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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글생각 Jan 16. 2019

여관_‘머무는 장소’에서 ‘휴양’으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나에게 여관이란 그냥 작은 숙박업체이다. 지방출장을 가서 정말 낙후된 지역이라 간단히 하룻밤을 머물 수 밖에 없을 때 묵는 곳 중의 하나다. 방문을 열면 작은 공간에 노란 장판이 눈에 띤다. 그 순간 오늘 하룻밤만 빨리 자고 가자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런 여관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자연스레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여관은 아직도 지방에서는 00장 혹은 00여관이란 이름으로 종종 볼 수 있다. 달랑 이불과 베게, 오래된 TV만 있는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 장사를 해와서 그렇기도 하지만 여관은 그냥 오직 숙박만을 위한 장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불필요하게 다른 것이 필요한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여관은 젋은 세대에는 그냥 지저분하고 저렴한 숙박 장소일지 모른다. 서울에도 철도역사 근처에서 이런 여관을 종종 볼 수 있다. 


몇 년전 옛 서대문형무소자리가 재개발로 인해 ‘옥바라지 여관 골목’이 사라진다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 과거 독립운동, 민주화 운동으로 투옥된 사람들을 위한 이 지역은 이제는 재개발로 우리의 기억 속 저편으로 사라진다. 모든 것들이 다 그렇지만 이 여관 골목의 사라짐은 역사의 파편도 사라진다. 이런 독립운동, 민주화 운동의 가족들에게 어쩌면 이 여관은 누군가를 볼 수 있는 가족 같은 공간일지도 모른다. 그 여관에서 자신의 가족을 기다리면서. 과거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랬을 것이다. 단순히 여관이란 장소는 잠자는 장소일지 모르지만 그 속에는 누군가의 추억이, 누군가의 말하지 못할 삶의 이야기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면 과거의 여관은 지금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모텔과 호텔이다. 젋은 세대에게 이 모텔과 호텔은 단순히 머무는 장소가 아니다. 누군가와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때론 가족끼리 휴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벤트 모텔’, ‘호캉스’라는 말은 이를 잘 알려준다. 이벤트 모텔은 월풀 뿐만 아니라 게임도 즐길 수 있다. 한 이벤트 모텔을 예약하려 웹서핑을 하다 보면, 모텔 내에 구비되 었는 시설로 VOD,  객실 내PC, 안마의자, 무료영화, 스파/월풀, 커플PC, 게임, 샐러드바 등이 되어 있다는 홍보글을 볼 수 있다. 과거의 여관에서 이런 것들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단지 머무는 곳에서. 호텔과 바캉스라는 말의 합성어인 호캉스는 또 어떨까? 호텔 내에서 말 그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설, 추석, 연말, 연초에 다양한 호캉스 패키지들은 사람들을 유혹한다. 이런 패키지에는 조식, 수영장, 플레이스테이션 체험존, 키즈존, 피트니스센터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이런 시설들은 자연스레 여관을 밀어내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기술의 발전은 야놀자, 여기 어때 같은 IT 플랫폼 업체들을 등장하게 했다. 이런 모텔이나 호텔, 펜션 등을 매칭해주는 플랫폼들은 조금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제 우리에게 이런 곳들은 숙박업이 아닌 여가업이다. 야놀자는 대한민국의 여가산업을 선도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공간에 가치를 더한 과거의 숙박업은 불순한(?) 생각으로 가는 곳이 더 이상 아니다. EXID의 하니가 나오는 야놀자의 광고는 “오늘 어디서 볼까”라는 말로 시작한다. 물론 야놀자라는 사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제 숙박업은 노는 곳이 되었다. 



노는 곳으로 변한 숙박업은 이제 단순히 침구류만 존재하는 그런 곳이 아니다. 놀기 위한 다양한 것들이 구비되어야 한다. TV를 통해 다양한 영화를 볼 수도 있어야 하고, 호텔 같은 곳에서는 가족끼리 스파나 물놀이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나 이벤트, 오락시설 등을 통해 머무는 사람들이 그 곳에서 마음이 편해야 한다. 숙박이라면 잠시 눈을 부치고 육체적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하지만 이제는 정신적 휴식도 취할 수 있어야 한다. 여가가 되어가고 있는 숙박업은 분명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변화 속에서 여관의 사라짐은 다른 사라지는 것들과 마찬가지로 어쩌면 자연스러운 변화일지 모른다. 하지만 때론 그런 사라지는 것들이 어떤 존재였는지 기억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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