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슬램덩크’, ‘드래곤볼’
90년대를 살았다면 이 만화책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너무나도 유명해 그 당시 학생들은 대부분 이 책을 읽어봤을 것이다. 지금은 어쩌면 ‘미생’을 떠올리지도 모른다. 직장생활을 그린 <미생>은 대히트를 치며 드라마로까지 나왔을 뿐만 아니라 ‘미생’이란 키워드는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기도 했다.
지금의 미생만큼, 어쩌면 그 이상의 히트를 친 것이 ‘슬램덩크’, ‘드래곤볼’일 것이다. 슬램덩크는 농구에 관심없는 나를 주말이면 학교운동장으로 가게 했다. 사람이 많을까봐 새벽에 일어나서 형편없는 실력으로 농구를 한다고 흉내를 내곤 했다. 당시에는 만화방도 있어서 만화방에서 수십권의 만화책을 쌓아놓고 보곤했다. A4 사이즈의 만화책은 수십권이라도 몇 시간도 안 되어서 다 읽어버렸다.
지금도 당시 유명했던 이현세의 ‘남벌’, ‘아마게돈’, 그리고 만화잡지인 보물섬, 소년챔프, 아이큐점프 등이 생각난다. 이런 국내 만화뿐만 아니라 일본 순정만화나 초밥왕 같은 부류의 만화도 기억이 난다. 만화책은 실감나는 그림과 짧은 대화로 이루어져 순식간에 많은 책들을 읽을 수 있었다. 삼국지 같은 만화책도 집에서 하루면 다 읽었다.
이런 만화책은 지금도 있다. 역사만화책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나 <마법천자문>, 이외에도 <역사도둑>, <수학도둑> 처럼 다양한 교과목에 적용되어 활용된다. 하지만 과거 같은 만화책은 이제 온라인에서나 볼 수 있다. 몇몇 만화책이나 잡지가 있지만 출퇴근 시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본다. 네이버웹툰, 레진코믹스, 다음웹툰 등 다양한 웹툰 플랫폼은 다양한 작가의 웨툰을 가지고 사람을 유혹한다. 잠깐 잠깐 보는 웹툰은 심신의 피로를 가시게 하기도 하고 사회상을 반영한 웹툰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2014년 2100억원에서 2018년 8800억원이 되었을 거라고 한다. 그 만큼 사람들에게 웹툰은 이제 친숙한 존재이다.
예능프로그램 <나혼자산다>의 웹툰 작가 기안84가 나오는 것만 봐도 웹툰이 지금 사람들에게 얼마나 친숙한지를 알 수 있다.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무한도전>에서 웹툰 작가들이 나와 무한도전 멤버들과 웹툰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웹툰의 등장은 사실 만화책만 사라진게 아니다. 동네 곳곳에 있던 만화방도 자연스레 사라지게 했다. 하지만 이런 사라짐 속에서도 변화의 흐름에 적응해 새로운 컨셉의 만화방이 나오기도 한다.
과거의 만화방은 영화 <아저씨>에 나오는 것처럼 칙칙하고 지저분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 있는 몇몇 만화방들은 카페처럼 깔끔하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된 지금의 만화방은 카페처럼 하나의 문화공간이 되었다. <클럽보다 만화>, <피망과 토마토>, <청춘문화싸롱>, <카페 데 코믹스>, <섬> 등의 만화방은 만화방이라기 보다는 가게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카페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카페에 만화책을 둔 것인지, 만화방에 카페 컨셉을 도입했는지 분간이 어려울정도로 지금의 만화방은 더 이상 과거의 만화방이 아니다.
[클럽보다 만화]
만화는 사람들의 주변에 여전히 존재한다. 과거와 달리 디지털 기술의 등장으로 그리기 위한 도구나 보여지는 형태가 바뀌었을 뿐이다. 물론 과거처럼 책 1권 형태로 읽지 않는다. 잠시 휴식을 취할 때, 짧게 1편을 볼 수 있게 바뀌었다. 사람들이 바빠서 과거처럼 1권, 1권을 읽을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보다는 순간 순간 만화를 즐기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패드나 스마트폰을 통해 보여지는 것이 한계가 있어서 그럴 수 도 있다. 어떤 이유로든 사람들은 이제 만화책에서 ‘만화’에만 집중하다. ‘책’은 사라졌다. 만화책을 경험해보지 않는 세대에게 만화는 그냥 만화일지도 모른다. ‘책’이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