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국내 순수서점의 숫자는 1996년 5,378개였다. 하지만 이제 그 많던 서점은 2017년 기준 1,536개만 남았다.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등의 대형서점과 예스24, 알라딘 등의 온라인 서점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학창시절, 공부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간 곳이 서점이었다. 공부에 의지가 있든 없든 뭔가 새로운
책을 사야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서 동네 서점에 가서 다양한 출판사의 문제지를 보기도 하고 막연히 여러 책을 꺼내보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작은 동네 서점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1시간이 지나기도 해서 주인아저씨의 눈치도 봤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 당시 동네서점의 아저씨들은 책을 사는지 안 사는지 별 관심도 없어 보였던 분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이제 이런 동네 서점들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20평미만, 20평~50평 미만의 동네 서점들은 2000년대 중반들어 급격히 그 수가 줄어들어 이제 20`15년 기준 1,000개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대형 서점들은 큰 변화가 없다. 물론 대형서점들도 온라인 서점의 성장세로 2012년 이후 매출이 줄어들었다. 대표적인 온라인 서점 예스24의 매출액은 1999년 12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6년에는 4,085억원으로 증가하며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의 매출을 넘어섰다.
이런 대형 온라인 서점은 이제 오프라인으로도 진출했다. 알라딘이나 예스24의 중고서점은 동네 헌책방 시장을 점령해 일반서점과 함께 헌책방의 사라지게 했다. 부산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에는 100여곳의 중고서적 전문 서점이 있었는데, 이제는 30여개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청계천을 따라 형성된 서울 중구의 헌책방 거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은 미래유산으로, 부산은 관광명소로 지정되었다지만 과거 같은 활력을 찾기는 어렵다.
이런 헌책방 거리 외에도 대학교 앞에는 유명 인문사회과학 서점이 있는데, 이런 서점들도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서울대의 '전야', 동국대의 '녹두', 서강대의 '서강인’, 한양대의 '이어도', 연세대의 '오늘의 책' 등이 자취를 감췄다. 이제 몇 개 남지 않은 서점들도 힘겨운 상황이다. 성균관대 앞의 ‘풀무질’은 최근 페업할 위기에 놓여있다.
동네서점, 대학교 앞 인문사회과학 서점, 헌책방의 위기는 서점의 대형화, 온라인 서점의 등장, 전자책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큰 위기는 사람들의 책에 대한 관심이 아닐까? ‘1년 동안 종이책을 한 권 이상 읽었다’라는 성인의 비율은 1999년 77.8%에서 2015년 65.3%로 하락했다. 가계가 서적구입에 사용하는 돈은 2006년 평균 18,607원에서 2016년 12,066원으로 10 년간 35% 감소했다.
물론, 이런 변화 속에서도 베스트셀러가 아닌 주인의 관심 분야, 특정 분야, 다른 업종과 결합된형태의 다양한 서점들이 나오고 있다. 경남 통영의 ‘봄남의책방’, 홍대에 위치한 ‘땡스북스, 술 파는 책방인 ‘북 바이 북, 추리소설 중심의 이화여대의 ‘미스터리 유니온’, 고양이 책만 파는 대학로의 ‘슈뢰딩거’등은 책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새롭게 유혹하고 있다. 이런 독립서점의 유행은 유명인들의 참여도 이끌었는데, 최인아 전 제일기획 부사장이 운영하는 ‘최인아책방’, 가수 요조의 ‘책방 무사’, 방송인 노홍철의 ‘철든책방’ 등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제는 독립서점을 찾는 서비스가 나왔다. Another Books는 주변의 독립서점을 찾는 서비스(http://www.anotherbooks.kr)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독립서점들 중에는 여전히 서점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수익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강연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굿즈를 판매하기도 한다.
서점의 위기 속에 독립서점의 증가는 베스트셀러가 아닌 가치있는 책들의 발견성을 높이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책의 발견성만을 가지고는 한계가 있어 다양한 수익 창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서점만으로 운영되기에는 지속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제 서점은 복합 문화공간으로서 자리잡고 있다. 일본의 츠타야 서점처럼 고객의 취향을 고려한 큐레이션의 기능은 강화되고 다양한 상품과의 결합을 통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사람들도 서점을 통해 책 보다는 관계와 삶의 변화를 보고 싶은 것은 아닐까? 트레바리 같은 독서모임 스타트업이 흥하는 것처럼 말이다.
[굿즈를 판매하는 경남 통영 봄날의책방 사이트]