사고에 나오는 티켓다방 같은 곳도 있다. 모텔이나 여관에 묵다보면 그런 광고가 붙은 휴지곽이나 전단지를 보기도 한다. 


이런 다방은 우리가 길거리의 커피자판기나 회사 탕비실의 커피믹스 같은 것들이 생기면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앞서 이야기한 별다방과 콩다방, 그리고 다수의 커피 전문점들이 생기면서 사라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점심을 먹고 회사로 들어가는 길에는 커피전문점이 50M 이내에 최소 1개 씩은 있는 듯 하다. 도대체 저 많은 커피전문점들이 어떻게 살아남을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사람들이 커피 하나씩을 손에 들도 사무실로 들어가는 모습이나 커피전문점 앞의 기다란 줄 보면, 장사가 조금 되긴 되는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 커피를 많이 먹지는 않지만 가끔 원두커피가 아닌 믹스커피를 먹을 때면, 다방에서의 커피 맛이 떠오른다.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EB%B3%B5%EB%8B%A4%EB%B0%A9(%EA%B0%95%EC%9B%90%EB%8F%84_%ED%


다방이든 지금의 카페든 약속장소로 많이 활용된다. 특히 과거 다방은 사람들의 약속장소였다. 그래서 다방이름에 ‘약속다방’이란 것이 있는지도 모른다. ‘다방(茶房)’은 사전적 의미 또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거나 쉴 수 있도록 꾸며 놓고, 차(茶)나 음료 따위를 판매하는 곳 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마땅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장소가 없었던 시대에 다방은 ‘약속’이란 핑계를 대고 그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사는 이야기를 했는지도 모른다. 이런 다방은 어르신들이 가는 장소였다. 


반면, 지금의 카페는 어떤가? 젊은 사람들이 주로 만나서 이야기하는 장소로 이용한다. 최근에는 나이드신 분들도 많이 볼 수 있다. 과거의 다방과 달리 이용하는 연령대의 폭이 넓어졌다. 또 이미 이야기했지만 다방이 ‘만남’이 핵심이라면 카페는 ‘소통’이 핵심이다. 오전이나 점심 시간 대 집앞의 카페에 아주머니들이 많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해주는 듯하다. 만남이 목적이면, 잠시 이야기하다 가지만 소통임 목적이면 카페에서 2~3시간 이상을 이야기한다. 나 또한 2시간 이상 카페에 앉아 이야기 한적이 많은 듯 하다. 마땅히 이야기 할 곳이 없어서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잔을 시켜놓고 상대방과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한다. 


그래서 카페는 소통의 문화를 만드는 곳이다. 카페가 커피가 아닌 문화를 파는 곳이라는 이야기도 괜히 나온 것 같지는 않다. 한편으로는 카페는 생각을 정리하는 장소이기도 한다. 요즘에는 카페에서 공부도 하고 글을 쓰는 사람도 많다. 집에서는 왠지 집중도 안되고 생각도 잘 정리가 되지 않아 아예 카페로 출근해 카페에서 일하다 가시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카페는 ‘사고의 장’인지도 모른다. 


나 또한 처음에는 카페에서 어떻게 공부를 하고 책을 보냐라는 생각을 가졌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카페가 점점 익숙해지다 보니 이제는 카페에서 어떤 일을 해도 집중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참 희한한 일이라는 생각이든다. 분명, 집에서 혼자 방에서 일을 하는게 집중이 더 잘될 것 같은데 말이다. 


이제는 단순히 커피나 차를 파는 과거의 다방은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소통의 장을 마련해줄 수 있는 카페는 점점 많아질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개의 커피전문점을 보는 우리들에게 그 말을 분명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리고 카페가 많아지면서 점점 우리는 ‘커피’라는 단어를 가지고 소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커피 자체가 우리를 소통하게 해주는 수단인지도 모른다. 단순히 장소를 제공해주는 카페보다는. 커피를 안 먹던 사람도 다른 사람들이 마시기에 같이 마시면서 이를 활용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다방과 카페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장소? 서비스? 제품? 다방, 카페라는 것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사람에 초점을 두었을 때, 다방과 카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카페의 본질일까? 등의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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