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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글생각 Jan 16. 2019

이발소_남녀 모두 대형 프랜차이즈 뷰티케어샵으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1달에 한번 주말이면 이발소에 갔다. 머리가 금방 길어서 보통 2달에 3번 정도는 간 것 같다. 중고등학교 때는 스포츠 머리를 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더 자주 갔던 것 같다. 나는 이발소를 고등학교때까지 이용한 것 같다. 동네 재래시장 초입에 있던 이발소는 들어가면 비누 냄새가 많이 났다. 비누로 머리를 감겨주기도 하고 구렛나루를 정리할 때 비누거품솔을 사용하기도 해서 그런 것 같다. 게다가 지금의 헤어샵처럼 머리를 뒤로 젖히고 감는게 아니라 머리를 앞으로 숙이고 머리를 감던 기억도 난다. 


이런 이발소는 당연히 동네 미용실보다는 저렴했다. 몇천원이면 이발이 가능했다. 그래서 대학시절에도 몇천만 내고 이발을 했던 기억이 난다. 굳이 스포츠 머리인데 미용실을 갈 필요가 없었고 또 그 때는 그렇게 머리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ED%98%95%EC%A0%9C%EC%9D%B4%EB%B0%9C%EC%86%8C(%ED%99%8D%EC%B


이발소, 이용원이라 불리던 이런 곳은 이제 지방에서나 볼 수 있다. 서울에서도 가끔씩 보인다. 몇 평 안되는 장소에 저렴한 가격으로 이발을 할 수 있었던 몇 안되는 곳이다. 대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미용실을 이용했고 그 이후에는 잠깐 남성전용 프랜차이즈 헤어샵이었던 블루클럽을 자주 갔다. 블루클럽은 대학시절 남성뷰티케어전문점으로 유명했다. ‘남자들의 꿈이 모이는 곳=블루클럽’이라는 브랜드 스토리를 가진 블루클럽. 물론 가격도 다른 전문점 대비 저렴했다. 만원 이내였으니 말이다. 이렇게 이발소, 미용실, 블루클럽으로 이어지는 나의 헤어샵 이용 변천사(?)는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잘 알려준다. 


블루클럽 이후에는 남여 모두가 이용하는 전문 뷰티케어샵을 다녔다. 흔히 들어볼 수 있는 준오헤어, 박승철헤어스튜디오, 이철헤어커커, 이가자헤어서비스, 박준뷰티랩, 리안 등이다. 이런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이발소나 이용원을 이용하던 젊은 사람들을 유혹한지 오래되었다. 나이가 있으신 분들도 이제 이런 프랜차이즈들을 다닌다. 남자 커트의 가격은 어느덧 2만원 가까이 되었다. 조금 더 세련된 인테리어와 다수의 디자이너와 실장을 보유하고 있는 이런 헤어샵은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닌다. 그래서 동네 이발소나 개인 이름의 상호를 달고 있던 미용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특히나 이발소는 이제 거의 볼 수 없다. 


이발소의 사람짐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이발소는 어쩌면 점점 패션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에 의해 사라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화장품도 남성화장품이 있듯이 이제는 남자도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리고 남자의 패션의 한 가운데에는 의류나 시계 등도 있지만 헤어스타일이 있다. 헤어스타일에 따라 사람의 이미지가 한 순간에 달라질 수 있다. 이런 헤어스타일에 대한 관심으로 사람들은 이제 헤어샵에 있는 직원분들을 디자이너나 실장님이라 부른다. 


이제는 일정 기간이 되면 머리를 깎는 일상의 행위가 나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기 위해 수시로 가는 이벤트가 되어버린 것 같다. 나 또한 정기적으로 머리를 깎지만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헤어샵에 간다. 어쩌면 머리를 깎는다라는 이 말도 지금의 시대하고는 맞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머리를 단장한다, 다듬는다라는 말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이런 변화는 헤어샵을 뷰티케어라는 이름으로 변화를 시켰다. 그리고 이런 변화의 흐름에 맞게 과거의 이발소는 사라지고 바버샵이 등장한다. 사실 본질이야 같지만 그 행위가 갖는 의미가 다를 뿐이다. 바버샵은 이제 호텔에 입점하기도 한다. 포시즌스 호텔은 남성 전용 이발소인 헤아(HERR)를 입점시켰다고 한다. 


이런 바버샵은 고객 맞춤형 헤어스타일을 제시하며 호텔 바의 칵테일도 주문해서 마실 수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영국식 정통 면도 서비스도. 해외의 유명 이발소에서 교육을 이수한 전문가들이 있다고 하니 과거의 이발소와는 다르게 뭔가 전문적인 느낌이 나기도 한다. 어쩌면 그 전문성이란 남성을 위한 토탈 스타일 제안때문이지 않을까? 


‘이발’이란 개념은 이제 ‘스타일’, ‘뷰티’라는 개념을 바뀌었다. 한 개인이 꾸려가던 가게는 대형 프랜차이즈로 변했다. 남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이런 흐름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화장품이나 옷에 투자를 하는 남성을 뜻하는 ‘그루밍(grooming)’이란 용어를 유행시켰다. 전기 면도기를 출시하는 필립스의 존 스미스 필립스 글로벌 남성 그루밍 사업부문 총괄 부사장은 남성 그루밍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필립스는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할 줄 아는' 남성상을 추구합니다. 끊임없는 혁신으로 남성 그루밍 시장을 선도하겠습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겨진 이발소는 이제 뷰티 시장에서는 혁신의 대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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